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대재해처벌법, 정부·기업 모두 이제 관점의 전환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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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대재해처벌법, 정부·기업 모두 이제 관점의 전환이 필요
  • 박현정 기자
  • 승인 2023.11.13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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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확대 적용 앞두고 건설업계 촉각 곤두서
실효성 의문 제기돼…법망 유무는 큰 차이 있어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두고 산업계는 중처법 시행이 가져올 리스크에 대해서만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바빴다. 어처구니 없는 산업재해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사회 전반의 공감대였지만, 당장의 손익만 계산하자면 기업에는 부담스럽기만 한 상황이었다.

중처법이 시행된 지 만 3년이 되는 2024년, 중처법은 확대 적용을 앞두고 있다. 기존의 50인 이상 사업장(건설업의 경우 공사비용 50억 이상 현장)에만 적용되던 중처법이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이하(공사비용 50억 이하)인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확대 적용을 앞두고 건설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처법 시행 이후 기소로 이어진 경우는 대부분 중소 건설사였기 때문이다. 앞으로 확대 적용될 건설사 역시 공사금액 50억 미만의 중소건설사일 가능성이 높다.

중소 건설사들은 중대재해를 막아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면서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이 부담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다. 대형 건설사와 같은 자금력이나 인력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업계를 비롯한 정부 부처 회의에서도 확대 적용 유예 이야기가 슬그머니 머리를 내밀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중처법은 단지 처벌을 내리기 위한 법이 아니라, 중장기적 투자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 라인이다.

안전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전 수칙 준수와 낮은 사고 발생률은 기업의 ‘신뢰’를 높이는 요소가 된다. 신뢰는 강력한 투자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고 등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등 투자 위험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현장보다 낮기 때문이다.

안전 문제를 단순히 비용이 발생하는 ‘일’ 정도로 취급하는 것에서 벗어나 기업의 신뢰를 쌓아 중장기적인 투자를 한다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처법 역시 단순히 ‘산업재해를 엄단하는 법’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업이 ‘신뢰’라는 가치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으로 생각하는 전환의 자세가 요구된다.

한편, 정부는 안전과 관련해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물론 옳은 일이다. 그러나 그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 문제에 있어서는 한 발 물러서 있는 모습이다. 정부가 진짜 안전과 타협하고 싶지 않다면 기업에만 안전과 관련한 설비・인력을 갖추도록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기업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다. 그들에게 무조건 희생과 강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비용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기업이 안전 문제를 외면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박현정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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