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자이익 수난시대' 홍콩 ELS에 이어 중도상환수수료 면제까지...시중은행, 이자이익 의존도 높아질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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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자이익 수난시대' 홍콩 ELS에 이어 중도상환수수료 면제까지...시중은행, 이자이익 의존도 높아질까 '우려'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3.11.30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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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홍콩 ELS 손실 규모 3조원 추산
당국 엄포에 은행들 서둘러 ELS 판매 중지
6대 은행, 중도상환수수료 한 달간 면제
부과 기준 역시 필수비용에만 한정될 예정
"수수료를 아무런 기준 없이 건들이면 오히려 고객들에 큰 피해"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은행권이 대표적인 비이자이익인 수수료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홍콩H지수 추종 ELS 상품이 내년 대규모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중도상환수수료 역시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역대급 이자이익을 거두며 이자장사 논란에 휩싸인 시중은행이 이자이익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어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기간에 큰 폭으로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아지진 않겠지만 갈수록 은행이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으로 돈을 벌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홍콩H지수가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이를 추종하는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에 내년 손실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LS는 주가 움직임에 따라 약정된 수익을 지급받는 상품인데, 만기 시 기초자산 가격이 판매시점보다 35~55% 이상 하락하면 원금에 손실이 발생한다. 

은행권은 자산운용사가 여러 ELS 상품을 묶어 신탁상품을 만들면 이를 고객에게 판매해 수수료 수익을 챙겨왔다. 수수료율은 1~2%에 달해 은행권은 ELS 판매로 최소 2000억원 이상 수입을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현재 홍콩H지수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잔고액이 크다는 점이다. 30일 기준 홍콩H지수는 5818을 기록했는데 이는 최초 판매시점인 2021년보다 절반 이상 낮은 수치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H지수 ELS 금액은 13조620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상반기에 만기되는 금액만 9조600억원에 달한다.

내년 상반기 지수가 지금과 같을 시 피해금액은 최소 3조 이상될 것으로 추산되면서 은행을 향한 비판세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29일 "ELS라는 고위험 상품이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집중 판매됐다는 것만으로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고 은행을 직격한 바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비이자이익인 판매수수료를 포기하고서라도 ELS 판매를 점차 중단하는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작년 11월부터 홍콩H지수가 편입된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다각도의 검토 끝에 해당 상품을 판매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했으며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검토 단계에 있다. 우리은행은 타 은행 대비 판매액이 적어 이번 논란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표적인 수수료 수익인 중도상환수수료마저 연일 입방아에 오르고 있어 은행들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은행권이 중도상환수수료로 버는 수익이 상당하고 산정체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제기된 바 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고금리 시대에 저리의 대출로 전환하고 싶어도 수수료 부담이 커 망설이는 차주들이 많다"며 "대출을 계약기간보다 일찍 상환한다는 것을 이유로 수수료를 과도하게 책정해 국민의 부담을 가중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중도상환수수료 부과에는 원칙이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

 

이에 당국이 중도상환수수료를 수술대에 올릴 채비를 하고 있다. 29일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전체 가계대출에 대해 중도상환수수료를 12월부터 한 달 간 면제한다. 또한, 앞으로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할 시 자금운용 차질에 따른 손실 비용 및 대출 관련 모집비용 등 실제 발생하는 필수 비용만 인정될 예정이다. 

현재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0.6~1.4% 사이에 분포돼 있다. 그러나 부과 기준이 바뀌면서 은행이 벌어들이는 중도상환수수료 수익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은행이 수수료 수익을 거두기 힘든 환경이 조성되는 가운데, 이자이익 의존도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3분기까지 누적 이자이익은 총 30조936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총이익 대비 91.8%에 해당하는 수치다. 

은행별로 의존도를 살펴보자면 농협은행이 94.3%로 가장 컸고, 이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92.2%를 기록했으며 우리은행 91%, 하나은행 89.2% 순으로 나타났다.

미국은행의 5년 평균 이자이익 비중은 69.9%인것을 감안하면 이자이익의 의존도가 현재로서도 매우 높은 편이다.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 경우 이자이익 비중은 지금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홍콩 ELS는 고위험 상품이기 때문에 판매 시점부터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을 드렸으며 대다수 고객들이 ELS를 재투자한다"면서도 "글로벌 이슈는 예측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문제라 은행이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도상환수수료 역시 은행이 장기적인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필요한 수익인데 너무 안좋게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며 "수수료를 아무런 기준 없이 건들인다면 은행뿐만 아니라 고객들도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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