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우 칼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쉿', 인기가 하늘 찌르는 이유 그리고 수평적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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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우 칼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쉿', 인기가 하늘 찌르는 이유 그리고 수평적 리더십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3.12.15 0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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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습니다."

이재용 회장의 '쉿'하는 익살스런 표정 사진이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자 함께 동행했던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당시 현장에서 느꼈던 상황 설명 중 한 구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일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가 실패하자 이재용 회장을 비롯 구광모 LG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등 유치위원회 멤버들과 부산을 방문해 시민들을 위로했습니다.

그런데 이재용 회장이 당시 부산 국제시장과 부평깡통시장 등을 방문하자 부산 시민들의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재용 회장 등 총수들의 먹방 사진과 영상이 지금껏 회자될 정도입니다. 이재용 회장 일행이 방문한 분식집은 대박이 났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익살스런 표정으로 '쉿' 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이같은 이재용 회장의 인기는 과거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시절에 '공공의 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재벌 회장'에 대한 적대감이 컸던 것과 비교해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렇다면 이재용 회장은 부산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지난 6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친구가 찍은 실시간 이재용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게시물에는 이재용 회장의 '쉿' 표정 사진에 담겨 있었습니다. 해당 게시물은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한 데 이어 다른 커뮤니티에도 퍼지며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인터넷 상에선 "삼성 총수가 저런 표정을 지으니 소탈해 보이고 호감간다" "회식 2차 가기 싫어서 조용히 집에 가는 대리님 표정 같다" "재벌 총수가 저런 표정을 짓다니 어떤 상황인지 궁금하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이재용 회장의 '쉿' 포즈 영상이 화제를 모으자,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용 회장의 이 사진이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다"며 "오늘 대통령 모시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박형준 부산시장 그리고 국내 주요 대기업 회장들과 함께 국제시장과 붙어 있는 부평깡통시장에 다녀왔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이영 장관은 "나야 일상이지만, 대기업 회장들은 전통시장 나들이가 처음인 듯 했는데, 그래도 유쾌하게 상인들과 어울리며 함께 나들이 잘했다"면서도 "이재용 회장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올린 글

특히 이영 장관은 "시장 전체가 대통령을 연호하는 소리로 가득했지만, 그 사이를 뚫고 유독 이재용 회장을 부르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간혹 들려왔다"며 "그렇게 가는 곳마다 사진 찍자, 악수하자고 하는 통에 아마도 주변에 대통령이 계셔서 소리 낮춰 달라고 하신 포즈가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경남 거제시에서 뷰티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시민은 인스타그램에 '이재용 유세현장 영상'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리고 '재드래곤' '실물 영접' '인간미 철철'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습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속 부산 시민들은 이재용 회장을 보자 "이재용! 이재용!"이라고 외치며 선거유세 장면을 연상케 할 정도의 환영을 보냈습니다.

시민들이 손을 뻗어 악수를 청하자 이재용 회장은 화답하듯 시민 한 명, 한 명씩 손을 잡아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회장은 입에 손가락을 대는 '쉿' 동작을 하며 "조용히 해주세요", "이름…이름 부르지 말아 주세요"라고 웃으면서 부탁했습니다.

누리꾼들은 "스타성 쩐다" "나 같아도 이재용 외칠 듯" "쉿 하면서도 다 악수해주고" 등 의견을 보이며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인터넷에 밈처럼 유행인 유튜브 썸네일용 사진

이재용의 '쉿' 포즈 사진은 인터넷 상에서 패러디물 등 '밈(meme·유행하는 사진이나 글)'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한 네티즌은 이재용 회장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고 가정하고, '동생(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몰래 신라호텔 계산 안 하고 튀기!'라는 제목의 영상 썸네일용 사진을 만들어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또한 온라인에서는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떡볶이와 국물 어묵, 튀김, 빈대떡 등을 먹는 회장들의 각기 다른 모습이 화제가 됐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분식집에 먼저 도착해 상인에게 "뭐가 맛있어요?"라고 말을 걸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상인이 "떡볶이"라고 답하자 이재용 회장은 밝은 표정으로 손가락을 하나를 폈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다 함께 시장 음식을 맛보던 중 갑자기 나서며 "사장님, 저는 오뎅 국물 좀..."이라며 쑥스러운 듯 말했습니다. 뜨거운 국물 맛을 본 이재용 회장이 만족한 듯 "와…"라고 탄성을 내뱉었습니다.

또 이재용 회장은 깡통시장에서 시민들과 인사하며 "아이폰이 왜 이렇게 많냐?"고 유머스러운 농담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장우손 부산어묵이 공개한 매출 그래프

이재용 회장 일행이 다녀간 어묵집은 지난 12일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재용 회장님 덕분에 매출이 엄청나게 올랐다"라는 글과 함께 2주간의 매출 기록을 공개했습니다. 최근 매출은 평소보다 5배 이상 늘어났다고 합니다.

이재용 회장 등이 등장한 사진 한 장의 광고 가치가 10억원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왜 이렇게 대중의 인기를 끌게 됐을까요?

우선 과거 재벌 총수 세대와는 달리 소탈한 모습에서 대중들이 친근감을 느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이 꾸준히 진행한 소통 중심 현장경영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이른바 '수평적 리더십'입니다.

이재용 회장의 인기는 이미 삼성전자 직원들 사이에서 증명된 바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직에 오르기 전후로 직원들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이 구내식당에 식판을 들고 나타나면 직원들은 셀카 요청을 하는 등 큰 관심을 나타내곤 했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8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간담회에서 한 직원이 "출근 전에 아내에게 '단독 사진을 찍어오겠다'고 큰소리쳤다"며 인증샷을 요청하자 "그러지 마시고 영상 통화를 한 번 하시죠"라고 답한 후 직접 영상 통화를 해 놀라게 했습니다.

또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MZ세대와 간담회에서 "올해는 여름휴가를 제대로 보냈다"면서 "평생 처음 어머니랑 단둘이 5박6일간 휴가를 보냈다"고 일상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안싸우셨냐'는 질문에 이재용 회장은 소리내 웃으며 "안 싸웠다. 하루는 방콕(집에만 있었다는 뜻)하고 어머니 추천으로 드라마를 시청했다"며 "팔십(80) 다 된 어머니가 아들 걱정에 '비타민 많이 먹어라, 맥주 많이 마시지 말라'고도 하셨다"고 말했습니다.

여론조사기관 데이터앤리서치가  최근 지난 3분기(7~9월) 커뮤니티·카페·유튜브·인스타그램 등 11개 채널 22만 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총수들 중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습니다.

MZ세대가 선호하는 리더십 유형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4월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20·30대 82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업(인)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MZ세대들의 77.9%가 경영진 리더십 유형으로 '소통형'을 선택했습니다.

삼성은 20년 전,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삼성 X파일 사건' 등 부정적 인식이 꼬리표처럼 달려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재용 회장은 대중들의 인식을 긍정적 이미지로 바꿔 놓았습니다. 거기에는 '수평적 소통 리더십'이 있었던 것입니다. 

아울러 대중들은 코로나19 감염병 기간 중 삼성이 백신 등 문제 해결에 앞장 선 모습을 비롯 천재지변 등 국가적 사태에서 보여준 진심어린 사회공헌에서 마음을 움직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재용 회장은 여전히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하늘을 찌르는 인기는 언제 비수가 되어 돌아올 지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여전히 대중들은 이재용 회장과 삼성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박근우 녹색경제신문 기획에디터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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