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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갤럭시 노트10과 발롱 데세...‘똑똑한’ 삼성이 띄운 ‘치졸한’ 관측기구10주년 기념 제품...노트10, 절대로 실패할 수 없어 벌써 시장 조사하나

시장의 소문은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자극한다. 기업은 때론 제품에 대한 정보를 미리 흘려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전략을 펼친다.

발롱 데세(ballon d’essai)는 기업이나 정치권이 언론을 통해 여론의 동향을 살피는 것을 일컫는다. 반향이 확실치 않은 논리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탐색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여론이 부정적이면 정보의 주체는 계획을 수정하기도 한다. 언론은 이 과정에서 정보(혹은 소문)를 나르고, 여론을 확대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발롱 데세는 본래 기상 상태를 관측하기 위해 띄우는 시험 기구를 뜻하는 프랑스어다. 기상용어가 여론 동향 관측의 의미로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이 시험 기구에 ‘갤럭시 노트10’에 대한 정보를 담아 띄운 것으로 보인다. 언론 입장에서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는 문장들이 대거 담겨있다. 가령 “이어폰 단자가 탑재되지 않는다”, “음량, 전원, 빅스비 버튼 같은 물리적 버튼이 사라진다”는 식이다.

갤럭시노트10 예상 렌더링. <폰아레나 홈페이지 캡쳐>

7일에는 비교적 상세한 정보도 보도됐다. “5세대(5G) 통신용과 롱텀에볼루션(LTE)용 모델로 나뉘어 총 4종이 출시될 것”, “일반 모델은 6.28인치, 프로는 6.75인치의 디스플레이가 탑재될 것”, “카메라 홀이 우측 상단이 아닌 중앙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들이 전해졌다.

이 정보의 출처는 ‘삼성 내부에 정통한 관계자’ 혹은 ‘소식통’이다. 모두 ‘카더라’와 같은 시장의 소문인 셈이지만, 언론 입장에선(특히 IT 기자에겐) 동시에 ‘쓰지 않을 수 없는’ 문장들이다. 기자도 해당 정보들을 모아 지난 5월31일 기사화했다.

이런 소문이 매력적인 정보로 취급 받는 이유는 명료하다. 삼성전자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기업, 세계 스마트폰 점유 1위 업체. 그곳에서 야심차게 준비 중인 신제품에 대한 얘기다. 작은 정보라도 ‘특종’이 될 수 있다.

외신이고 국내 언론이고 다르지 않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빅 마우스(업계 유명인사)’가 정보를 흘리고, 언론은 받아썼다.

갤럭시 노트10은 삼성전자가 노트 시리즈의 10주년 기념작으로 준비하고 있는 제품이다. 모든 신제품이 그렇겠지만, 더욱 실패해선 안 되는 기념비적 모델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삼성은 기구를 띄웠고, 언론은 확성기를 가져다 댔다.

기자가 최근 갤럭시 노트10에 대한 소문들을 접한 뒤, 삼성전자가 ‘발롱 데세’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강하게 추측한 이유는 정보의 성격도 한몫했다. 그간 나온 얘기를 종합해보면, 발롱 데세의 조건인 ‘반향이 확실치 않은 논리’에 정확하게 부합한다.

대부분 ‘갑론을박’이 가능한 지점에 대한 정보였다. “더욱 빠른 통신 모듈이 장착된다, 배터리 용량이 늘어난다”와 같이 논란의 여지가 없는 정보는 거의 기사화되지 않았다. 

반면 ‘이어폰 단자, 물리적 버튼 삭제’나 ‘화면의 크기’, ‘카메라 위치’ 등 대한 기사는 쏟아져 나왔다. 모두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들이다.

기사가 쏟아져 나오자, 시장은 금세 달아올랐다. 소비자들은 저마다의 의견을 인터넷과 SNS 상에 올렸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모두 ‘실패’를 막을 수 있는 ‘고급 정보’인 셈이다. 소비자 반응은 ‘날 것’ 그대로 초 단위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는 굳이 ‘정보화 시대’나 ‘4차산업혁명’을 언급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뚜렷한 현상이다.

당장 네이버 뉴스의 IT 랭킹 뉴스를 봐도 그렇다. 매일 TOP 10안에 순위를 ‘카더라’성 노트10 기사가 장식했다. 댓글은 수백 개씩 달린다. “이어폰 단말을 빼면 안 산다, 이어폰 단말 없애는 건 혁신이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 갤럭시 버즈(무선 이어폰)를 사은품으로 줘야 한다” 등 갑론을박이 펼쳐진다.

다양한 얘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묵묵부답이다. 그러나 표정은 내심 웃고 있지 않을까 한다. 이번 기사들로 출시 전부터 시장의 기대를 끌어올렸다. 동시에 노트10에 장착될(혹은 빠질) 다양한 기능들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체크했다. 더욱 신중한 준비하며, 실패의 가능성을 낮췄다.

발롱 데세에 주로 붙는 수식어는 ‘치졸함’이다. ‘허락을 구하지 않은 설문조사’라는 비도덕적 전제가 깔려 있기에 더욱 그렇다. 발롱 데세를 통해 나오는 정보들은 그 말대로 ‘소문’ 수준이다. 무엇하나 정해진 것이 없기에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정두용 기자

삼성전자가 방향을 바꾸면, 현재 나온 기사들은 ‘예측 기사’가 아닌 ‘가짜 뉴스’가 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실제 정보와 떠도는 정보를 이용한 가짜뉴스를 구별하기 힘들게 될 수 있다. 경쟁사도 삼성전자의 행보에 맞춰 출시일을 변경하는 등 경제적 손해도 우려된다.

물론 ‘똑똑한’ 삼성전자가 실패를 줄이기 위한 최적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칭찬도 가능하다. ‘갤럭시 폴드’처럼 출시를 서둘러 일정을 변경하면서까지 결함을 보수하거나,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사태를 재현하는 것보단 신중하게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게 낫다. 

애초에 발롱 데세를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업도 몇 없다. 제품이 출시하기도 전에 소비자의 반응을 이렇게 끌어내기란 적당한 규모의 기업으로선 불가능하다.

'할 수 있는 전략'을 펼치는 것이라는 관점, 혹은 비도덕적 경쟁이라는 비판 모두 가능하다. 판단은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맡기고 싶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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