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BA' 전략 안착으로 수익 구조 개선 시동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보령이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성분명: 피마사르탄)' 약가 인하 취소 소송에 따른 리스크를 일부 털어내며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자체 생산에 들어간 세포독성 항암제 '탁소텔(Taxotere, 성분명: 도세탁셀)'의 글로벌 인허가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자체 생산 전환을 완료한 항암제 라인과의 시너지로 올해 이익 극대화의 원년을 맞을지 주목된다.
보령은 지난 13일 정부를 대상으로 한 카나브 약제 급여 상한금액 인하처분 취소 소송에서 패소해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적자로 전환됐다고 정정 공시했다. 판결 직후 약가 인하에 따른 소급분을 충당부채로 선반영하며 4분기 매출액, 영업이익이 기존 공시보다 각각 187억원, 205억원 줄어든 결과다. 이에 따라 지난해 온기 실적도 매출 1조360억원에서 1조174억원, 영업이익 855억원에서 651억원으로 조정됐다.
증권가는 이번 약가 인하 패소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하면서 높아졌던 기대감을 낮추며 단기적인 주가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항소, 집행정지 신청 등 추가 절차가 남아 있는데다 환수 가능 금액 200억원을 충당부채로 즉시 반영해 재무 불확실성을 털어낸 점은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약가 인하 등 외부 요인을 제외하면 카나브 신약은 확고한 입지를 다져가는 모양새다. 10일 공시에 따르면 본태성 고혈압과 원발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동시에 치료하는 카나브 4제 'BR1018'은 임상 3상에서 유효성, 안전성을 모두 입증했다.
피마사르탄 단독요법으로 혈압 조절이 충분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병용요법을 평가한 결과, 대조군 대비 혈압과 LDL-콜레스테롤 지표 모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전체 시험대상자 가운데 8.67%에서 이상 사례가 보고됐으며 중대한 이상사례, 사망사례는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임상 가치와 브랜드 인지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글로벌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을 인수하는 'LBA(Legacy Brands Acquisition)' 전략 등 이익을 내재화하기 위한 시도가 올해부터 매출로 이어지는 만큼 기업가치가 회복될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LBA 전략은 도입 초기 원 개발사에서 약을 수입해 판매하지만, 이후에는 기술이전을 통해 자체 생산으로 전환해 이익을 늘릴 수 있는 방식이다. 가루약 등 기존 제형을 액체주사 등 편의성을 높인 제형으로 전환해 제품 수명을 늘리고, 약가를 방어하는 전략도 LBA의 일환이다. 의료진, 환자 등이 10~20년 넘게 사용하며 검증을 마쳤기 때문에 추가 마케팅 비용이 적고 매출이 일정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은 약품을 자체 생산 방식으로 전환하면 매출총이익률이 기존 20~30%대에서 60% 이상으로 두 배 가까이 뛸 것으로 예상된다. 위탁개발생산(CDMO) 방식으로 오리지널 약을 직접 생산하며 쌓은 품질 경쟁력을 해외 제약사의 약을 대신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전환하면 수익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보령은 최근 5년간 항암제 분야를 중심으로 LBA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왔다. '젬자(Gemzar)'와 '자이프렉사(Zyprexa)'를 각각 2020년, 2021년 인수해 각각 제형 출시와 생산 전환에 들어갔다. 2022년 인수한 폐암 치료제 '알림타(Alimta)'는 액상 제형을 출시했다. 보령 측은 "지난해 7월에 알림타 자사생산 전환을 완료하면서 그동안 인수해온 젬자, 자이프렉사, 알림타의 자사생산 전환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보령, SK증권이 자체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항암제 3개 품목의 2024년 매출액은 681억원, 매출총이익은 301억원, 매출총이익률은 44.2%를 기록했다. 알림타의 자사 생산 전환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공급된 일시적 출하 물량이 반영된 수치다. 매출총이익률은 2025년 9월 기준 60.6%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보령 공장의 재고자산 규모는 2285억원이다. 153억원의 유형자산 취득액 중 100억원은 '건설 중인 자산'이다. 필요에 따라 수시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설비 투자를 집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라인에 글로벌 CDMO 물량까지 포함되면 공장 전체의 고정비가 분산돼 제품당 제조 원가는 더욱 낮아질 수 있다"며 "이는 약가 인하 등으로 줄어든 매출을 메우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로부터 탁소텔의 19개국 판권을 인수해 이익의 '퀀텀 점프'를 노리고 있다. 탁소텔 글로벌 판매와 인허가, 승인 직후 즉시 공급할 초도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예산 공장을 설립해 가동에 들어가면서다. 보령 측 관계자는 "초기 단계라 구체적인 인허가 시점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탁소텔이 올해 매출을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보영 기자 re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