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디폴트옵션 적립금 석 달 동안 3배나 불어...1개월간 고위험 상품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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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디폴트옵션 적립금 석 달 동안 3배나 불어...1개월간 고위험 상품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3.11.14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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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디폴트옵션 적립금 3조 7302억원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적립금 규모 면에서 양강구도
1개월 기준 고위험 상품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
초저위험 상품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가능성 커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5대 은행의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적립금이 최근 석 달 동안 3배 가까이 불면서 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적립금 규모로만 봤을 땐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자웅을 겨루며 양강 체제를 구축하는 모습이다. 

한편 대다수의 돈이 초저위험 상품에만 몰려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은행권이 자랑하던 고위험상품 수익률도 모두 마이너스 전환하면서 초저위험 상품 쏠림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초저위험 상품이 매우 안전한 것은 사실이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한다면 추후 중위험이나 고위험 상품의 인기가 지금보단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14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3분기 기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3조 730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분기 1조 969억원보다 240.1%(2조 6333억원) 증가한 수치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시행한 제도로 퇴직연금 가입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해 별도로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금융사가 사전에 결정된 방법으로 투자 상품을 자동으로 운용하는 제도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IRP)으로 구성돼 있다. 

디폴트옵션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은행은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다. 신한은행의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3분기 기준 1조 1710억원으로 집계돼 2분기 대비 251.3% 늘어나며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국민은행이 1조 143억원으로 같은 기간보다 225.3% 늘어나며 2위 자리를 지켰다. 

다른 은행들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농협은행의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전분기 대비 5배 이상 늘어난 6951억원으로 3위를 기록했으며 하나은행은 291.3% 증가한 5776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은 328% 늘어난 2722억원으로 집계돼 5위를 기록했다. 

시중은행들은 통상 연말에 디폴트옵션 등 퇴직연금이 쏠리는 점을 이용해 전국적인 영업망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해왔다. 

그러나 대다수의 디폴트옵션 적립금이 초저위험 상품에만 몰려있어 수익률 제고라는 도입 취지가 사라졌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은행권 전체 디폴트옵션 적립액 4조 3332억 원 중에서 91.7%에 해당하는 3조 9749억 원이 초저위험형 상품에 쏠렸다. 

5대 은행의 초저위험 상품 쏠림 현상은 더욱 자명하게 드러난다. 신한은행의 전체 적립액 중 94.3%가 초저위험형에 해당했으며 하나은행이 94.1%를 기록해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적립액 중 90.4%가 초저위험형이었으며, 국민은행은 82.7%를 보였다.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이런 와중에 모든 고위험 상품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초저위험 상품 쏠림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은행권의 1개월 수익률 기준 고위험 상품 모두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초저위험형 상품 11개 중 4개만이 마이너스 수익률인 것과 대조된다. 

이는 최근 주식시장이 하락기를 거치면서 포트폴리오 중 대다수가 주식인 고위험 상품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수익률 1위를 자랑하던 '국민은행 고위험 포트폴리오 1'의 수익률도 6개월 기준으로 보면 5.34%로 집계됐지만 1개월 기준은 -2.18%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시대를 맞아 예·적금 상품의 인기가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디폴트옵션 초저위험 상품의 인기도 날이 갈수록 치솟고 있다"며 "도입 취지를 생각하면 고객들을 중위험 이상 상품에 유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수익률 부진은 주식시장 급락에 의거한 것으로 회복된다면 추후 다시 예·적금 금리 이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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