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포퓰리즘 버리고 ‘경제’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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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포퓰리즘 버리고 ‘경제’ 잡아라
  • 정수남 기자
  • 승인 2017.12.1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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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위해 1980년부터 단계적으로 지하철 2호선을 개통했다.
 
시는 해당 구간 가운데 시청역부터 동대문문화역사공원역(옛 동대문운동장)까지 3㎞ 구간을 지하도로 연결했다. 일명 ‘을지로 지하상가’이다. 이곳이 1983년 9월 3단계 개통으로 뚫렸으니 그 역사만  30년을 훌쩍 넘겼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 않았던가? 이곳 을지로 지하상가 역시 대한민국 영욕의 세월과 함께 하면서 많이 변했다.
 
을지로 지하상가는 당초 취지대로 1986년과 1988년을 거쳐 1990년대 초중반까지는 호황을 누렸다. 그러다 지상에 상가와 함께 대형쇼핑몰 등이 대거 들어서면서 1990년 중후반부터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곳에는 이들 두개 역외에 유동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을지로입구역, 을지로3가역, 을지로 4가역이 더 있다. 이중 을지로입구역을 제외한 모든 역이 환승역이라 월드컵 4강 신화가 펼쳐진 2002년 여름에는 반짝 특수를 누리기도 했으나, 이제는 아니다.
 
이곳 지하상가에 자리한 점포만 수백개에 이르지만, 현재 문을 닫은 점포가 부지기 수인 점이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가 없던 시절에도 을지로 지하상가에 인파가 빼곡했던 시절이 있었다. 바로 1997년 외환위기 때이다.
 
정부 곳간에 달러가 바닥이 나면서 1997년 12월 3일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긴급 자금을 융통했다. 당시 국내 기업들은 파산하거나 서둘러 구조 조정을 단행했고, 이들 기업으로부터 쏟아져 나온 실직자들이 대거 자리 잡았던 곳이 바로 을지로 지하상가이다.
 
실제 외환위기 직후 을지로 지하상가는 넥타이를 맨 노숙인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이곳에 새로 진출(?)한 신입 노숙인들은 마땅한 자리가 없어 가깝게는 남대문시장 지하상가나 멀게는 서울역 지하보도 등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정말 처참한 겨울이자 혹독한 시절이었다.
 
현재 대한민국 상황도 외환위기보다 나은 점은 눈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가계뿐만이 아니라 대부분 자영업자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가계 부채는 1400조원을 훌쩍 넘어선지 오래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 IMF에서 빌린 195억달러(21조3876억원)의 67배 이상이다. 가계 부채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우리 경제의 뇌관인 셈이다.
 
지난달 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7녀여만에 인상하면서 은행의 대출 금리 역시 인상이 코 앞이다. 주요 은행들이 올 하반기부터 슬슬 대출금리를 올려 현재는 4%대다. 1년 사이 1%포인트가 올랐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는 5%를 상회할 전망이다.

이처럼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면 자연스레 소비가 위축된다. 소비 위축은 기업 경영을 악화하고, 경영난은 다시 가정 경제에 직격탄으로 작용하면서 나라 경제는 파산으로 치닫게 된다.
 
비근한 예로 10월 국내 청년(15∼29세) 실업률은 8.6%로 전년 동월보다 0.1 % 상승했다. 올초 사상 최고인 12%대보다는 다소 감소하기는 했지만, 이는 20년 전 외환위기 수준이다. 기업 경기가 심하게 위축됐고, 투자를 줄이면서 일자리가 감소한 탓이다.
 
“한달에 30만원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습니다. 커피전문점 커피는 언감생심이고요, 친구들이 주는 쿠폰을 모아 어쩌다 한번 마시기는 합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이 모(여,27) 씨의 말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문재인 정부는 기업을 옥죄고만 있다. 취임 초기 공정거래위원회를 앞세워 주요 재벌들의 개혁을 요구한데 이어 그 화살은 국내 가맹사업본부로 날아갔다. 제너시스 BBQ, SPC그룹의 파리바게트 등이 주요 타겟으로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새 정부는 최근에는 금융권 길들이기에 착수한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11일 ‘금융그룹 감독 혁신단’을 발족하고 국내 주요 금융그룹의 지배구조 손질에 들어갔다. 은행을 주업으로 하는 금융그룹 특성상 상대적으로 경영이 투명하다는게 업계 이구동성이다. 
 
물론, 털어서 먼지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애써 찾으려면 금융권 역시 먼지는 나오게 돼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정부의 금융권에 대한 불신은 지난달 말 최종구 금융원장 말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최고경영자(CEO) 스스로 자신과 가까운 인사로 CEO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한다”며 금융그룹 수장의 ‘셀프 연임’를 질타했다.
 
금융위는 혁신단을 3년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금융권 먼지를 털 것으로 보여, 우리 산업계에 그나마 희망으로 남은 금융권마저 복지부동으로 갈 공산이 높아졌다.

지난달 중순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났다. 새정부는 출범 이후 적폐(積弊) 청산을 기치로 내세우고 많은 일을 했다고 한다. 소위 경제민주화를 위해 그동안 갑질을 일삼은 대기업에 혁신을 주문했고, 가맹사업 등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같은 주문을 냈다. 적폐 청산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문재인 정부의 문제는 이로 인해 내수가 끝없는 나락으로 빠졌다는 것이다.
 
적폐청산. 필요하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받돋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다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20년 동안 우리 경제는 침체에 침체를 거듭했다. 여기에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현재 우리 경제는 그로기 상태이다.
 
적폐를 청산한다는 명분아래 대기업을 옥죄어서는 우리 경제의 부활은 요원하다. 한국 전쟁 이후 우리나라에 경제라는 개념이 탄생한 1960년 군사정부 이래 현재까지도 우리 경제는 대기업 중심으로 운용됐기 때문이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우선 대기업 경영을 억압하는 규제와 견제를 완화해야 한다. 우선 살아야 윤리도 있고 도덕도 있지 않던가.
 
사흘 굶긴 수컷 원숭이를 바나나와 암컷 원숭이가 있는 방에 들여보내면?
 
가장 먼저 바나나를 먹고 배를 불린 다음 이성에게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원숭이 실험에서도 나타나듯이 배를 곯으면 적폐 청산도 불가능하다.
 
지금은 적폐 청산보다 기업, 경제 살리기가 먼저라는 소리다. 포퓰리즘 정치는 경제를 살리고 난 후에라도 늦지 않는다.

정수남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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