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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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 정수남 기자
  • 승인 2018.01.26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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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대 1.

우리나라 금융 ‘빅3’인 하나금융그룹의 3대 회장 선거의 경쟁률이다.

이 같은 경쟁율을 뚫고 김정태 현 회장이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3월 이사회에 이어 정기주주총회 승인이 남았지만 형식적인 절차라 김 회장의 3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것이다.

김 회장이 금융당국의 견제를 정공법으로 돌파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 11월 KB금융그룹의 윤종규 회장은 2연임에 성공했다. 이후 KB노동조합은 셀프연임이라면서 윤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여의도 본사 사옥 앞에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하고 농성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 같은 KB노조의 월권 행위는 결국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셀프연임 문제”라는 발언으로 이어졌고, 금융감독원의 금융그룹 혁신과 함께 경영개선 추진으로 비화됐다. 금감원의 개혁 내용에는 회장추천위원회위원 선정 등 회장 선거에 대한 투명성 제고 방안이 담기는 등 당시 최 위원장의 셀프연임 지적을 고려한 조치들이 고스란히 포함됐다.

올해 3월 회장 임기가 끝나는 김정태 회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다만, 김 회장은 이후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자신을 배제하고, 사외 이사를 새로 구성하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차분하게 대응했다. 이로 인해 하나금융 회추위는 27명에서 17명으로, 다시 7명으로, 3명으로, 다시 1명으로 3대 회장을 압축했다. 

이들 다섯 차례 압축의 교집합에 김 회장이 들면서 3연임이 확정됐다.

여기에는 금융당국이 맥을 잘못 짚은 점도 작용했고, 김 회장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선택한 정공법 역시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금융권 풀이다.

국내 금융권은 상대적으로 투명하다. 정부가 금산분리 원칙으로 제조기업이 은행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 재벌기업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국내 재벌 기업들은 오너가의 경영 승계를 위해 순환출자를 하거나 비자금을 조성 하는 등 그동안 온갖 비리와 편법의 온상이었다. 새정부 출범 이후 국내 경제 민주화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금융권은 숫자 놀음이다. 정확하게 오가는 돈이 장부로 남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영이 투명하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한 목소리다.

게다가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은 지주사이다. 지주사는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위해 재벌기업에 전환을 요구하는 시스템으로 상대적으로 경영이 깔끔하다.

아울러 국내 금융지주들은 대부분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된다. 기업을 오너가의 소유로 생각하는 재벌 기업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뜻이다.

김 회장의 정공법 돌파는 40년 가까이 하나은행에 근무한 정통 하나맨으로 자신보다 하나금융을 잘 아는 후보가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 김 회장은 평행원부터 시작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갑종(군대에서 이등병으로 시작해 별을 단 군인) 최고경영자(CEO)이다. 중간 관리자나 임원으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재벌 2, 3세와는 다르다.

자신의 20대부터 60대까지 인생 대부분을 바친 하나금융에 남다른 정이 갈 수밖에 없다. 이는 다시 자신이 평생 몸담은 금융그룹을 세계적인 금융 회사로 육성하고픈 마음으로 발현된다. 

결국 연임은 자리가 탐이 나서 그러는 게 아니라 회사를 더욱 키우고 싶은 마음의 발로일 뿐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직을 5년 단임제에서 중임제로 바꾸기 위한 수순이다. 여기에는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부가 추진한 정책의 연속성을 갖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상한가와 여당의 독주도 작용했다고 본다. 

이를 달리 말하면 역시 셀프연임이다.

나라의 발전을 위한 셀프연임 아닌가?

‘뭐 뭍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 세상이다.

정수남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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