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전자투표제도' 도입 서두르는 식품업계... 실효성 문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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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배구조] '전자투표제도' 도입 서두르는 식품업계... 실효성 문제 없나?
  • 이용준 기자
  • 승인 2022.02.10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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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 올해 정기주총서 전자투표제 시행
농심·오리온 측 "올해도 전자투표제 시행 예정"
실효성 문제 해결과제, 설명청구권 요구 목소리도

최근 식품업체들이 잇따라 주주총회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전자투표제는 소액주주의 의결권 강화를 통한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신규투자자 유인 효과가 있다. 다만 전자투표제를 시행해도 실제 의결권 행사률은 굉장히 낮은 만큼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 <녹색경제신문>이 전자투표제의 기능과 한계를 간략하게 짚어본다.

최근 기업지배구조 개선 일환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식품업계가 늘고 있다. [그래픽=이용준 기자]
최근 기업지배구조 개선 일환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식품업계가 늘고 있다.
[그래픽=이용준 기자]

식품업계, 도입 속도내는 ‘전자투표제’는 무엇인가

전자투표제는 주주의 의결권 보장을 위해 2009년에 첫 도입된 제도다. 스마트폰으로 간편한 참여가 가능해 ‘손안의 주총’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전자투표제를 거버넌스 관점으로 보면 소액주주들의 권리 확장을 통해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시도다. 기업 경영인과 이해관계가 깊은 대주주 혹은 기관투자자의 소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문제시되면서 기업 감시를 위한 대안책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 하지만 실제 기업들은 대주주의결권 3% 제한(3% 룰)에 따른 의결권 미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전자투표제를 도입해왔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대규모 현장 주총이 어려워지자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공시대상 상장사 274개 중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216개로 78.9%에 달한다. 이에 보수적인 경영 관행으로 잘 알려진 식품업계도 잇따라 전자투표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올해 식품업계 주총 키워드로 '전자투표제' 도입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 생활경제와 밀접한 식품업인 만큼 식품업체의 ESG경영은 기업 평판과 직결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자투표제를 시행중이거나 예정인 식품업체는 7곳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양식품, 롯데제과는 오는 3월 주주총회(주총)에서 전자투표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농심과 오리온, CJ제일제당도 작년에 이어 올해 주총에서도 지속 시행할 방침이란 입장이다.

농심은 지난 주총에서 전자투표제를 처음 도입하고 삼성증권에 관리업무를 위탁했다. 오리온도 2019년부터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주주 의결권 행사의 편의성을 제고한다는 설명했다. CJ제일제당도 CJ그룹 8개 상장사와 함께 전자투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관해 농심 관계자는 10일 <녹색경제신문>에 “올해 주총에서도 전자투표제를 시행한다”며 “ESG경영 차원에서 앞으로도 지속 시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오리온 관계자도 “올해 주총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자투표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양식품도 지난 9일 자기주식 매입, 배당금 상향과 더불어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주주친화적 경영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삼양식품은 오는 3월 23일로 예정된 정기주총에서 전자투표시스템을 통해 소액주주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유도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앞으로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주주친화 정책을 검토해 도입할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내실 있는 성장, 투명한 경영, 사회적 책임 실현을 통해 기업가치를 꾸준히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실효성 문제는 해결과제…’설명청구권’ 요구 목소리도

이처럼 비대면 주총이 주목받으면서 업계 전반에 전자투표제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주비중은 여전히 낮아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K-VOTE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 수(843개사, 22억4000만주) 비율은 4.67%에 불과했다. 기관투자자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예고하면서 의결권 행사 비중도 최대 9%까지 증가할 전망이지만 소액주주들의 참여율은 여전히 저조하다.

이처럼 의결권 행사 비중이 낮은 이유는 소액주주들이 단기투자와 분산투자를 지향하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단기차익이 중요하다보니 중장기적인 기업목표를 설계하는 주총에는 관심이 적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반투자자의 ‘정보 비대칭’ 문제가 근본적인 이유라고 지적한다. 일반 소액주주들은 대주주와 기관투자자들에 비해 경영의 핵심 정보를 취급하기 어렵다는 것.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일반투자자는 기업경영에 관련한 사전 정보를 알기 힘들어 이사 선임 등 주요한 안건에 대해서 입김을 내기 어렵다”며 “일반 투자자의 참여율을 제고하려면 전자투표제 도입뿐 아니라 정보 불균등 문제를 해결하는 등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처럼 기업 내부 관계자와 일반투자자간 정보 불균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명청구권’을 명시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전자투표제를 통한 의결권 확대를 넘어 투표를 위한 정보 취급 역량도 함께 확장하자는 의견이다. 이를 위해 현행 상법상 명시되지 않은 설명청구권을 규정해 소액주주가 임원급에게 답변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자는 논리다. 

한편 주주주권론을 전제한 전자투표제 자체가 ESG경영과 근본적으로 맞지 않다는 급진적인 주장도 있다. ESG경영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만큼 기업에 대한 발신 창구도 주주를 넘어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까지 포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 구조가 복잡해지고 투자관계도 다변화된 만큼 의결권 행사 창구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ESG경영 일환으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정교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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