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 장난’ 이제 그만… 변화의 기로에 선 K-게임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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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 장난’ 이제 그만… 변화의 기로에 선 K-게임업계
  • 이지웅 기자
  • 승인 2024.01.3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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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기만 행위' 방지하기 위해 나선 정부...확률공개 의무화·동의의결제 도입
'확률 아이템' 비중 점차 줄어들까... 대안으로 새로운 수익창출 모색할 필요성 대두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 [사진=대통령실]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 [사진=대통령실]

정부 차원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맹독성을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게임 산업의 생태계가 변화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어제(30일) 문화체욱관광부는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 창업존에서 ‘상생의 디지털, 국민권익 보호’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를 개최했다. 여기서 정부는 게임과 관련해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시행 ▲국내 대리인 제도 도입 ▲전자상거래법 내 동의의결제 도입 ▲게임 등급분류 권한 민간 이양 등의 정책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오는 3월 22일부터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 유형을 세분화하고 세부적인 수치를 이용자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동의의결제가 전자상거래법 안에 들어오게 되면 기업의 ‘기만 행위’에 피해를 입은 이용자들이 별도의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피해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 해당 제도는 올 1분기에 입법예고 절차에 들어간다. 

이철우 게임전문변호사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와 관련해 “의무의 적용 범위를 명확하게 밝혀야 하며 현금으로 구입한 게임 내 재화로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는 경우 등 ‘유상 간접구매’ 사례도 의무 대상에 포함해야 될 것”이라 밝혔다. 또한 동의의결제를 놓고서는 “시정 방안의 타당성을 공정위가 판단하게 되는 만큼 그 과정에서 개별 이용자의 피해회복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과 동의의결의 성립이 향후 법정다툼에서 불리하게 작용될 것을 우려한 게임사가 제대로 응하지 않을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해당 정책들이 올바르게 작동하기 위한 조건을 제시했다.  

한편 지금껏 법적인 제도가 뒷받침 되지 않아 게임사들이 ‘배짱장사’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2018년 넷마블이 ‘마구마구’에서 ‘스카우트 확률 상승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실제보다 확률 상승 폭이 높은 것 처럼 광고했음을 확인했다. 더불어 ‘모두의 마블’에서는 상시 획득 가능한 캐릭터를 이벤트 한정 상품으로 고지하고, ‘몬스터 길들이기’에서는 아이템 획득 확률을 정확하게 기재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 영역에서 가장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기업은 넥슨이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인 ‘큐브’를 도입한 2010년부터 2021년까지 해당 아이템의 특정 옵션을 배제하거나 등급 상승 확률을 순차적으로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지하지 않았다. 이에 공정위는 넥슨에 116억원의 잠정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전자상거래법 도입 역사상 가장 큰 액수다. 

이러한 사례가 속출하면서 게임사들을 향한 이용자들의 신뢰도가 상당히 감소했다. 여기에 더해 이용자들이 직접 게임사의 행보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제도가 갖춰진다면, 과도한 과금을 유도하는 확률형 아이템을 게임의 주요 수익 모델로 선정하기 보다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수익을 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P의 거짓. [이미지=네오위즈]
P의 거짓. [이미지=네오위즈]

패키지 게임이 대안으로 꼽힌다. 패키지 게임은 여타 게임에 비해 제작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2021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의하면 콘솔 게임의 평균 제작비는 모바일 게임 대비 두 배 정도 높다. 다만 퀄리티가 뒷받침된다면 우리나라를 넘어 글로벌 시장의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진다. 좋은 예시가 ‘P의 거짓’이다. 네오위즈는 작년 ‘P의 거짓’을 발매한 후 1달 새 10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해당 게임의 성과에 힘 입어 네오위즈는 지난 3분기 PC 및 콘솔게임 부문에서 548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발생시켰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한 수치다.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도 이번 달 기준 300만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는 호성적을 거뒀다. 

배틀패스 시스템도 눈여겨 볼 만하다. 해당 시스템은 특정 기간 동안 게임 플레이 진척도에 따라 각종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가격이 비교적으로 저렴하고, 지속적인 게임플레이를 유도해 이용자로부터 다른 유료 재화 아이템의 구매도 이끌어낼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2월 출시한 MMORPG ‘쓰론 앤 리버티’에 확률형 아이템을 없애고 배틀 패스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이미지 쇄신에 나서기도 했다. 

인게임 광고도 유의미한 수익 창출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게임 제작사는 게임 안에 광고를 삽입하고, 광고를 시청한 이용자에게 별도의 보상을 주거나 광고를 건너뛸 수 있는 아이템을 판매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게임 내 수익 창출 경로를 다각화할 수 있고, 다른 유료 아이템의 가격을 부담없는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넷마블 ‘세븐나이츠 키우기’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재미를 봤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업체인 센서타워는 해당 게임이 출시 40일만에 글로벌 누적 매출 4000만 달러(한화 약 540억)를 달성했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뽑기’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착취에 가까운 수준으로 이어지는 과금 유도가 업계를 기형적으로 성장시켰다”며 “게이머들의 권익과 관련한 제도가 안착해 업계의 건전성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산업의 규모를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이지웅 기자  gam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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