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조단위 손실 불구 은행장 제재 피해간 은행권...책무구조도 있었다면 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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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조단위 손실 불구 은행장 제재 피해간 은행권...책무구조도 있었다면 달랐을까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4.04.23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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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은행권에 홍콩 ELS 검사의견서 발송
CEO 등 고위 임원 중징계 받을 가능성 낮아
책무구조도 있었다면 은행장도 이번 사태로 인해 징계받을수도
은행권, 연내 책무구조도 도입 완료할 듯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금융당국이 홍콩H지수 추종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관련해 제재 절차를 시작한다. 그러나 은행장(CEO)을 포함한 임원급 중징계 가능성이 높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책무구조도가 조기에 도입됐다면 홍콩 ELS 손실 책임을 물어 CEO 징계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향후 책무구조도 도입이 가속화될지 금융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지난 21일 홍콩 ELS를 판매한 은행 5곳과 증권사 6곳 등 11곳에 검사의견서를 발송했다. 제재 절차가 사실상 시작된 것이다.

당국은 판매사의 공식 답변을 받아 재검토한 뒤 제재조치안을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금감원 제재심의회를 열어 금감원장이 제재를 결정하며 최종적으로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치게 된다. 

이런 와중에 금융업계 안팎에선 은행 CEO와 고위 임원이 징계를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서둘러 자율배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하나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자율배상위원회를 열어 일부 투자자들과 합의를 마치고 배상금을 지급했다. 이어 4일에는 신한은행이, 12일에는 우리은행이 손실 고객에게 배상을 완료했으며, 판매 잔액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은 아직 준비 중에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이 자율배상에 나서는 것도 은행 징계에 참작될 만한 요소"라며 "현재로선 은행장 등 고위직 중징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도 "판매기관이 책임을 인정하고 소비자에 적절한 원상회복 조치를 한다면 제재나 과징금의 감경 요소로 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2020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의 선례를 봐도 홍콩 ELS로 인한 CEO 중징계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금융당국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대해 DLF 손실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를 내렸다. 그러나 이에 불복한 손 회장이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금감원이 내용상의 미흡을 근거로 내린 징계처분은 취소돼야 한다"며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책무구조도의 개념도.[자료=금융위원회]
책무구조도의 개념도.[자료=금융위원회]

 

한편 오는 7월 시행되는 책무구조도가 조기에 도입됐다고 가정할 경우 CEO까지 책임을 물 수 있다는 금융당국 판단이 나왔다. 

책무구조도란 CEO를 포함한 금융사 임원에 담당 업무에 대한 내부통제 책무를 배분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도록 하는 문서를 말한다. 1인 1역 체계를 구축해 금융범죄를 근절하는 것이 책무구조도를 도입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ELS 사태에 책무구조도를 적용해 시뮬레이션 한 결과 은행장을 포함한 고위 임원들을 제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금융위 측은 "금감원 검사를 통해 지적했던 유형들과 관련해 책무구조도에 고위 임원들의 책임이 명확히 규정돼 있다면 은행장 역시 책임을 피할 순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모 은행에서 H지수 하락 시기에 판매 인센티브를 도리어 강화했다는 사실이 금감원 검사를 통해 밝혀졌다. 만약에 책무구조도가 이미 도입된 상태고, 이런 사항들이 은행장에게 보고가 됐다면 은행장 또한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책무구조도 도입을 기본 골자로 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오는 7월 시행된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와 은행에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한 바 있다. 

금융당국 차원의 시뮬레이션이 발표되면서 은행권의 책무구조도 도입은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책무구조도 작성을 모두 마친 상태이며 은행들 중 가장 먼저 책무구조도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은행들 역시 책무구조도 도입을 위한 TF팀을 구성한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다수 은행들은 1월까지 책무구조도 도입을 미룰 게 아니라 연내 조기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만약에 도입된다면 홍콩 ELS 같은 대형 손실 사태를 예방하는 효과가 꽤 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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