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돌발대응’ 희화화하는 영상 제작...분노한 직원들, “세자리수 채용에 이유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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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돌발대응’ 희화화하는 영상 제작...분노한 직원들, “세자리수 채용에 이유가 있죠”
  • 박시하 기자
  • 승인 2023.09.11 12: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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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대응, 설비에 문제 발생시 언제어디서든 출근해야하는 제도
-정비직원들, 24시간 대기해야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 심각한 수준
(위)포스코측이 올린 영상, (아래)현재 삭제된 상태[편집=녹색경제신문] 

포스코가 지난 7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돌발대응을 희화화한 영상을 올리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돌발대응은 공장에서 가동중인 설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쉬는 날이나 퇴근 후에도 무조건 출근해야 하는 제도로 알려졌다.

11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정비직원들은 포스코가 올린 영상에 ‘정비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웃음거리로 전락시키는 행위’라는 취지의 댓글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영상에는 유명 개그맨들이 등장해 돌발상황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또 포스코측에서 성과급으로 지급했다고 알려져 논란이 됐던 ‘텀블러’도 등장한다. 영상을 확인한 포스코 정비직원들이 댓글로 분노를 표출하자 포스코측은 곧바로 해당 영상과 댓글을 보지 못하도록 차단했다.

영상을 확인한 정비직원들은 돌발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은 문제나 사고가 생겼다는 것이고, 누군가는 새벽에 목숨을 걸고 달려와야하는 일인데 어떻게 이를 개그소재로 전락시킬 수 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를 제보한 A씨는 “돌발상황은 새벽에 잠을 자다가도 달려가야 하고, 가족들과 휴가 중에도 달려가야 하는 긴급한 상황을 의미한다”면서, “돌발대응 때문에 대부분의 정비 직원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고, 늦은 시간이나 휴일에도 언제 전화가올까 불안에 떨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어 “돌발상황 발생시 공장에 신속하게 도착하지 않으면 사유서를 쓰라고 하거나 면박을 주기 때문에 잠도 못깬 상태에서 목숨걸고 갈 때도 있다”면서, “정비직이든 사무직이든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을텐데 어떻게 돌발대응을 개그소재로 사용할 수 있는지 참 서글프다”라고 심경을 표현했다.

아울러 “이번에 포스코가 세자리수 채용을 하는데, 구직자 입장에서는 다른 기업에 비해 채용 규모가 커서 좋겠지만 세자리수 채용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면서, “인건비를 아끼려고 당직 인원을 뽑지 않아 해당 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상시 대기상태인 것도 기가막힌데, 비싼 돈을 주고 유명 연예인을 동원해서 직원들의 고충을 희화화하는 것도 말이 안나온다”라며 한숨을 내뱉었다.

기자는 A씨의 제보를 받자마자 해당 영상을 시청했고, 영상에 달린 댓글도 확인했다.

해당 영상에 달렸던 댓글 중 일부[편집=녹색경제신문]

정비직원이라고 밝힌 B씨는 댓글에 ‘퇴근 후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과 혹 새벽에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급하게 출근하는 모습을 보며 집에 남겨진 와이프와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생각해보셨나’라고 남겼다.

C씨 역시 ‘정비 직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이유 중 하나를 이따위로 표현하냐’면서 ‘개선할 의지가 없는 모양이네’라고 의견을 남겼다.

이어 ‘퇴근하고 수시로 불려나가는 게 상식적인가?’라고 되물으면서, ‘전화대기를 자는 중에도 해야하는데’라고 덧붙였다.

동종 업계 종사자에게 ‘돌발대응’에 대해 묻자 “돌발대응 때문에 불안장애나 수면장애에 시달린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그 친구의 성격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힘들어서 약을 처방받았는데 그 약을 먹으면 돌발상황에 출근하지 못할까봐 차마 약을 사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안 좋았다”라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측에 ‘돌발대응은 정비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업무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영상을 제작한 의도가 무엇인지’와 ‘영상을 올린 후 삭제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오전 중으로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박시하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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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사랑상품권 2023-09-11 13:22:17
임원들 셀프 주식 지급도 만들지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