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고객 게시판, 비판글은 꽁꽁 숨겨놔..."칭찬 하나 올라올 동안 비판글 수십 개" 추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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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고객 게시판, 비판글은 꽁꽁 숨겨놔..."칭찬 하나 올라올 동안 비판글 수십 개" 추측도
  • 우연주 기자
  • 승인 2024.03.25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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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글은 모두 공개해도 비판글은 비공개
글 번호 사이 공백 3~88개...비판글 추정
"URL 번호 순차 증가, 게시판 ID도 같다"
[사진=녹색경제신문]
삼성전자서비스 칭찬 게시판의 글 사이 공백을 정리한 표. 첫 번째 글의 글번호는 '2718'인데 이전 글의 글번호는 2717보다 한참 차이나는 2682다. 두 수의 차인 36만큼의 글이 불편 게시판에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배경이다. [사진=녹색경제신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소비자 의견 관리 방식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칭찬 글은 모두에게 공개하지만, 비판 글은 '비공개'로 숨겨둔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비판 글의 비중이 훨씬 크다는 추측도 나온다.

삼성전자서비스와 LG전자 홈페이지의 고객의 소리 게시판은 '칭찬합니다' 또는 '칭찬해요'라는 이름의 게시판(이하 칭찬 게시판)과 '불편합니다' 또는 '개선해 주세요'라는 이름의 게시판(이하 불편 게시판) 두 가지다. 양사 모두 칭찬 게시판에 작성된 글은 누구든 조회할 수 있지만 불편 게시판의 글은 작성자 외에는 볼 수 없다.

긍정적인 글보다 비판하는 글이 더 많다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는 각 글에 붙은 번호 때문이다. 칭찬 게시판의 글 번호는 2671, 2674, 2682, 2718 등 순차적으로 증가하지만 사이사이에는 빈 숫자들이 있다. 이에 비어있는 숫자들은 불편 게시판의 글 번호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2682번 글과 2718번 글 사이 차이가 35인 만큼, 불편 게시판에 35개의 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발자 A씨는 "주소창의 URL(웹페이지 주소)을 보면 게시글마다 붙는 고유번호로 추정되는 숫자가 보인다. 이 고유번호는 새 글이 생성될 때마다 순차적으로 증가된다"며 "만약 칭찬 게시판과 불편 게시판 두 종류의 게시판만 존재한다면 칭찬 게시판에서 누락된 게시글 번호들은 불편 게시판의 글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칭찬 게시판과 불편 게시판의 글 모두 공통된 코드를 갖고 있어 이같은 추측이 사실일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A씨는 "보통 게시판마다 그 게시판을 의미하는 코드를 붙여 게시글 ID를 부여한다. 게시글 코드가 칭찬 게시판과 불편 게시판 모두 같다면, 모든 글이 두 게시판 중 하나로 분류될 확률이 높다 "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홈페이지의 게시글은 칭찬글이든 불편글이든 모두 'TCKT'라는 ID가 공통적으로 붙는다. LG전자 홈페이지 게시글은 'all-feedback(모든 피드백)'이라는 단어가 URL에 포함돼 있다. 

기자가 임의 시점에서 삼성전자서비스의 칭찬 게시판을 조사한 결과, 칭찬 글 사이 공백은 최대 88개까지 있었다. 칭찬 글 두 개가 올라오는 사이 80여 개의 불편 글이 올라왔을 수 있다는 것이다. LG전자의 칭찬 글 번호도 20~30 정도를 쉽게 건너 뛰었다.  

칭찬 게시판에서 일부 게시글이 누락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관리자가 글을 '삭제'했을 가능성이다. A씨는 "칭찬 게시판의 글을 삭제했을 시에도 글 번호는 누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기업이 자신의 홈페이지 게시판을 운영하는 방식은 자유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소비자 B씨는 "고객의 소리 게시판이라면서 칭찬 글만 놔두고 부정적인 내용은 숨기는 것 아니냐"며 "중소기업만도 못한 마인드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서비스는 고객의 목소리를 항상 경청하고 개선사항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홈페이지의 불편 게시판도 같은 목적으로 운영하며, 게시된 내용에 대해서는 담당부서에서 심도 있게 검토 중이다. 게시판의 특성상 개인정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포함될 수 있어 비공개 상태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칭찬 게시판이 오픈돼 있으면 칭찬 당사자들의 사기 증진에 도움이 된다. 반면 비판적인 내용은 검증되지 않은 사실이 포함돼 있을 수 있어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직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비판적인 내용도 공개해 둬야 잘못된 지점을 알고 수정해 개선할 수 있다. 칭찬만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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