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쏘아올린 '관세 폭탄', 어느 국가에 떨어질까?... 현대·기아차 앞에 놓인 '두 가지'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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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쏘아올린 '관세 폭탄', 어느 국가에 떨어질까?... 현대·기아차 앞에 놓인 '두 가지' 시나리오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5.16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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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車 관세 적용 시, 현대·기아차 '가격경쟁력 유지' 위해 3.4조원 부담... 작년 영업익 육박
하지만 미국 현지서, 관세 부과 대상서 제외될 것이라는 관측도 등장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폭탄 결정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8일 결정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미래가 확연히 갈릴 전망이다. 

15일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미국의 수입차(부품) 관세 부과 여부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며 "관세가 부과되면 현대·기아차를 넘어 국내 산업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안 좋은 시나리오만 있는 건 아니"라며 "미국의 타깃은 한국보다는 유럽과 일본 등으로 보이기 때문에 한국을 제외하고 다른 국가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경우, 현대·기아차는 엄청난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18일 결정에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한국 자동차 업계, 아니 한국 산업의 명줄이 달려 있다.

◆ 시나리오 ①: 한국차에 관세 25% 부과시, 현대·기아차 총 3.4조원 부담... 작년 영업이익 3.5조원 육박

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한국차에 관세가 부과되면 어떻게 될지 예상 시나리오를 써보자.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순 계산이기 때문에 이렇게 딱딱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한국차에 25% 관세율 부과 시 현대·기아차가 기존 차값을 유지하기 위해 부담해야 할 금액은 약 3조400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관계자 분석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미국 수출 차 한 대 가격을 2500만원으로 가정하고 여기에 관세율 25%를 곱하면, 차 한 대 당 추가로 붙는 금액은 625만원이 된다.  

작년 현대·기아차가 미국에 총 54만2228대를 수출했으니, 여기에 625만원을 곱하면 약 3조4000억원이라는 금액이 나온다. 

3조4000억원은 작년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 약 3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현대·기아차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일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차가 미국 시장서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관세 적용으로 인상된 차값을 부담할 시, 그 전체 금액은 약 3.4조원에 이른다. 이는 현대·기아차의 작년 영업이익 3.5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관계자는 "심하게 말하는 것일지 모르지만 정말 죽는 것이나 다름없는, 부담스런 비용"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금액은 현대·기아차가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 가격대로 차를 수출키로 결정했을 때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다. 

이 금액이 부담스럽다면, 현대·기아차는 관세에 따른 인상분을 전액 부담하지 않거나 일부분만 부담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가성비'로 어필된는 점을 고려하면, 관세에 따른 차값 인상분을 부담하든, 부담하지 않음으로써 가격경쟁력을 잃든, 현대·기아차에겐 모두 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한편,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엔 수입차 부품도 포함된다"며 "현대·기아차가 미국 공장에서 사용하는 부품 중 상당수는 한국산 부품이기 때문에, 현대·기아차 부품 계열사들이 입는 피해도 막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암울한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 한 싱크탱크는 수입차 관세 부과 관련 시나리오 5개를 제안했는데, 5개 시나리오 모두에서 한국은 관세 부과 대상서 제외됐다. 미국의 타깃은 유럽, 일본, 중국이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 시나리오 ②: "FTA 재협상 국가, 자동차 관세 추가 부과서 제외될 확률 높아"... 유럽·일본만 부과될 시 현대·기아차엔 엄청난 수혜

이어 증권업계 관계자는 "2018년 이후 트럼프가 관세 부과와 관련해 한국을 언급한 사례는 없다시피 하다"며 "대부분 중국과 일본, 유럽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과 FTA 재협상한 멕시코·캐나다는 수입량 쿼터제에 합의해 관세 부과 예외국으로 지정됐다"며 "한국도 미국과 이미 FTA 재협상했기 때문에, 수입량 쿼터제 합의 조건으로 관세 부과 대상서 벗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현대차 등 16개 국내 기업과 미국을 방문 중인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이 14일(현지시간)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을 만나 '한미 FTA 개정안'을 언급하며, 수입차 관세 부과 대상에 한국차를 제외해줄 것을 요청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전년대비 비슷한 규모의 쿼터제에 합의하면, 현대·기아차를 포함 한국 자동차업계는 연간 약 120만대(수출량 80만대 포함)를 미국서 판매할 수 있다. 

또, 한국을 제외하고 미국이 중국·일본·유럽산 자동차에만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대·기아차는 엄청난 반사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전 세계 투자자들이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한국 자동차 기업으로 몰려들 것"이라며 "최근 달러 대비 엔화 강세,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상황과 맞물려 현대·기아차는 엄청난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나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많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며 "미국의 한 싱크탱크가 제시한 관세 부과 시나리오 5개엔 한국이 빠져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오른쪽 가운데)은 14일(현지시간)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왼쪽 가운데)을 만나 '한미 FTA 재협상'을 언급하며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 대상에 한국차를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다. <제공=한국무역협회>

한편, 최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현재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무역협상 중인 점을 고려해 미국이 관세 부과 결정을 미룰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미 상무부는 지난 2월18일 수입차와 부품이 미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대통령은 보고서를 제출받으면 90일 안에 관세 부과 등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 기한이 5월18일까지다. 전 세계가 18일의 트럼프 선택에 주목하는 이유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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