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I 가치기반의 새로운 정년 모델 필요: 재고용, 단계적 연장 등 기업의 자율적 선택, 임금체계 개편
내년부터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이는 인구 구조의 큰 변화를 의미한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노동인구의 연령 구성도 바뀌고 있다. 중장년층과 고령층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젊은층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노동력 부족이 우리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60세 정년제는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에는 정년 연장이나 재고용 등 다양한 형태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2021년부터 기업들에게 70세까지 고용 노력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가치관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사회도 다양성, 공정성, 포용성 관점에서 정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DE&I 가치와 정년의 상충
DE&I가치관은 조직 내부의 다양한 인적 자원을 존중하고, 각자의 차이점을 인식하며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관과 정년제도의 상충이 발생하고 있다.
우선 연령 차별 문제가 있다. 많은 회사들이 정년을 맞은 경력자들을 고용하지 않거나, 고용해도 적은 급여를 지급하며, 승진 기회나 교육 기회를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차별은 경력자들의 자신감을 약화시키고, DE&I(다양,공정,포용) 가치관과 상반된다.
경험 손실 문제도 있다. 정년이 되면서 조직에서 떠나는 경력자들은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조직 내부에 전달하지 못하고 떠나게 된다. 이는 조직 내부의 지식 전달과 발전을 막을 수 있으며, 조직의 성과와 생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노동력 부족 문제도 있다. 한국에서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앞으로 노동인력 부족으로 인해 기업은 적극적인 고용활동을 전개하지 못하게 되고, 정년자까지 활용하지 못할 경우, 인력 문제가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청년일자리 감소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경력자들이 조직 내부에 머무르면서 청년들이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이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학계연구에 따르면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 60세이상 정년 의무화로 인해 민간사업체에서 고령층일자리는 증가한 반면 청년층 일자리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 부담가중 문제도 있다. 정년 연장을 통해 경력자들을 유지하는 경우, 기업은 그만큼 더 많은 인건비를 지불해야 한다. 기업측면에서는 연공형 임금 체계와 맞물리며 생산성의 증대없이 임금과 간접노동비용 부담을 가중시킨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직무와 능력 기준의 임금 체계 개편이 선행되지 않는 정년 연장 논의는 젊은층의 일자리 감소와 기업에 부담을 줄 것이다.
DE&I 가치기반의 새로운 정년 모델 필요
정년은 미국, 일본, 유럽 등 많은 국가에서 사회적, 경제적, 법적인 이유 등으로 정년폐지, 재고용, 정년연장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시대적 변화 등에 맞추어 기업 내부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는 DE&I 가치관을 바탕으로, 정년의 개념을 재검토하는 움직임도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부응하여 우리사회에도 다양한 연령대의 근로자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야 하겠지만 다음 3가지 사항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첫째, 기업들은 조직구성원들이 나이, 성별 등에 차이없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포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60세 이상의 나이를 기준으로 능력과는 관계없이 획일적인 잣대로 정년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 하지만, 이를 법적으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자율적으로 종사원의건강 상태, 업무 능력 등을 고려하여 재고용, 정년연장 등 개인별 맞춤형 제도로 운영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능력 기반 평가 및 임금체계로 개편되어야 한다. 능력과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연공급에서 직무급 등 지속가능한 임금체계로 개편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존의 연공서열 기반 평가 체계에서 벗어나, 능력과 성과가 있다면 나이에 관계없이 조직구성들이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평생 학습 지원 및 멘토링이다. 60세 이상의 조직구성원들이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변화와 기술적인 발전에 적응할 수 있도록 평생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자신의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학습 경험은 이들의 자신감과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60세 이상의 조직구성원들은 자신들의 경험과 지식을 젊은 직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젊은 직원들은 더욱 효과적인 업무 수행 방법을 배우고, 더욱 전문적인 업무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이처럼 DE&I 관점에서 정년 제도는 단순히 연령을 기준으로 노동을 제한하거나 연장할 것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과 역량을 중시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시대변화에 맞게 정년 제도를 선택, 운영한다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 시민들이 함께 정년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영도 상명대 교수/ESG전문가 bizstar203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