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외주화한 LG전자, '빅데이터 빈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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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외주화한 LG전자, '빅데이터 빈곤' 우려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8.04.0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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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성능 개선 핵심 재료인 '빅데이터' 확보 못하면 자칫 IT 기업 아닌 제조사에 머물수도

LG전자가 인공지능(AI) 성능 개선을 위한 필수 재료이자 4차 산업 시대의 자산으로 평가받는 '빅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공지능 경쟁에서 뒤질 경우 자칫하면 IT 기업이라기 보다는 가전 제조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실정이다. 

LG전자의 AI전략은 '오픈 플랫폼'이다. 타사의 AI 플랫폼을 자유롭게 자사의 가전 제품에 탑재해 소비자들에게 현존하는 가장 훌륭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스마트폰, 스마트스피커 등 핵심 전자 제품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외주화하며, 자사의 인공지능 경쟁력이 타사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을 어느정도 인정한 셈이다. 

LG전자가 해외에 출시되는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에는 아마존의 '알렉사'가 탑재된다. 국내에 출시한 인공지능 스피커에는 네이버의 클로바 플랫폼이 탑재됐고, 스마트폰에는 구글의 인공지능이 적용된다. 계열사인 LG유플러스가 출시한 인공지능 스피커에도 네이버의 플랫폼이 탑재됐다.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고유 플랫폼인 '씽큐(ThinQ)'가 탑재된 제품도 동시에 출시되고 있다. 다만 존재감이 약한 편이라는 평가다. 경쟁 업체들만큼 자사의 인공지능 생태계 확장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4차 산업시대 핵심 자산으로 평가받는 '빅데이터' 확보에 LG전자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자칫하면 IT 회사가 아닌 단순 가전 제조사로 머무를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스피커, 스마트폰 등을 통해 얻게 되는 정보들은 네이버, 구글 등 인공지능 플랫폼 업체가 가져간다"며 "이들이 빅데이터를 공유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글, 네이버 등은 가전 제조 업체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고 LG는 경쟁력 있는 가전업체"라고 덧붙였다. 

LG전자의 인공지능 플랫폼 '씽큐'가 탑재된 OLED TV <LG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경우 자사 인공지능 플랫폼 확장에 집중하고 있고, 구글, 네이버는 다양한 가전을 만들기 어려우니 협업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이런 태도가 안이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구글은 픽셀폰을 출시하고 구글홈 스피커를 선보이는 등 하드웨어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네이버 역시 스마트스피커를 선보였다. 이들이 대형 가전의 영역까지 넘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LG전자의 영역이 축소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빅데이터 확보는 인공지능 성능 향상을 위한 필수요소다.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수록 딥러닝, 머신러닝 등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성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둑에서 이미 인간을 넘어선 구글의 알파고가 16만여건에 달하는 기보를 학습하며 성능을 향상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IT 기업들은 해외 인공지능에 비해 성능이 부족하더라도 자사의 인공지능 플랫폼 확장을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본격적인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의 빅스비, 네이버의 클로바, 카카오의 카카오아이, SK텔레콤의 누구, KT의 기가지니 등이 현재 상용화된 국내 대표 인공지능 플랫폼이다. 

이들은 현재를 시장 초기 단계로 보고 더 많은 고객을 자사의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중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으로 첫 선을 보인 빅스비를 자사의 가전에도 탑재하고 있다. 세계 1위 가전업체라는 경쟁력을 앞세워 빅스비 생태계를 넓힌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업계 1위 내비게이션 앱 'T맵'에 인공지능 '누구'를 적용해 빅데이터 확보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도 판매중이다. 지난 3월 SK텔레콤은 '누구' 플랫폼 월간 사용자 대화량이 1억건을 돌파했고, 월간 실사용자도 3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KT 역시 올해 초 기가지니 가입자 수가 50만명을 돌파했다. 

인공지능 사업은 '플랫폼 비즈니스'로 설명된다. 일정 수준까지는 수익을 내거나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분기점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생태계가 확장된다. 

LG전자는 휴대전화 시장에서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는 시기에 대한 오판으로 시장 지배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도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인공지능 '오픈 플랫폼' 전략과 함께 자체 인공지능 생태계를 넓힐 수 있는 방안 모색도 필요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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