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서 '反中 반도체 동맹' 거론될 전망…업계 지각변동 가능성에 삼성·SK '긴장'
상태바
한미정상회담서 '反中 반도체 동맹' 거론될 전망…업계 지각변동 가능성에 삼성·SK '긴장'
  • 장경윤 기자
  • 승인 2021.05.04 15: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 개최 예정…안보, 코로나19 관련 이슈와 더불어 반도체 산업 거론될 전망
- 반도체 비롯한 핵심 사업서 중국 배제한 공급망 구축 강조하는 바이든 대통령…한국과 삼성·SK 등 동참 지속 요구
- 양 국 중심 화두에서 입장차이 달라…막대한 중국 시장 영향력도 무시 못해 업계는 난감한 상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CNN 캡쳐]

이달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간의 한미정상회담을 두고 반도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사업에서 구축 중인 '반중(反中) 연맹'에 한국을 적극 끌어들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에 따라 반도체 업계의 사업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시장에서 매우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어느 한 쪽이라도 공급망이 끊기게 되면 심각한 타격이 발생할 것"이라며 "모두가 한미정상회담과 미중 갈등 이슈를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1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한미동맹, 한반도 비핵화, 반중전선 구축, 코로나19 대응 문제와 더불어 '반도체'에 대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종합반도체(IDM) 업체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반도체 산업은 현재 전 세계 외교 분야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취임 초기부터 강고한 반중 태도를 유지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배터리·희토류·의약품 등 4대 핵심 산업에서 중국의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적인 공급망 체계를 구축하는 전략을 펼치면서 부터다.

지난달 12일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한 손에 반도체 웨이퍼를 집어 든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배터리·광대역통신망 등이 21세기의 인프라다"며 "이를 통해 미국은 다시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견제의 뜻을 명확히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공산당이 반도체 공급망의 방향을 바꾸고 이를 지배하기 위한 공격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는 미 상원·하원의원들의 서한을 공개했다.

당시 회의에는 삼성전자와 TSMC를 비롯해 인텔, 알파벳, AT&T, 커민스, 델, 글로벌 파운드리 등 19개사가 참석했다. 이들 기업으로서는 "미국의 편에 서는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를 끊으라"는 압박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반중 연맹 구축 전략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다시 한 번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대만 TSMC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대만과 더불어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반드시 필요한 국가다.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에 이어 한국을 두 번째 대면 정상회담 국가로 선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反中 반도체 동맹 현실화될까…'샌드위치' 신세인 반도체 업체들은 긴장

그러나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미국 간의 반도체 동맹이 현실화되기에는 여러 '난항'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우선 양 국의 기본적인 입장이 다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견제와 북한 비핵화에 강조점을 둔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 19 백신 확보와 미·북 대화 재가동,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 등을 우선 순위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문 정부는 미국의 지속적인 안보 다자협의체 참여 요구에도 '균형 외교'를 중시하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미국은 이를 의식하듯 지난 3월 외교·국방 2+2 장관회담에서 일본과는 대중 견제를 논의하면서도, 한국에는 중국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처럼 확고한 동맹 체제 구축을 원하는 미국과 균형 외교를 중시하는 한국의 입장 차이가 한미정상회담을 별다른 소득 없는 논의로 끝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미중 갈등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에 처해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반도체 총 수출액은 95억7000만 달러로 중국은 이 중 57억3000만 달러를 차지했다. 약 60%에 달하는 비중이다.

삼성은 지난해 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103조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중국 매출은 전체의 3분의 1 수준인 31조원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총 32조원 가량의 매출에서 중국(12조2200억원)의 비중이 38%에 달한다.

이들 기업의 반도체 생산기지가 중국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낸드플래시와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여기에 시안2공장이 추가 가동되면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생산능력은 총 생산량의 40%에 해당하는 13만장으로 늘어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와 충칭에 파운드리 공장을 두고 있다. 아울러 파운드리 전문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는 충북 청주 공장의 반도체 장비를 전량을 우시 합작법인으로 매각해 현지로 이전하기로 하는 등 중국 파운드리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뜻 미국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했다가는 중국으로부터 어떠한 불이익이 가해질 지 모른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특히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의 추가 증설을 검토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더욱 난감한 처지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현재는 물론 향후 사업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국가 간 갈등에서 기업이 취할 수 있는 대응이 많지는 않지만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