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중소기업에 금융상품 가입 강요하는 '꺾기' 갑질 계속...4년 반 사이 약 50조에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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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중소기업에 금융상품 가입 강요하는 '꺾기' 갑질 계속...4년 반 사이 약 50조에 달해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3.10.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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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반 동안 꺾기 의심 행위 약 64만건
액수는 약 50조에 달해
꺾기 의심 행위는 불법은 아니나 편법
중소기업 입장에선 은행권 꺾기 요구 거부 쉽지 않아
박재호 의원실 제공

 

고금리 및 경기침체로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에 대출을 내주는 조건으로 예·적금, 보험 등 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은행권의 '꺾기' 행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4년 반 새 가장 많은 꺾기 의심 행위가 벌어진 곳은 IBK기업은행이다. 시중은행 중에선 하나은행이 가장 많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영업점 업무지도나 점검만으로는 꺾기 행위를 근절할 수 없다"며 "꺾기 행위의 범위를 넓혀 편법행위를 줄여나가는 게 현재로선 맞다"고 말했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중소기업 대상 은행별 꺾기 의심거래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16개 은행의 꺾기 의심 사례 건수는 63만 9771건이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49조 8200억원에 달한다. 

꺾기란 은행이 대출을 내주는 조건으로 고객에게 예·적금 등 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불건전 구속성 행위를 뜻한다.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법 개정에 따라 대출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대출 실행일 전후 1개월 내 판매한 예·적금, 보험, 펀드, 상품권 등의 월 단위 환산금액이 대출금액의 1%를 초과하는 경우 꺾기로 간주하며 이는 불법이다. 

꺽기 의심거래는 이러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 대출실행일 전후 1개월 초과 2개월 이내에 중소기업 및 그 대표자가 은행의 금융상품에 가입한 경우를 말한다. 이는 꺾기로 간주되진 않으나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편법이기에 꺾기 의심거래에 해당한다. 

[출처=IBK기업은행]
[출처=IBK기업은행]

 

조사기간 동안 꺾기 의심행위가 가장 빈번하게 벌어진 곳은 IBK기업은행이다. 지난 4년 반 동안 기업은행의 꺾기 의심거래 건수는 17만 9932건으로, 은행권 전체의 28.1%에 해당했다. 뒤이어 하나은행 11만 7793건, 국민은행 11만 6004건, 우리은행 6만 1609건, 신한은행 3만 5629건 순이었다.  

금액 기준으로 보더라도 규모 면에서 기업은행이 가장 컸다. 기업은행의 꺾기 의심거래금액은 18조 6556억원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은행권 전체의 37.4%에 달하는 수치다. 이어 국민은행 6조 7039억원, 하나은행 4조 21억원, 신한은행 3조 8294억원, 농협은행 3조 4410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만 놓고 보면 전체 은행권 중 기업은행이 꺾기 의심거래가 가장 많았으며 시중은행 중에선 국민은행이 제일 빈번했다. 올해 상반기 기업은행의 꺾기 의심거래 건수는 1만 1090건으로 집계됐으며 금액은 2조 7786억원에 달했다. 이어 국민은행에서 상반기에만 9954건의 꺾기 의심 거래가 발생했으며 금액은 826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하나은행이 5805건(5255억 원)으로 뒤를 이었으며, 우리은행 5724건(8210억 원), 신한은행 5495건(7068억 원), 농협은행 940건(1227억 원) 등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19 후폭풍과 경기침체라는 겹악재를 겪는 중소기업 입장에선 자금조달 때문이라도 은행권의 꺾기 요구를 거부하기 쉽지 않다. 

박 의원은 "대출기관이라는 우월적 지위로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나가는 행태가 중소기업을 울리고 있는 셈인 만큼 은행 자체의 자성과 금융당국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꺾기 의심거래가 빈번하다는 지적에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제로 편법행위가 빈번한 것도 사실이나 기업 측에서 상품 가입을 원하는 경우도 있어 명확하게 편법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꺾기 행위는 근절돼야하는 만큼 은행도 상시 현장점검, 금융상품 가입실적 경영 평가 제외 등 다양한 조치를 통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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