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리베이트 악령에 허탈…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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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리베이트 악령에 허탈…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 ‘우려’
  • 강성기 기자
  • 승인 2023.10.21 0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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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중외제약, 병·의원에 70억 리베이트…298억 과징금 ‘철퇴’ ‘역대 최대’
“본사 차원 조직적 위법행위 은닉”…일부 학술 행사 동반자도 비용 지급
지난 8월 안국약품·비보존제약 적발…영업사원, 병·의원에 리베이트 전달

제약업계에 또다시 리베이트 악령이 찾아왔다. 

JW중외제약이 전국 1,500여개 병·의원에 70억 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시정명령과 함께 총 298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으며 법인과 신영섭 대표는 검찰에 고발됐다. 제약 분야 불법 리베이트 사건 가운데 역대 최대 과징금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JW중외제약은 2014년 2월부터 2023년 10월 현재까지 62개 품목의 의약품 처방 유지·증대를 목적으로 전국 1,500여 개 병・의원에게 현금과 골프 접대, 연구 지원 등 각종 수단을 활용해 2만 3,500여 회에 걸쳐 70억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의 학회·심포지엄 개최나 학술대회 참가에도 돈을 댔으며 임상·관찰연구비도 지원했다. 심지어 일부 학술 행사에는 동반자에 대한 비용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금 및 식사・향응 제공 등 불법행위가 드러나지 않도록 내부직원 회식 등 다른 내역으로 위장하여 회계 처리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이 본사 차원의 전방위적인 행위라고 단정 짓고 불법 리베이트 관련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제약회사 일탈 행위는 이 뿐이 아니다. 올들어 안국약품, 비보존제약 등이 불법 리베이트로 공정위의 철퇴를 맞았다.

안국약품은 2011년 11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자사 의약품 판촉을 위해 병·의원 및 보건소를 상대로 약 89억 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돼 지난 8월 공정위가 과징금 5억 원과 시정명령을 요구했다. 

안국약품은 의약품 판촉 목적으로 매년 수십억 원의 현금을 영업사원의 성과급(인센티브) 명목으로 마련했고 이를 영업본부 산하의 지역 사업부 영업사원을 통해 전국 병의·원 및 보건소 의료인 등 84명에게 리베이트로 제공한 행위가 발각됐다.

해당 리베이트는 ‘안국몰’이라는 인터넷 직원 복지몰을 통해 영업사원들이 의료인에게 서류세단기 등의 물품을 배송해 주는 방식으로 제공됐다. 이외에도 201개의 병·의원 및 약국에게 무선 청소기 및 노트북 컴퓨터 등 전자기기와 숙박비를 지원했다.

비보존제약은 2016년 8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서울 소재 병·의원에 자사 의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영업사원을 통해 금전을 제공하는 리베이트를 진행하다 적발됐다. 이로인해 지난 8월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00만 원을 부과받았다. 지급 금액 수준은 한 달간 사용한 약 처방량에 일정 비율을 곱하여 산출됐다.

이 회사는 판촉비의 일종인 영업활동비를 영업사원에게 지급하여 이를 리베이트 자금으로서 병·의원에 전달하게 했으며, 영업활동비 지급은 영업사원이 실제로 사용하지 않은 허위영수증을 청구하는 것으로 은폐됐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JW중외제약이 본사 차원에서 벌인 조직적이고 전방위적인 리베이트 행위에 대해 제약사의 리베이트 사건 중 역대 최고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엄중 제재함으로써, 의약품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에 기여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제약업계는 잊을만하면 터지는 리베이트 적발 소식에 대체로 허탈해하는 모습이다. 특히 제약업계는 그동안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에 대한 반대 논리로 ‘리베이트 관행 철폐’를 내세웠으나 이번 사태로 제약업계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많은 기업이 자정 노력을 해왔다”면서 “이번 리베이트 사건으로 제약업계 전체가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되지나 않을지 심히 우려된다”고 걱정을 자아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 같다”면서 “당분간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강성기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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