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두얼굴...정책금융기관 기대 저버리고 갑질횡포
상태바
산업은행의 두얼굴...정책금융기관 기대 저버리고 갑질횡포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8.10.28 23: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무관련 기업 돈으로 해외출장, 대출받은 업체에 퇴직자 20명 보은성 낙하산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기대를 저버리고 갑질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산업은행 임직원들은 기업 등의 지원을 받아 11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은 출장 비용으로 1624만여원을 지불했고, 유관기관의 지원액수는 2152만여원이었다. 방문국가는 독일, 중국, 인도네시아, 몽골 등 8개국이이며 출장인원은 총 15명이었다. 이 통계는 해외 유관 기관의 지원액은 제외한 것으로 이를 포함하면 해외 출장 외부 지원액은 훨씬 늘어난다. 

산업은행에 출장비를 지원한 기관은 해외금융협력협의회, 사단법인 한독협회, 금융결재원, 한진중공업, 대한공조, 전국은행연합회 등이었다.  

특히 한진중공업은 2016년 6월 산업은행과 ‘경영정상화 이행약정 체결’을 맺은 상태다. 경영 부실로 인해 정상화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의 돈을 지원 받아 출장을 다녀온 셈이다.

출장 목적은 주로 ‘한-몽골 금융협력 포럼 참석’ ‘한-캄보디아 금융협력 포럼 참석’ 등 방문 국가와의 금융 포럼 참석이 대부분이었다. 

김진태 의원은 “직무관련이 있는 기업으로부터 해외출장비를 지원받는 것은 일종의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이는 관행이 아닌 갑질”이라며 “기업으로부터 해외출장 지원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 위해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김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아 지난 21일 공개한 ‘산업은행 퇴직자 재취업 및 거래처 대출잔액 현황’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대출계약이 이뤄진 20개 업체에 산은 고위퇴직자 20명이 재취업한 상태였다. 

자료에 따르면 2016년 3월부터 올해 6월말까지 산업은행 출신 재취업자는 총 28명이었다. 이 중에서 6명은 올해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20곳의 회사는 여전히 산업은행과의 대출계약이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대출잔액은 1조 3828억원이었다.

대출계약이 남은 회사에 재취업한 20명은 각 기업의 대표이사, 부사장, 재무담당이사(CFO), 감사·본부장·고문·이사 등 고위직으로 재취업했다. 

주요 재취업 사유는 △금융감독사 5명(주주로서 관리·감독 필요성) △PF 19명(투자자 및 대주단으로서의 권리 보호 차원) △일반거래처 4명(거래기업 요청에 대응) 등이었다.

다만 기업의 효율적 경영관리를 통한 조속한 경영정상화에 따른 구조조정 사유의 재취업은 없었다. 산업은행은 제출 자료에서 “2016년 10월31일 혁신안 발표 이후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재취업을 전면 금지해 신규 재취업이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고위 퇴직자의 재취업 관행은 출신 인사들의 전문성과 투자·출자 회사에 대한 감시 및 경영 투명성 확보라는 명분으로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비롯한 여러 사례에서 제 역할을 못한 채 퇴직자의 일자리 보장에 그친다는 비판이 여전한 상황이다.

김의원은 “산업은행의 퇴직임직원 재취업은 대출계약을 맺은 기업에 가는 건 보은성으로 보일 수 있다”며 “국책은행으로서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한정한 낙하산 전면 금지 범위를 확대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편으로 산업은행은 같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과 함께 자회사를 통해 5년간 대부업체에 7000억원 공급하며 '전주' 노릇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 9월까지 최근 5년간 산업은행 자회사인 KDB캐피탈과 중소기업은행 자회사인 IBK캐피탈이 대부업체에 자금을 공급한 대출 총액이 7120억원에 달했다. 

KDB캐피탈은 총 2591억원을 공급했다. 2014년 360억원에 그쳤으나 작년에는 707억원으로 매년 대출 금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IBK캐피탈은 총 4528억원을 공급했다. 역시 2014년 679억원에 머물던 것이 작년에는 1491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이들로부터 차입받은 대부업체는 총 23개에 달했다. KDB캐피탈로부터는 6개 대부업체, IBK캐피탈로부터는 21개 대부업체가 차입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업체는 국책은행 자회사들로부터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받아 저신용 서민들을 상대로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 영업을 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 의원은 "국책은행 자회사들이 수익성에만 매몰되어 대부업체에 자금을 공급하면서 서민들을 상대로 고금리 돈놀이를 하는 대부업체의 이익 창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여신전문금융업법 상 리스, 할부금융, 신기술사업금융 등을 담당해야 할 국책은행 산하 캐피탈사가 대부업 전주 노릇을 하는게 바람직한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한편으로, 산업은행은 1급 이상 임원급 직책에 여성이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시대 역행적인 ‘유리천장’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은행 자료에 따르면 임원 8명, 집행 부행장 7명, 준법감시인 1명, 1급 86명 등 임원과 임원급 고위직 102명은 모두 남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2~5급 일반직 정규직 사원 2265명 중에서도 남성이 1645명으로 총 73.0%를 차지했다.

일반직 내에서도 높은 직급일수록 여성의 비율은 현저하게 떨어지는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외환, 비서, 텔러 업무 등 특정직 여성의 경우 91.8%에 달했다.

산업은행은 앞서 경영정상화를 위해 8100억 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음에도 한국 GM의 독단적인 경영 행태를 전혀 수습·차단하지 못하는 무능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산업은행 측은 갑작스러운 주총이 열린 탓에 거부권 행사는 커녕 주총장에도 아예 참석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는 이미 사태를 알고도 안이하게 대응한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한국 GM이 법인분리에 속력을 내면서 공장 폐쇄와 한국 철수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정작 2대 주주 산업은행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또 잇따른 기업 구조조정에 실패하면서 국민 혈세 낭비를 방불케 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대우건설과 KDB생명 등 산은이 손댄 기업 구조조정마다 실패로 돌아가면서 지난 10년간 낭비한 혈세만 15조원이라는 지적이 무성하다.

산업은행은 올해 초 대우건설을 매각하려 했으나 모로코 등 해외 사업장에서 3000억원이 넘는 추가 부실이 드러나 매각이 무산됐다.

백성요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