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마스크 쓰고는 싶지만’... 저소득·노년층, ‘미세먼지 대책 사각지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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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마스크 쓰고는 싶지만’... 저소득·노년층, ‘미세먼지 대책 사각지대’ 우려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9.03.06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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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부족에 1회용 마스크 가격도 부담’... 재난 약자에 ‘마스크 지원 필요’ 주장 제기
1주일째 미세먼지가 비상이지만, 미세먼지 대책에 소외된 ‘재난 약자’들은 여전히 맨 몸으로 미세먼지와 싸우고 있다. 사진은 미세먼지 비상조치가 내려진 서울 강남구 전경.

일주일 째 전국을 뒤덮은 미세먼지 공포에 모든 국민들이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구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익숙한 풍경이 된 거리의 마스크 행렬 속에도 노년층과 저소득층은 보건용 마스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가격이 부담돼, 방한용 마스크를 사용하거나 아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 ‘재난 약자’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유한킴벌리가 시장조사기관 오픈서베이와 함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6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황사·미세먼지 차단용으로 가장 적합한 보건용 황사마스크의 등급을 묻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는 답변(33.4%)에 이어 미세먼지 차단 효율이 가장 높은 KF99 황사마스크를 선택한 응답자가 30.7%로 높은 응답률을 보여, 응답자의 과반수가 보건용 황사마스크의 KF(Korea Filter)등급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용 황사마스크는 황사나 미세먼지와 같은 입자성 유해 물질이나 감염원으로부터 호흡기 보호를 목적으로 한 ‘의약외품’으로, 입자 차단 성능에 따라 KF80과 KF94, KF99로 구분된다. ‘KF’ 문자 뒤에 붙은 숫자가 클수록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더 큰데, 자칫 숨쉬기가 어렵거나 불편할 수 있다.

서울시 노원구에 거주하는 박모씨(73세, 여)는 “마스크를 살 때 숫자를 보지는 않고, 약국이나 편의점에 있는 마스크 중 두꺼운 것을 구입한다”면서 “아무래도 두꺼워야 좋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렇듯, 노년층을 중심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감은 높아가는 반면, 이를 막기 위한 수단인 ‘보건용 마스크’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확산되지 않은 상태다. 또 개인의 호흡량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KF99를 고집해 오히려 호흡에 문제가 발생하는 일도 종종 있다.

유광하 건국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보건용 마스크를 선택할 때 무조건 차단 성능이 높은 마스크를 고집하기 보다는 황사·미세먼지 발생 수준과 개인의 호흡량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특히 고령자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은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마스크 사용여부를 결정할 것을 권장하고, 체중 대비 호흡량이 많은 어린이나 임산부는 사용상의 주의사항을 숙지해 사용하며 착용 중 호흡 등에 불편함이 있다면 즉시 벗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편, 마스크 관련 정보와는 별개로 생활고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하거나, 1회용 보건용 마스크를 세척해서 쓰는 이른바 ‘재난 약자’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소도시에서 폐지를 수거하는 것으로 생계를 해결하는 A씨는 기초연금과 폐지 수거 소득을 합쳐 약 30~40만원으로 한 달을 나고 있다. 6일 미세먼지 비상경보 상황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A씨는 “하나에 2000원 가까이 하는 마스크를 매번 사는 것은 내 처지에 말도 안 되고, 빨아서 쓰면 효과가 없다고 해서 아예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하는 B씨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 B씨의 경우는 “마스크를 착용하면 무전기 감도가 떨어져 의사소통이 어렵고, 시야도 좁아져 더 위험한 것 같다. 회사에서 지급하니까 들고는 나오지만, 업무 효율상 쓰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생계 등의 이유로 미세먼지 습격에 대책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규정해 ‘재난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에서는 미세먼지를 재난에 포함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될 경우 정부의 비상저감조치 이행 합동 점검 강화와 비상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 등이 가능해지지만, ‘재난 약자’를 위해 마스크를 무상으로 공급한다는 조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식약처는 미세먼지·황사가 심할 때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되 외출 시에는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은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후에는 반드시 얼굴과 손발을 깨끗이 씻는 등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에서도 보건용 마스크를 구입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거나 어려운 ‘재난 약자’를 위한 ‘배려’는 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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