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곡물 메이저 과점으로 독자적 수입여건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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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곡물 메이저 과점으로 독자적 수입여건 약화
  • 김병태
  • 승인 2012.07.1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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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곡물 자급률ㆍ국제 식량가격 상승으로 곡물 확보 비상

국제적으로 곡물수출경쟁력의 우위성은 기업의 곡물 처리 및 선적능력이 중요한 지표가 된다.

이에 곡물 메이저 회사들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곡물 매매는 물론 산하에 선박회사까지 소유, 곡물의 수송부터 유통 과정까지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어 다른 상사가 곡물 거래에 파고들어갈 여지가 없을 정도다.

특히 곡물 수출 및 유통은 항구 인근에 위치한 곡물 터미널을 확보해야 보다 효율적인 곡물 트레이딩이 가능하기 때문에 곡물 메이저 회사는 그 동안 후발주자의 곡물터미널 진입을 봉쇄해왔다.

이러한 곡물 메이저들의 시장지배력과 배타성은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곡물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의 곡물 수급 및 가격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6.7%,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34개국 중 28위로 최하위권이다. 이 중 쌀 자급률은 약 104%로 높기 때문에 다른 곡물들의 자급도는 4~5%도 안되는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주요 곡물인 옥수수와 밀은 자급률은 각각 0.8%로 사실상 자급 기반을 잃었고, 콩 역시 일부 식용을 제외하면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곡물만도 옥수수 900만t, 밀 300만t, 콩 100만t 등을 포함 연간 총 1,500만t에 달한다. 이는 세계 5위권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주요 곡물 중 72.9%를 카길, ADM, LDC, 번기와 같은 4대 글로벌 곡물 메이저(56.9%)와 마루베니, 미쓰비시와 같은 일본계 종합상사(16.0%)에 의존하고 있다. 이 결과 곡물 메이저가 한국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향유하며 가격 상승기나 불안정기에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급하여 큰 이익을 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식량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세계적으로 식량의 안정적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1분기 세계 곡물 가격이 고유가와 악천후 등으로 반등하며 지난해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세계은행이 최근 내놓은 ‘식량 가격 동향’에 따르면 고유가, 미주∙유럽지역의 악천후, 아시아발 수요 상승 등의 여파로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사이에 세계 식량 물가지수가 8% 올랐다. 이는 국제 식량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2월보다 겨우 6% 낮은 수준이다.

국내 농업경제 전문가에 따르면 국제 곡물시장은 전 세계 생산량 중 10%만 국제 시장에 내다 파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생산량이 조금만 변동해도 가격이 크게 변동하는 소위 신 마켓(thin market)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식량안보차원에서 중∙장기적인 네트워크 구축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곡물 자급률만큼 중요한 ‘곡물자주율’ 높여야

곡물 수입량이 많은 우리나라는 글로벌 곡물 메이저로부터의 곡물 수입의존도를 낮춰야 할 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돈 주고도 곡물을 못사는’ 경우를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맥락으로 곡물 수급에 있어 곡물자급률만큼이나 중요한 개념이 ‘곡물자주율’이다.

곡물자급률이 국내에서 소비하는 곡물 중 국내에서 생산하는 양이 차지하는 비율을 일컫는 반면, 곡물자주율이란 국내생산만 반영하는 자급률 개념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우리기업이 해외에서 생산∙유통하는 물량을 포함한다. 다시 말해 곡물자주율은 농장 개발이나 해외 곡물기업에 대한 투자 등을 통해 필요한 곡물을 해외에서 즉시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지표를 말한다.

정부는 현재 27.1%에 불과한 곡물자주율을 2015년 55%, 2020년에는 65%까지 늘릴 계획이다. 국내 경작 면적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농지 확보를 늘려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안정적인 식량 수급을 위해 설정한 곡물자주율 목표치 달성을 위해 2020년까지 예산 1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식식품부의 이런 계획은 우리나라 곡물자주율이 해외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반성 때문이다. 전 세계 기상 이변으로 국제 식량 공급량은 크게 줄어들고 있고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으로 식량 수요는 급증하고 있어 위기 발생 시 속수무책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이른바 ‘한국판 카길’로 불리는 농수산물유통공사(aT) 주도 해외 곡물유통회사를 출범하는 등 곡물자주율 목표 달성을 위해 해외 곡물 확보 물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곡물유통사업의 핵심이 대규모 곡물저장고인 곡물터미널 확보에 있지만, 국제 곡물시장이 전통적으로 곡물메이저 중심이었던 만큼 한국업체로선 진입장벽이 높아 안정적 수급 기반을 마련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 국제 곡물시장 호황 △견고한 시장 장벽 △네트워크 부족 등의 한계로 현재까지 이렇다 할 실적이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향후 미래세대의 식량안보를 위해서는 곡물자주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곡물유통회사 육성, 곡물 엘리베이터 구축뿐 아니라 기상재해 등 위험관리 차원에서 수입국과 수입선도 다변화하는 등 대규모 투자와 오랜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다양한 곡물의 안정적인 도입 장치 마련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병태  kbt57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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