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HMM, M&A보단 얼라이언스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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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HMM, M&A보단 얼라이언스가 먼저
  • 최지훈 기자
  • 승인 2024.02.1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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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타 아키오 소니 회장, 눈앞의 이익보다 장기적 관점 가져야
-해운물류기업 성공 여부, 짧은 호황기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좌우
[사진=HMM]
[사진=HMM]

"지금 이 순간 우리 고려에겐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오.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선 단 하루도 헛되이 보내서는 아니 되오."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서 고려 현종이 한 말이다. '시간'과 '승리'에 초점을 맞춰 HMM이 겪은 인수합병이란 전쟁을 조명해 봤다.

HMM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인수합병이란 고초를 겪으며 경영의 혁신을 이루지도 못하고 해운동맹에 적극적 의지를 피력하지도 못했다. 

■시간=해운 산업을 두고 궁핍과 잔치의 산업이라 일컷는다. '궁핍과 잔치의 산업'이란 해운 산업의 경기변동은 장기적 궁핍과 단기적 잔치가 순환하는데, 해운물류기업의 성공 여부는 짧은 호황기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좌우된다는 뜻이다.

다가오는 2025년 해운 얼라이언스가 재편된다. 짧은 호황기에 중고 선박을 대거 사들인 MSC와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규제에 대비해 친환경 연료 사업을 이미 선도하고 있는 머스크는 또 긴 궁핍의 시간에 피의 전쟁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하고 국내 연안 해운사와 해수부 등 해운 관련 민·관이 살려놓은 HMM의 경우 궁핍을 준비하려고 한 HMM의 손발을 다 묶어놨던 잔치의 시대였다.

언론과 주주는 HMM 최대 이익과 최대 배당 설정에 재무적 임팩트만 바라보고 있었다.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HMM의 손발을 쥐고  매년 이익률을 방어하기에만 급급했다. 

HMM의 '매각'에만 집중해 HMM이 혁신적 경영을 선듯하지 못하는 동안 궁핍의 시간은 조용히 찾아왔다. 작년 HMM의 영업익은 전년 대비 94% 줄어든 5849억원을 기록했다. 어닝쇼크와 함께 찾아온 궁핍을 버텨낼 수단이 존재하는가 그리고 HMM이 그 수단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을 제공했는가, 우리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크리스 밀러가 쓴 칩 워(Chip War)에는 모리타 아키오 소니 회장이 본 미국과 일본의 경영진의 모습이 나온다. 우리가 여태까지 HMM을 평가하고 바라본 시점과 무척 닮아 인용한다. 모리타 아키오는 "미국 경영자들은 '올해 수익'에만 집중한 반면 일본은 '장기간의 안목'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한국에 하나 남은 대양 해운사를 미국 경영자들과 같은 눈으로 여태까지 본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승리=해운 얼라이언스 재편 후 출혈경쟁이 자명해 보이는 해운 산업에서 우리는 공적 자금이란 뒷배를 믿고 혁신을 개을리해서는 안된다. 경쟁의 살얼음판 위에서 기업들이 경쟁해야 하고 그 경쟁의 산물이 혁신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다. 일본은 산업 전반에 있어 공적자금과 당국의 보호 아래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랐고 잡초처럼 자란 동북아의 타 기업들에게 시장을 넘겨줘야 했다.

이런 역사적 발전사에 비춰봤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HMM을 위한 유일한 일은 '규제 완화'와 '기업 괴롭히기 금지'로 볼 수 있다. 규제의 틀은 기업을 온실속 화초로 만든다. 북해의 해운 강자들과 가장 위험한 홍해 지역, 그리고 주력인 북미의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규제를 과감히 개혁하고 기업이 '경영'을 할 수 있게 해야한다. '경영'을 위해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얼라이언스 재편 과정서 최대한 많은 시장 점유율을 가질수 있게 기업을 괴롭히는 언론의 추측·금융업계의 압력을 과감히 멈춰야 할 때다.

■해운=해운이란 서비스의 제공과 사용이 이뤄지는 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의 특성은 소멸성과 무형성으로 인해 파생되는 것이다. 해운 서비스는 물적 운송이나 재고 조절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유통경로를 통한 수급 조절이 어렵다. 해운은 서비스로서 생산과 사용이 동시에 일어나므로 생산과 사용을 시간적으로 분리할 수 없는 특성인 소멸성을 띤다.  소멸성은 해운업 과당경쟁의 주요 요인이다.

해운에 대한 수요는 경제활동의 결과 유발되는 유발소유다. 유발수요란, 해당 생산물에 대해 직접적으로 수요가 발생하는 대신 다른 생물에 대한 수요 발생의 결과 유발돼 발생하는 수요를 말한다. 이러한 유발수요로서의 특성으로 인해 해운에 대한 수요는 국내외 경제 상황에 크게 좌우된다. 국내외 경제의 호·불황에 따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대·감소함으로써 해운 경기도 호·불황이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HMM과 국내 경기의 입장에서 현재는 얼라이언스 재편이라는 거란이 다가오기 전 아주 중요한 순간이다. 수출 중심 국가인 한국의 입장에서 자국 해운사 없이 첨단 기술이 담긴 물건들을 해양을 넘어 나르는 일은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HMM 관련 당국은 인수합병을 재론하는 비율이 늘기 전에 얼라이언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얼라이언스 관련 국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해양세력을 받아들이고 해양에 나가면서 고립주의를 탈피하고 세계와 경쟁하는 지구촌이란 단어가 어색하지 않은 국가가 됐다. 이제 HMM이 거란을 상대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에도 관심을 가지고 생각을 해야 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최지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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