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중력' 환경서 기술 우위 선점...미래 먹거리 확보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보령에게 우주 헬스케어 사업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손에 잡히는 실체'다. 지구상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미세 중력(Microgravity)' 환경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의약품 인프라를 갖춘 기업으로 도약하면서다. 인프라 확보로 제조 기회를 선점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LBA(Legacy Brands Acquisition)' 전략을 실행하듯, 우주 공간 플랫폼을 바탕으로 헬스케어 서비스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포부다.
보령은 김정균 대표 주도 하에 2022년부터 우주 의학·헬스케어 분야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핵심은 민간 우주정거장 건설 기업 '액시엄스페이스(Axiom Space)' 직접 투자를 통해 파트너십을 맺고, 합작법인(JV) '브랙스스페이스(Brax Space)'를 설립해 우주 환경에서의 신약 개발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CIS(Care In Space)'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는 데 있다.
브랙스스페이스는 보령의 우주 진출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2023년 12월 보령과 액시엄스페이스가 공동 설립한 기업이다. 액시엄스페이스가 구축 중인 세계 최초 민간 우주정거장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내외 제약사와 연구기관이 우주 환경을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 역할을 맡는다.
국내외 바이오 기업의 단백질 결정화 실험, 세포 배양 등을 위탁 수행하거나 연결하는 업무도 담당한다. 우주에서 제조된 고순도 물질을 안전하게 지구로 수송·관리하는 우주물류 시스템 구축 지원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보령 측은 "액시엄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우주 환경에서의 실험 데이터를 선제적으로 축적할 수 있다"며 "이는 강력한 진입장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령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브랙스스페이스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취득원가 및 장부금액은 10억2000만원이다. 브랙스스페이스를 통해 발생한 매출은 약 280만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보령이 브랙스스페이스에 대해 가진 매출채권 역시 34만원으로 미미하다.
보령 측 관계자는 "우주 분야 사업 특성상 초기에는 연구 인프라 구축, 파트너십 체결, 실험 준비 등 선행 투자가 중심이 되는만큼 중장기적으로 성과가 가시화되는 구조"라며 "액시엄스페이스의 사업계획, 보령의 비전에 맞춰 향후 3~5년 사이 매출 발생이 시작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령은 글로벌 우주기업에도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액시엄스페이스가 발행한 약 770억원(장부금액 기준) 규모의 전환우선주(CPS)를 보유하고 있다. 전환우선주는 원금보호에 유리하고 보통주 전환 시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지만, 이 같은 투자 목적보다 글로벌 우주 인프라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장기 협력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강조한다.
우주의학 연구, 실험 인프라 활용, 공동 프로젝트 추진 등에 이 같은 투자가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보령 측은 "주식 전환에 따른 단기 재무적 이익을 기대하는 투자가 아닌, 우주 사업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과 파트너십을 추구하는 투자"라며 "향후 우주 헬스케어 시장이 열릴 때 전 세계 바이오 기업들이 통과해야 하는 '우주판 허브(Hub)'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는 우주 사업 진출에 좀 더 적극적이다. 비상장 기업 '스페이스X'의 기업 가치는 2024년 말 약 2100억달러에서 최근 2500억달러까지 뛰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우주 기업을 핵심 포트폴리오로 편입하게 된 배경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에 상륙한 스타링크코리아가 위성 통신 서비스를 개시한 후, 우주 사업은 '손에 잡히는 실체'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증권가는 스타링크와 원웹(OneWeb)의 협력 수혜로 위성 안테나 1위 기업 인텔리안테크의 올해 매출,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대비 27%, 227% 각각 오른 4054억원, 391억원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도 앞다퉈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 머크(MSD)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키트루다의 고순도 결정화에 성공한 후 상업용 우주 제조라인 구축을 협의하고 있다. 일라이릴리(Eli Lilly)도 미세중력을 활용한 신규 당뇨·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의 결정 구조 분석을 진행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AZ) 역시 우주에서 줄기세포 배양 등 재생 의학 및 단백질 치료를 고도화하기 위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보령의 글로벌 우주 비즈니스 상업화 흐름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스페이스X가 운송과 통신을 선점했다면, 보령은 의료 기술을 통해 '삶의 질'을 점유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에서도 우주와 헬스테크의 결합이 본격화, 신규 시장이 창출되면 보령이 해당 섹터의 대장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비즈니스리서치 컴퍼니에 따르면 우주의학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13억3000만달러에서 2030년 24억달러로 두 배 가까이 뛸 예정이다. 연평균성장률은 12.5% 수준이다. 민간 우주 관광 활성화에 따라 일반인 탑승객의 건강·안전 관리 수요가 급증하면서다. 미세중력을 활용한 고순도 의약품 제조 및 3D 바이오 프린팅 시장은 연평균 23.7% 수준으로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보령 측은 "개별 프로젝트의 세부 내용이나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최근 우주 환경에서의 생명과학 연구 수요와 실험 인프라에 대한 글로벌 논의가 빠르게 확대되는 만큼 적절한 시점에 빠르게 사업 현황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보영 기자 re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