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VR/AR 기술 - 현대미술이 눈여겨 보는 21세기 뉴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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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VR/AR 기술 - 현대미술이 눈여겨 보는 21세기 뉴미디어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18.01.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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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현실(virtual reality)라는 어휘는 일찍이 1980년대에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자론 라니어(Jaron Lanier)가 처음 유행시켰다. 가상 현실 환경은 컴퓨터 스크린이나 특수 스테레오스코피 디스플레이(예를 들어 VR/AR 안경) 기기를 착용하면 마치 눈 앞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듯 느낄 수 있는 가짜 시각 경험을 뜻하는데, 스피커나 헤드폰를 이용한 사운드 청각 경험까지 더해지면 가상 현실 시뮬레이션 경험은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현재 가상 현실 현대미술이 가장 활발히 실험되고 있는 시험 시장은 중국이다. 중국 베이징 798 미술구역 내 덴마크의 아트 갤러리 파우르슈 재단 현대미술 전시장에서 가상 현실 미술을 감상하는 중국 관객들의 모습. Photo by Lei Jianzhong © Faurschou Foundation.

구글과 페이스북 등 인터넷 정보업체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삼성, 텐센트 등 전자용품 제조업체들이 뛰어들은 대중 소비자용 VR/AR 헤드셋과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은 비교적 최근 몇 년 더 두드러졌다. 앞선 예술가란 다가올 현실은 미리 예측하고 구현하여 비리 보여주는 문명의 선각자라고 하던가? 일반대중에게 충격을 주기도 하고 때론 새 시점을 제시하기도 하는 현대 미술은 이미 21세기가 시작될 무렵 2002년에 VR 기술을 작품에 응용했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멀티미디어 현대미술가 2인조 랭랜즈(Ben Langlands)와 벨(Nikki Bell)이 오사마 빈 라덴의 아프가니스탄 자택 건물 안을 조이스틱으로 조종하여 돌아볼 수 있게 한 인터랙티브 컴퓨터 애니매이션 영상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 이듬해인 2003년 샌프란시스코 본사의 린덴랩(Linden Lab)은 온라인 가상세계인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플랫폼을 개발해 출시했다. 그 후로 전세계 약 1백 만 여 세컨드 라이프에 가입해 있는 고정 회원들은 동시다중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현실에서는 이루기 어려운 제2의 버츄얼 판타지 인생을 살아보기도 한다. 해서 세컨드 라이프가 대중 문화에 끼친 심오한 영향력을 반영하며 카오 페이(Cao Fei)라는 현대미술가는 2007년 베니스 미술 비엔날레 중국관을 대표하여 세컨드라이프 가상 현실 속에서 가상 아바타로 탄생해 가상 전시를 보여주는 색다른 전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 현대미술가 카오 페이(Cao Fei)의 VR 미술작품 『RMB 시티: 차이나 트레이시(케오 페이의 아바타 명)가 설계한 세컨대 라이프 도시 계획(RMB City: A Second Life City Planning by China Tracy)』, 2007년 작, 컬러 비디오와 사운드, 길이: 6분. 소장: Solomon R. Guggenheim Museum, New York, 2008. © Cao Fei.

최근 현대미술계에서 잘 알려져 있는 미술가들은 속속 VR 기술을 미술 표현 매채로 포용하는 ‘가상 현실 미술(VR art)’ 장르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0-30년 사이 현대미술이 전세계 억만장자급 갑부들 사이에서 미술수집 취미의 열띤 대상이 되며 미술시장을 급성장 시켰다. 그 기회를 통해 수퍼스타급으로 부상한 유명 현대미술가들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테크 업체들과 손잡고 미술 협업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그 세에 덩달아 현대미술 컬렉터와 기획자들이 주목하기 시작하며 VR 미술의 작품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 되면 미술가는 더 이상 작품 창조자가 아니라 이 작품이 실현되기까지 관여하는 여러 당사자들 - 예컨대 VR 기술을 제공하는 테크 업체, 작품이 전시되는 가상 공간, 가상 공간에 공개된 작품의 저작권 등 - 과 복잡한 법적, 상업적, 윤리적 의문과 쟁점들에 부딛히게 된다. 작품의 실제 소유주는 누구이며 VR 기술 프로그래머들이 코드화해 공공 사이버 공간에 부쳐진 기술적 결과물도 미술인가라는 실존적 의문도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미술가는 작품 컨셉과 소스 코드를 등록해 저작권을 보유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작품을 보호하고 싶어하지만, 디벨로퍼나 프로그래머들은 소스 코드 등록을 하는 즉시 소스 코드가 공공 기록물이 되어 작업 기밀을 공개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저작권을 등록하기를 꺼린다.

VR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테크 업체와 화랑들은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기 위해 센세이셔널하거나 폭력성이 매우 강한 이미지로 작업하는 미술가들과 즐겨 작업하는 경향이 많다. 이 작품은 폴 맥카시(Paul McCarthy)의 VR 애니메이션 『메리와 이브(Mary and Eve: C.S.S.C. Coach Stage Stage Coach VR experiment)』는 남자와의 관계에 궁한  여자들이 와글와글 다가와 음담패설을 거는 상황을 무대극처럼 꾸민 애미메이션. 실리콘밸리 테크 업계에서 한창 개발중인 VR섹스에 대해 논평한 미술작품이다. 2017년 작.  © Paul McCarthy and Khora Contemporary. Courtesy the artist, Hauser & Wirth, Xavier Hufkens and Khora Contemporary.

가상 세상에 발표되어 관중의 관람 대상이 되기 위해서 가상 현실 미술작품은 어떤 식으로 판매/매매될 것인지 작품거래 방식도 아직은 탐색 단계다. 예를들어 어큐트 아트(Acute Art) 가상 갤러리(런던 소재)는 화랑 멤버십을 가진 사용자에게 월별 또는 년별 요금을 받고 VR 기기(각 회원 부담)를 통해서 작품 감상을 제공하는 회원제 매출 모델을 책정한다. 한편 덴마크에서 창업된 VR 제작 업체 코라 컨템포러리(Khora  Contemporary)는 작품 당 우리돈 약 1천 5백~5천 만 원 가량의 가격에 판매하고 작품 제작비용은 개인 컬렉터나 미술관 등 문화 기관의 투자에 의존하는 벤쳐캐피털 모델을 시험한다.

미술은 사물과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시야와 인지 전환을 유도하는 유용한 시각 매체여 왔다. VR 기술과 매체 도구를 미술 작품으로 활용하는 현대미술가들은 현실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상황 - 예컨대 중국 미술가 카오 페이는 세컨대 라이프 속 가상 RMB 씨티에 사는 아바타 차이나 트레이시로 화하여 칼 맑스, 마오쩌둥, 레닌 등 역사적 인물들과 대화를 나눈다. - 이나 현실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극한 상황이나 지독히 폭력성 강한 이미지 - 독일 멀티미디어 작가 크라스티안 레메르츠는 십자가에 못 박혀 불에 타는 예수의 모습을 가상 현실 비디오로 제작해 작년 베니스 미술 비엔날레에서 소개했다. - 를 여과없이 표현하곤 한다. 이런 VR 체험은 사용자에게 강렬한 몰입감을 주어 감각을 얼얼하게 자극하는데 그 결과 차후 사용자의 신체와 정신에 결국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지엔 대한 연구는 초기 단계다. 

스냅챗이 작년 가을 선보인 Art x snapchat 프로젝트 중에서 미국의 현대미술 조각가 제프 쿤스와 함께 한 VR 미술 프로젝트. 스냅챗 사용자들은 스마트폰 상의 스냅챗 앱을 통해서 제프 쿤스의 풍선 조각 작품 가상 이미지를 투영해 사진을 찍어 나눌 수 있다. Image: Art x snapchat video screenshot from Youtube.

그런가하면 증강 현실이 사용자들의 가상 세계 속의 공공 장소에 허가 없이 침입하고 장악하여 가상 현실을 기업들의 광고판이나 무법천지 낙서벽으로 전락시킬 우려도 있다. 가상 현실 속의 공간은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가상 현실 속의 공공 장소는 어떻게 사용될 것인가? 실제로 스냅챗은 작년 가을 현대 조각가 제프 쿤스의 의 풍선 조각 이미지를 스마트폰 앱으로 공공 외부 장소에 투영하고 사진으로 찍어 공유할  수 있게 하는 증강 현실(AR) 기술을 선보였다가 그같은 사회적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가상 현실 미술을 둘러싼 이 모든 법적・윤리적 논란과 토론이 계속될 것이다. 그동안 더 많은 유명 현대미술가들과 소프트웨어 테크 업체들은 디지털 테크 기술의 파도를 타고 VR과 미술의 협업을 계속해 나가며 미술시장과 오락산업 내 새 가치 창출과 VR 미술품 가격 발견의 기회로 삼을 것이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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