[과학을 품다] 체액으로 간단하게 암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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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다] 체액으로 간단하게 암 진단한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06.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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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 '혈소판 칩' 개발
나노소포체 검출과 실험 개략도.[사진=IBS]

[녹색경제신문 정종오 기자] 매우 적은 체액만으로 간단하게 암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국내 연구팀이 혈장(혈액에서 혈구를 제외한 액체 성분)에서 세포 정보가 담긴 나노소포체를 포획해 암을 진단하는‘혈소판 칩’을 개발했다. 나노소포체는 핵산, 단백질, 지질과 같은 중요한 생물학적 분자가 포함된 나노 크기의 막(membrane) 주머니를 일컫는다.

우리 몸속 수많은 세포는 나노소포체(Extracellular Vesicles, EVs)를 주고받으며 서로 소통한다. 세포엔 나노소포체가 자신의 소식을 전하는 일종의 편지인 셈이다. 이 때문에 암세포가 배출한 나노소포체를 분석해 암의 발생과 전이를 진단하기 위한 연구들이 이뤄졌다. 수많은 나노소포체 가운데 암세포 유래 나노소포체만을 선택적으로 분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암세포의 긴밀한 조력자인 혈소판에 주목했다. 암세포는 정체를 숨기기 위해 혈소판에 둘러싸인 형태로 혈액을 통해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전이될 곳에 달라붙는 과정에도 혈소판이 도움을 준다. 암세포 나노소포체와 혈소판이 특별한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에 착안해 연구팀은 혈소판 막을 이용해 암세포 유래 나노소포체를 쉽게 포획할 수 있는 진단 시스템을 고안했다.

연구팀은 미세유체칩 안에 혈소판 세포막을 바닥에 고정한 형태의 ‘혈소판 칩’을 제작했다. 체내에서 혈소판과 긴밀한 상호작용을 하던 암세포는 혈소판 칩의 표면에도 결합하기 때문에 암세포에서 유래한 나노소포체만을 선택적으로 검출해낼 수 있는 것이 원리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첨단연성물질 연구단(단장 스티브 그래닉) 조윤경 그룹 리더(UNIST 생명과학부 교수) 팀이 수행했다.

1 저자인 수밋 쿠마르(Sumit Kumar)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개발된 대부분의 나노소포체 기반 암 진단 기술은 해당 암에 특이적인 항체를 반응시켜 나노소포체를 검출하는 원리였다”라며 “하나의 질병에 하나씩 대응하는 항체 기반 진단 기술과 달리 혈소판 칩은 여러 종류의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혈소판 칩을 이용한 암 진단 실험을 진행했다. 암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혈장 1µL(마이크로리터)를 혈소판 칩에 주입한 결과, 정상인에 비해 암 환자의 혈장에서 다량의 나노소포체가 검출됨을 확인했다. 전이암 세포 실험에서는 비전이 암세포 실험보다도 더 많은 나노소포체가 검출됐다. 혈소판 칩에 검출된 나노소포체의 양을 토대로 암 발생과 전이 여부를 진단할 수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조윤경 그룹 리더는 “체내의 혈소판-암세포 친화력을 모방해 암세포에서 나온 나노소포체를 검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복잡한 처리 없이 혈장을 그대로 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극소량 샘플로부터 암세포 유래 나노소포체를 검출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IF 13.325)에 5월 27일자 표지 논문(논문명: Human Platelet Membrane Functionalized Microchips with Plasmonic Codes for Cancer Detection)으로 게재됐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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