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인더스트리 4.0 시대는 어떤 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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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인더스트리 4.0 시대는 어떤 색일까?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17.08.2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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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을 찾아 외계인과의 조우를 그린 영화 '프로메테우스'에서 등장하는 AI로봇 '데이빗'.

대다수 은행의 브랜딩 로고는 대체로 파랑이다. 파랑색은 신뢰와 믿음을 주는 색이기 때문에 금융권 외에도 하이테크 분야 업계에서도 가장 많이 쓰이는 색이다. 식음료 분야 브랜드나 에너지 업체들은 녹색 로고를 사용하여 자연친화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소비자에게 신속정확하게 약속을 지키고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교통・통신・물류 관련 기업들은 노랑색을 써서 역동적인 긍정감을 전달한다. 그런가하면 사용자의 수많은 아이디어나 취향을 반영하는 기업이나 조직체는 청록적황 등 여러 색상이 골고루 섞인 로고를 채택하여 다양주의 철학을 표현하는데, 구글 검색엔진과 여러 이커머스 사이트들이 그런 경우다.

시각은 인간의 의식 변화에 가장 강력한 변화를 끼치는 5대 감각중 하나다. 특히 오늘날 현대인이 외부 환경을 인지하고 순간적인 소비결정을 내리기까지 90%의 경우가 시각적 요인에 의해 결판이 날 정도로 우리는 합리적인 판단에 의해서든 아니면 비합리적인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에 의해서든 일상생활 속에서 시각적 자극과 판단에 의존해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원칙은 우리가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인터넷에서 만나는 각종 업체, 조직체 및 플랫폼에 등장하는 로고 디자인과 사용자의 액션을 독려유도하는 명령 버튼 디자인에서도 적용된다고 한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전 유튜브(YouTube)와 구글(Google) 디자이너로 잘 알려져 있는 마크 헤미언(Marc Hemeon, Design Inc 창업자)은 2013년 웹 버튼 테스트(The Button Test)라는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잘 알려져 있는 유명 사이트들의 핵심 명령 버튼의 모양새, 색상 조합, 크기, 유니크한 아이콘 등 버튼 디자인 스타일 만을 보여주고 일반 사용자들에게 어떤 사이트인지 알아 맞추게 한 이 실험에서 웹 디자인은 기존의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및 그래픽 디자인에 못지 않게 일관성 있는 웹 사이트 아이덴티티 구축에 중요함을 입증해 보였다.

이 테스트를 통해서 또 입증된 시각적 통계 자료도 눈에 띈다. 예컨대 색은 우리 각기 다른 감정을 불러 일으켜서 사용 행위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우리가 웹 서핑이나 이메일이나 문서작업을 하는 동안 가장 흔하게 접하게 되는 3대 색상은 검정, 녹색, 파랑이다. 검정은 신뢰, 강인함, 신속정확성, 직업적・전문가적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특히 무역, 금융, 제조업, 럭셔리 분야의 대기업 조직의 기업 아이덴티티와 로고에 많이 이용되고, 녹색은 자연친화성과 성장을 상징하여 의학품, 과학, 교육, 정부부처 관련 사이트에서 자주 발견된다. 그런가하면 남녀 사용자 모두 사이에서 가장 인기도가 높은 청색은 차분함, 신뢰, 공평 같은 이미지를 주어 모든 업계와 분야에 걸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1960-70년대 서구의 우주시대 미학과 팝아트의 영향으로 미래주의 색상으로 각광받았던 주황색은 한때 미래 디지털 시대와 진보적 낙관주의를 상징하다가 최근 인더스트리 4.0 시대를 맞아 서로 각축하고 충돌하며 거대한 분량의 데이터와 네트워트로 연결된 4차 산업 시대를 은유하는 색상으로 활용되고 있다. 1970년 일본 전자제품업체 JVC가 선보인 Nivico 3240 포터블 텔레비젼은 1960-70년대 유행한 전형적인 우주시대 미학과 팝아트의 결합체다.

그래서 온라인 마케팅 조사 업체들은 사이트에 어떤 색과 모양으로 단추를 디자인하는가에 따라서 사용자들의 사용빈도와 참여도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활용한다. 특히 사용자의 행동을 독려하기 위하여 녹색과 빨강색 버튼을 실험을 한 결과 놀랍게도 ‘자연친화적’이고 신호등의 ‘전진’을 의미하는 녹색 버튼 보다 흥분, 열정, 경고, 신호등의 ‘정지’를 뜻하는 강렬하고 주의를 끄는 빨강색이 사용자의 전환율을 높이는데 더 효과적이었다. 적어도 인터넷 환경에서 사용자들은 직접적이고 단도직입적인 유도에 고무되어 행동으로 옮길 확률이 높아진다.

오늘날 전세계 대다수의 소셜미디어 사이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색은 단연 파랑색이다. 서로 조금씩 다른 채도와 명도를 띤 다양한 스펙트럼 안의 푸른색조는 오늘날 온라인 사이트 디자인계에서 색채의 제왕이다. 파랑은 하늘, 물, 잠, 이성적 사고를 상징해서 안전, 안정감, 믿음을 주는 색이라는 이유 때문에 웹 디자인계에서는 ‘열반의 색’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게다가 푸른색조는 화면 배경 속으로 흡수되어 웹 사용자가 보는 텍스트나 이미지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는 묘한 시각적 효과도 주기 때문에 사용자가 정보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효율의 색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흔히 공상과학 영화의 배경에는 푸른톤이 서려있거나 컴퓨터 화면이나 각종 첨단기기 인터페이스에 보이는 각종 정보는 푸른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실제로 두 공상과학영화광 디자이너 노에셀(Chris Noessel)과 셰드로프(Nathan Shedroff)가 쓴 책 ⟪과학소설에서 배우는 인터랙션 디자인(Make It So: Interaction Design Lessons From Science Fiction)⟫에서, 저자들이 1968년부터 2011년까지 나온 모든 공상과학영화를 분석한 결과 1970년대에 주황색, 적색, 황토색이 몇 차례 등장했던 경우를 제외하면 이들 영화에 등장한 테크놀러지 인터페이스는 전부 푸른색이었다고 한다.

2008년 개봉작 ⟪아이언맨(Iron Man)⟫ 중에서 주인공 천재 발명가 토니 스타크가 개발한 첨단전투복 허드(HUD) 인터페이스.

약 일주일 전인 5월 12일, 영국 국민건강보험의 전산망을 시작으로 워너크라이 랜섬웨어를 이용한 사이버 공격이 전 주말과 이주 초 전세계 컴퓨터를 위협했다. 이 랜섬웨어에 감염되어 컴퓨터 하드웨어 속의 데이터가 순식간에 암호화되어 접근불가능 해져서 업무가 마비된 피해 컴퓨터 화면을 지배한 색상은 다름아닌 경고(warning)와 경보(alert)를 상징하는 빨강색이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심볼색인 노랑은 돈을 내면 데이터를 복구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암시하며 사이버 공격 피해자를 유인한다. 아직은 불법단체의 음성적 거래로 활용되고 있는 비트코인이 머지않은 미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등에 업고 전자화폐 기술이 될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박진아 IT칼럼니스트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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