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한국에선 '탈원전', 북한에는 '원전 건설'...K원전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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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한국에선 '탈원전', 북한에는 '원전 건설'...K원전의 민낯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2.0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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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공개 문서에 북한에 원전 건설방안 실려...신한울 3ㆍ4호기 완공해 북한에 전력 보내는 방안도
- 탈원전으로 국내 원전업계 '만신창이'...원전업계 깊은 좌절감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삭제한 파일 목록이 공개되며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정부가 북한에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주려고 한 정황이 나왔다. 한국에서 탈(脫)원정 정책에 올인하는 반면 북한에는 원전건설을 도와주려 한 이해못할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산업부 직원들이 2018년 5월에 작성했다가 나중에 삭제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문건에는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경수로 부지로 내정했던 장소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이 있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 원전을 폐쇄하고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 원전 게이트를 넘어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이적행위"라고 규탄했다. 

신희동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은 1월 31 브리핑에서 해당 문서의 내용에 대해 “북한 지역 뿐 아니라 남한 내 여타 지역을 입지로 검토하거나, 남한 내 지역에서 원전 건설 후 북으로 송전하는 방안을 언급하는 등 그야말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아이디어 차원의 다양한 가능성을 기술하고 있다”며 “이 문서는 추가적 검토나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이 그대로 종결됐다. 따라서 이 사안은 정부 정책으로 추진된 바 없으며, 북한에 원전 건설을 극비리에 추진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금일 추가로 드러난 내용은 문건 안에 신한울 3ㆍ4호기를 완공해 북한에 전력을 보내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울 3ㆍ4호기는 2015년 건설이 확정돼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준공될 예정이었으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2017년 10월부터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야당은 “정부가 탈원전을 하겠다며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 신한울 3ㆍ4호기 공사를 세워놨는데 북한 전력지원을 위해 이를 다시 완공하겠다는 발상은 단순히 실무진의 아이디어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며 "청와대 차원의 강력한 정책 의지가 반영되지 않고선 나올 수 없는 내용”이라며 맹공을 가하는 형국이다.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 4호기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 4호기

 

탈원전으로 국내 원전업계 '만신창이'...원전업계 깊은 좌절감

국내 원전업계는 이같은 사실에 깊은 좌절감을 드러내고 있다. 탈원전으로 국내 원전 생태계를 파괴시켜놓고 북한에는 원전을 건설한다는 얘기 자체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생태계 보존과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것이 문 정부 '탈원전' 정책의 가장 중요한 명분이었다. 북한에 원전건설을 지원하게 되면 환경오염 명분은 힘을 잃는다. 지리적으로 인접해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원전사고가 터지면 남한까지 심대한 환경적인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국내에서 탈원전을 시행하며 원전 생태계를 '고사' 직전 상태로 몰아넣었으면서 북한에 원전을 건설한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도 원전업계는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탈원전 기조를 내건 문재인 정부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원전은 세계적으로 기술력과 안전성을 인정받는 원전 강국이었다. 40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지닌 한국 원전은 앞서 100년 넘게 기술을 개발해온 미국, 프랑스,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해 경쟁했다. 그 성과는 UAE 바라카 원전 수주로 이어졌다. 

하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6기의 건설이 백지화됐고, 7000억원을 들여 개·보수를 마친 뒤 계속 운영될 예정이었던 월성 원전 1호기는 조기 폐쇄됐다. 태양광·풍력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할 것이라는 에너지 전환 정책이 추진되며 국내 원전 생태계는 급격히 무너졌다.

‘한국 원전의 메카’인 창원 지역에서는 중소 협력 업체들이 이미 고사상태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원전 업계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경남 소재 270여 원전 협력 업체의 매출은 2016년 16조원대에서 2018년 10조원대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고용 인원은 2만3000명에서 1만9700명으로 14% 감소했다. 국내 마지막 건설 원전인 신고리 5·6호기 납품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지난해 매출과 고용 인원은 훨씬 더 심각한 감소세를 보였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탈원전으로 원전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하자 해체 산업을 키워 업계 숨통을 터주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고리 1호기를 2032년까지 국내 기술로 해체한다는 게 목표지만 기술력이 부족한데다 이미 고사상태인 원전업계가 원전해체 산업으로 수익을 낼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두산그룹도 사실 탈원전이 위기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지난 4월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탈원전·탈석탄으로 인한 두산중공업의 미래 수익 상실 규모는 10조원에 이른다.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6기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매출 7조~8조원이 증발했고, 이미 7000억원을 투입해 핵심 기기 사전 제작을 마친 신한울 3·4호기 원전의 공사가 중단되면서 대규모 매몰 비용이 발생했다. 일감이 없어지면서 가동률이 급격하게 떨어졌고, 두산중공업은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두산그룹 위기를 촉발시켰다. 

한전도 탈원전으로 막대한 적자를 떠안았다. 한전은 탈원전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인 지난 2017년 4조95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2018년 2080억원 적자에 이어 2019년에는 1조276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원전이용률을 높히면서 얻어낸 실적개선이다. 

탈석탄 정책 가속화와 전력 판매 수익 악화로 발전 공기업 5개사의 실적도 악화일로다. 이들 5개사는 올해 총 1조3000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발전 공기업 5개사가 각 이사회에 보고한 예산운영계획에 따르면 올해 발전사별로 2000억~3000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이 예상된다.

탈원전 이후 원전 수출도 사실상 '제로'다. 이미 수주해놓은 바라카 원전도 규모가 축소됐다. 바라카 원전은 한수원의 APR1400으로 구성돼 준공 후 유지보수와 고장 수리 등의 업무를 맡는 장기정비계약(LTMA) 역시 한수원의 단독 수주가 예상됏지만 단독·일괄수주에 성공하지 못했다. 기간도 전체 사업예상 기간(10~15년)보다 적은 5년으로 축소됐다. "탈원전하는 국가에 원전 일감을 맡기겠느냐"는 얘기는 이미 공론화 됐다. 

이렇게 탈원전의 폐해가 막심한 상황에서 북한에 원전 건설을 지원하자는 시나리오는 원전업계를 공분케 하고 있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원전을 없애고 생태계를 고사직전으로 몰아넣더니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깊은 좌절감을 느낀다"며 "그토록 안전하지 않다며 탈원전을 주장한 정권이 북한에 원전을 지어준다는 것은 정치적 의도로 탈원전을 주장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여민1관 3층 영상회의실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버려야할 구시대의 유물같은 정치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길 바란다”고 밝혔다. 

야권은 문 대통령의 직접 의혹 해명을 요구하면서 거부시 국정조사와 특검 추진 등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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