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차량용 반도체 인증 … 자동차 전장 넘어 반도체로 ‘하이닉스의 눈물’ 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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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차량용 반도체 인증 … 자동차 전장 넘어 반도체로 ‘하이닉스의 눈물’ 씻을까
  • 이준용 기자
  • 승인 2022.05.0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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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TUV 라인란드 ISO26262 인증 취득 … “차량용 반도체 본격 진출”
기능 안전성 최고 수준 인정받아 … “글로벌 완성차 업체 요구 맞출 것”
“자동차 전장 산업 미래 먹거리지만 반도체 사업 재진출로 봐야” 의견도
LG의 ‘반도체 눈물 20년’ 차량용 반도체로 지울 수 있을까
LG전자 SIC센터장 김진경 상무(왼쪽)가 TUV 라인란드 코리아 프랭크 주트너 대표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LG전자]
LG전자 SIC센터장 김진경 상무(왼쪽)가 TUV 라인란드 코리아 프랭크 주트너 대표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LG전자]

LG전자, 차량용 반도체 기술 인증 … 구광모 체제 전장 산업 ‘성과’

LG전자가 차량용 반도체를 발판으로 반도체 산업에 재진출한다. LG전자는 5일 독일 시험·인증 전문 기관인 TUV 라인란드(TÜV Rheinland)로부터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ISO 26262’ 인증을 받으며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본격 진출을 알렸다. 1999년 IMF 여파로 현대전자에 반도체 부문을 매각하며 눈물을 삼켰던 LG가 반도체 산업에 다시 둥지를 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ISO 26262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차량에 탑재되는 전기·전자 장치의 시스템 오류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제정한 자동차 기능 안전 국제표준규격이다. LG는 이번 인증 획득으로 전자제어장치(ECU),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전력관리반도체(PMIC)와 같은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특히 LG전자는 이번에 ISO 26262에서 정의하고 있는 자동차 기능 안전성 가운데 최고 수준인 ASIL(자동차안전무결성수준) D등급의 부품 개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는 LG전자가 A등급부터 D등급까지 모든 등급의 반도체를 설계하고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ASIL은 사고의 심각도, 발생빈도, 제어 가능성 등에 따라 최저 A등급에서 최고 D등급까지 4단계로 구분된다. D등급은 1억 시간 동안 연속 사용했을 때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고장을 1회 이하로 관리하는 가장 엄격한 등급이다.

LG전자는 자동차 부품의 기능 안전성 인증뿐 아니라 인증 대상을 계속 확대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요구하는 기능 안전 수준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인증서 전달 기념식에 참석한 TUV 라인란드 코리아 프랭크 주트너(Frank Juettner) 대표는 “LG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기능 안전성까지 확보해 앞으로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G전자 SIC센터장 김진경 상무는 “빠르게 IT기기화 되고 있는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차량용 반도체의 기능 안전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개발할 수 있는 체계와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 전장 산업 넘어 반도체로? … 커지는 기대감

LG의 이번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자동차 전장 사업에 대한 구광모 회장의 공격적인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다. LG는 전장 사업부문에서 LG전자 자동차부품솔루션(VS)사업본부(인포테인먼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전기차 파워트레인), ZKW(자동차 조명) 등을 앞세워 전기차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들을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차량용 반도체는 단순히 ‘자동차’에만 국한된 포석이 아니라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전장 산업이 미래 먹거리라는 것은 분명하다”며 “LG가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자동차 전장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반도체에도 도전할 줄은 솔직히 몰랐다”고 밝혔다. 그는 “차량용 반도체는 자동차 전장 사업만을 염두에 둔 수가 아니라고 본다”고도 언급했다. LG가 반도체 자체에 눈독을 들인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한 LX그룹 계열사인 LX세미콘(전 실리콘웍스)이 지난해 하반기 LG전자의 SIC센터 인력과 자산을 이관해줄 것을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았다는 소식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SIC센터는 LG전자에 남아있는 유일한 반도체 관련 개발 조직인데, LG가 LX세미콘의 요청을 거절한 것은 구광모 회장의 결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난 2월 이 소식이 알려졌을 당시 업계에서는 LG그룹이 반도체 사업에 미련이 남았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LG의 아픈 손가락 ‘반도체’ … IMF로 놓아야 했던 SK하이닉스의 기억

LG의 반도체 사업 도전은 1979년 대한반도체 인수와 함께 시작됐다. 지금은 고인이 된 구본무 회장이 금성일렉트론을 설립하면서 반도체 사업이 본격화됐고 1995년 그룹 사명을 LG로 바꾸면서 금성일렉트론도 LG반도체로 사명을 변경했다.

그러나 LG는 IMF 외환위기와 함께 반도체 사업을 포기하게 된다. LG그룹에서는 반도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봤으나 정부의 요구로 1999년 현대전자에 LG반도체를 넘겨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고 구 회장은 반도체 부문을 반강제로 매각하며 크게 상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LG반도체를 인수한 현대전자는 2001년 유동성 위기로 반도체 부문을 하이닉스반도체로 계열 분리했고, 하이닉스는 다시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채권단 관리를 받으며 2011년 SK그룹에 매각돼 현재의 SK하이닉스가 됐다. SK하이닉스가 위기를 딛고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 거듭나면서 LG의 쓰라림은 더 커지고 말았다.

SK 하이닉스 공장 [사진 제공=SK하이닉스]
SK 하이닉스 공장 [사진 제공=SK하이닉스]

한편 LG그룹은 2017년 반도체 웨이퍼 생산회사인 LG실트론을 SK그룹에 매각했고 지난해 5월 실리콘웍스(현 LX세미콘)가 계열 분리되면서 LG그룹은 반도체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이러한 역사 때문에 LG그룹에게 반도체는 뼈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무엇보다도 반도체가 21세기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글로벌 전자업체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LG의 경쟁 대기업인 삼성과 SK가 각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세계 굴지의 반도체 기업으로 키워내며 인정받고 있기에 LG의 상처는 더 클 수밖에 없었다. LG의 이번 차량용 반도체 도전이 단순한 자동차 전장 사업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이준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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