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 ‘내비게이션’, 잘못된 길안내에 택시 기사들 분통...‘차라리 티맵으로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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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T ‘내비게이션’, 잘못된 길안내에 택시 기사들 분통...‘차라리 티맵으로 바꿔라?’
  • 박시하 기자
  • 승인 2024.01.2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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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T 기사 전용 내비게이션, 계단·막다른 골목 등으로 안내
-승객 위치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콜취소·별점테러 등으로 빈번
-돌아간다는 승객 항의에 일부 요금 빼 주거나 설명 및 사과해야해
[사진=카카오T 홈페이지]
카카오T[사진=카카오T 홈페이지]

카카오T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내비게이션의 잘못된 길안내로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 분통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22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해당 내비게이션은 승객이나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정확하게 길안내를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계단이나 좁은 골목 등 차가 지나가지 못하는 경로로 안내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T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는 택시 기사 A씨는 “카카오T 내비게이션은 오히려 택시 영업에 방해가 될 정도”라며, “화면을 보기 편하게 해주거나 기능을 쓰기 쉽게 해달라는 요구는 하지도 않을테니 제발 목적지까지 정상적으로 도착할 수 있게 안내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내비게이션이 차가 지나갈 수 없는 골목으로 안내해서 다른 길로 돌아가게 되면 손님들은 왜 돌아가냐, 일부러 돌아가는 것 아니냐, 돌아간만큼 택시비를 빼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은 빈번하고, 계단이나 물가로 안내할 때는 영화를 찍으라는 건가하고 허탈하게 웃었던 적도 있다”면서, “번거로워서 카카오T 내비게이션을 계속 쓰고 있지만, 카카오T 내비게이션을 믿을 수 없어 티맵을 병행해서 사용하신다는 분도 많다”라고 덧붙였다.

카카오T 플랫폼으로 택시 영업을 하는 기사들은 일반 운전자들이 사용하는 카카오 내비게이션과는 다른 내비게이션을 사용한다. 해당 내비게이션은 일반 운전자들이 사용하는 내비게이션에 비해 기능이 적고, 간소하다고 알려졌다. 카카오T 플랫폼을 이용하려면 기본적으로 이 내비게이션을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택시 기사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본지는 취재를 위해 여러 대의 카카오T 택시에 탑승했고, 카카오T 플랫폼을 이용해 택시 영업을 하는 기사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또, 택시 기사들이 활동하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내비게이션에 대한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각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확인해 본 결과 게시글과 댓글을 포함해 내비게이션에 대한 불만은 지난 6개월 간 최소 50개에서 100개 이상 올라와 있었다.

■ 택시가 지나가지 못하는 곳으로 안내하는 카카오T 내비게이션

가장 대표적인 문제로는 카카오T 내비게이션이 택시가 지나가지 못하는 곳으로 안내하는 것이 지적되고 있다. 다수의 택시 기사에 따르면 카카오T 내비게이션은 계단이나 막다른 골목 등 택시가 지나가지 못하는 길로 안내하는 것은 물론, 야간에 농로나 산길 등으로 안내해 운전할 때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드물게 버스전용차로나 일방통행길로 안내해 다른 운전자들과 시비가 붙었다는 경우도 확인할 수 있었다.

‘볼라드에 막힌 망원한강공원 진입로, 승객을 포기하다’

한 택시기사가 운영하는 블로그에는 ‘망원한강공원 픽업콜’을 받고 황당한 경험을 했다는 후기가 올라와 있었다. 기사가 콜을 받고 수락하자 카카오T 내비게이션은 빠른 길을 두고, 12km를 돌아가는 내부순환도로로 안내했다. 이어 망원한강공원으로 진입하자 볼라드에 막혀 고객을 픽업하러 갈 수 없는 경로를 알려줬고, 결국 기사는 승객이 기다리는 것이 미안해 취소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망원한강공원으로 진입하는 곳과 빠져나가는 곳에는 볼라드로 막혀 ‘진입금지’라고 표시된 곳이 있었다. 또, 길은 있지만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곳도 있었다. 카카오T 내비게이션은 기사들을 이러한 곳으로 안내해 택시 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원성을 듣고 있는 것이다.

‘연희IC 근처 연남동 골목길, 미션 임파서블을 찍다’

다수의 택시 기사들이 문제로 지적한 곳 중 한 곳은 연희IC 근처 연남동 골목길이다. 기사들의 안내에 따라 직접 가 본 골목길은 많은 식당과 술집 등이 밀집해 있었고, 곳곳에 게스트 하우스 및 공유주택도 있어서 캐리어를 끈 외국인들도 목격할 수 있었다.

이 골목길은 진입시에는 쉽게 통과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갈수록 길이 좁아지고 ‘ㄱ’자로 꺾여서 저녁 시간에 사람이 많을 때는 운전이 힘들다는 설명이다. 또, 가게의 입간판을 치우고 지나가야 하거나, 안전하게 지나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안내나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보행자들은 왜 이 길로 택시가 지나가냐며 항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 길안내 중 갑자기 멈추는 카카오T 내비게이션

또한 내비게이션이 먹통이 되는 현상도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내비게이션이 멈추는 현상은 기자가 취재를 위해 카카오T 택시를 이용하던 중에도 실제로 목격했다. 택시 기사는 “이번이 첫 번째가 아니라 내비가 멈추는 일을 여러번 겪었고, 앱 재설치, 휴대폰 초기화, 휴대폰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그리고 와이파이 온오프 및 차단 등을 다 해봤는데 가끔식 이러한 증상이 일어난다”면서, “손님을 태우러 갈 때나 길이 갈라질 때 내비만 믿고 아무생각없이 가다가 낭패를 본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카카오모빌리티에 알리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2020년 경에 대대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내비게이션의 문제점에 대해 물었고, 그 이후에도 설문조사를 해서 업그레이드를 했다고 하는데 딱히 달라진 점이 없는 것 같다”면서, “일하는 것도 바쁘고, 문제를 제기해도 바로 고쳐주지를 않는데 매번 말하면 뭐하냐”라고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 교통량을 한 눈에 볼 수 없는 카카오T 내비게이션

아울러 교통량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없는 것도 택시 운행시 불편하다도 전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카카오 내비게이션은 실시간으로 교통량을 확인할 수 있지만, 택시 영업에 이용되는 내비게이션에서 교통량을 보기 위해서는 별도의 작동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부터 교통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내비게이션을 개선해달라고 건의했다는 택시 기사는 “실시간 교통량을 확인하면 택시 기사 짬바가 있기 때문에 길이 막혀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면서, “택시를 타는 손님들 상당수가 빨리 가기를 원하기 때문에 교통량이 한 눈에 들어오면 자동차 사고가 나서 막히지 않는 이상 경험에 비춰 요령껏 갈 수 있지만, 지금 내비는 무조건 그냥 따라가라고 하기 때문에 손님들 요금도 더 나올 수 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측은 “기사앱은 일반 이용자 대상 앱보다 훨씬 높은 안정성과 범용성이 요구되며, UI 개편도 보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기사앱에서는 내비 앱의 기능 중 운행에 필요한 기능을 선별해 제공하면서 운행에 불필요한 데이터 사용을 최소화하고,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T 내비 이용자 앱 하단의 ‘전체경로 바’ 기능은 지난해 3분기에 도입됐고, 기사님들의 니즈가 크다면 사용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을 거친 후 기사앱에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것이나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경로 안내 품질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갑작스런 경로 변경에 핸들을 틀었는데, 돌아오는 건 승객들 항의 뿐이었다’

택시 기사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카카오T 내비게이션의 갑작스런 경로변경을 따라갔다가 낭패를 봤다는 글이 올라와있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기사는 500m 남겨두고, 평촌으로 빠져서 경수대로로 가라는 안내를 받았다. 평촌으로 빠지고, 경로가 재검색된 후 도착시간은 10분 가량 늘었다. 이에 승객들은 왜 이리로 돌아가냐고 항의하기 시작했다.

기사는 티맵을 켜서 경로를 돌려봤고, 원래 가던 길의 통행량이 원활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경수대로로 돌아갈 필요가 없었는데, 카카오T 내비게이션이 돌아가는 길을 안내한 것이다. 기사는 승객들의 항의에 결국 요금을 빼 드릴 수 밖에 없었다는 글을 남기며, 실시간 통행량 확인 등 카카오T 내비게이션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승객의 위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카카오T 내비게이션

마지막으로 승객의 정확한 위치를 안내하지 못하는 것과 실시간 위치를 확인할 수 없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천 지역에서 카카오T 플랫폼으로 택시 영업을 한다고 밝힌 택시 기사는 “승객을 태울 때 지정된 곳에 계시면 쉽게 태울 수 있지만, 호출하신 곳과 떨어진 곳에 계시는 승객들도 있어서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며, “잠깐 뭐를 사러 갔다왔다, 너무 복잡해서 한가한 곳을 옮겼다, 추워서 잠깐 들어가 있었다 등의 이유를 말씀하시기도 하고, 승객이 핀을 잘못 꽂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결국엔 왜 이렇게 늦게 왔냐는 불만을 말씀하시고 별점 테러까지 하시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고가도로 밑에도 길이 있는데 매번 돌아가는 길 안내해, 결과는 고객의 콜 취소’

한 기사는 경기도 의왕 쪽 계원대에 가면 고가도로가 있는데, 카카오T 내비게이션이 고가도로 아래쪽 위치를 잡지 못해서 매번 10km 이상 돌아가는 경로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우 고객과 기사가 멀리 떨어져있지 않아도, 고객에게는 기사와의 거리가 10km 이상 떨어져 있다고 안내되기 때문에 ‘콜 취소’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측은 “이용자가 설정한 픽업위치를 기준으로 서비스가 이뤄지고, 타인의 호출을 대신 불러주는 경우도 자주 있기 때문에 호출자의 현 위치를 실시간으로 수집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다만 이용자와 기사님이 엇갈리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용자가 설정하는 핀위치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수의 택시 기사들은 별도의 휴대폰이나 태블릿을 마련해 티맵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목적지를 다시 입력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결제하는 것도 불편하지만 티맵이 목적지까지 빠르고 정확하게 안내해준다는 이유에서다. 또, 티맵을 사용하기 전에 승객들에 양해를 구할 때도 있는데 대부분의 승객들이 티맵 사용에 동의한다고 전했다.

물론, 현재 카카오T 내비게이션에 만족한다는 기사들도 다수 있었다. 모든 사람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저렴한 데이터 요금이나 빠른 애플리케이션 반응 속도 등을 고려할 때 최선이라는 것이다. 또,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기사들의 연령대를 고려할 때 전면적인 수정이나 변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박시하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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