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아의 유럽이야기] 폴크스바겐標 카레 소세지가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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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의 유럽이야기] 폴크스바겐標 카레 소세지가 돌아온다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 승인 2023.08.3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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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W 구내식당의 아이콘 메뉴, 직원들 건의로 다시 제공되기로
- 산업화 심벌·독일 소울푸드 위상 재확인

독일 자동차 기업 폴크스바겐(Volkswagen Group, 이하 VW)의 임직원 구내식당 메뉴에 ‘커리부르스트(Currywurst)’가 되돌아왔다고 NDR(노르드도이처 룬드풍크) 방송사 등 독일의 유력 언론들이 최근인 8월 25일 보도했다.

2년 전인 2021년 8월, 폴크스바겐 그룹은 본사 사무실과 생산라인이 위치해 있는 볼프스부르크(Wolfsburg) 아우토슈타트 자동차 산업단지 내 스물 아홉 곳 구내식당에서 지난 70년 동안 단골 애호 메뉴로 사랑받던 커리부르스트를 메뉴판에서 없앴다. 

VW측은 당시 직원들의 호소와 시위에도 무릅쓰고 2025년까지 구내식당 메뉴의 100% 채식 전환 계획의 일환으로 그 같은 결정을 내렸다.

Photo: Serj Sakharovskiy=Unsplash
Photo: Serj Sakharovskiy=Unsplash

커리부르스트는 독일인들이 일상 속에서 늘 먹는 국민음식이자 친숙하고 민주적인 길거리 음식이다. 우리로 치자면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파는 떡볶이, 김밥, 튀김과 마찬가지랄 수 있는 독일 식문화권의 대표적 소울푸드의 위상을 지닌 먹거리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는 커리부르트스 박물관(Deutsches Currywurst Museum)을 직접 운영하며 이 국민음식에 경의를 표하고 있을 정도다.

곱게 갈은 돼지고기와 향료가 들어간 커리부르스트 소시지를 물에 삶거나 철판에 구운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카레맛 케첩 소스와 감자 튀김을 곁들여 먹는다.

게르하르트 슈뢰더(Gerhard Schröder, 독일 사민당) 전(前) 독일 총리는 지난 2021년 8월 당시, 독일 산업과 근면한 독일 노동자의 상징적 파워하우스인 VW 사가 독일국민 최애의 먹거리를 구내식당 메뉴에서 없애기로 한다는 소식을 듣고 ’ 커리부르스트와 감자튀김은 독일 숙련 근로자의 에너지바’라 칭하며 직접 거리의 소시지 가게에서 커리부르스트를 먹는 행위을 벌이며 VW 경영진에 항의하기도 했다.

커리부르스트 소시지가 탄생한지 70년을 기념하는 기념 은주화. 길거리 스낵코너에서 가격 6~7유로에 판매되는 커리부르스트 소시지와 감자튀김. 간단한 점심 혹은 허기 때우기 스낵으로 애용되는 국민음식으로 1950년대 전후 경제재건기에 발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리부르스트 소시지가 탄생한지 70년을 기념하는 기념 은주화. 길거리 스낵코너에서 가격 6~7유로에 판매되는 커리부르스트 소시지와 감자튀김. 간단한 점심 혹은 허기 때우기 스낵으로 애용되는 국민음식으로 1950년대 전후 경제재건기에 발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인들에게 커리부르스트 소시지는 전통과 영혼과 동급이라 할 만하다.

특히, 폴크스바겐 구내식당에서 제공되오던 커리부르스트는 VW 표(標) 가내제조 수제 소시지로 유명하다. 

VW 브랜드 커리부르스트 소시지는 1973년부터 VW 볼스프부르크 본사 공장단지 내 구내식당 요리진들이 6곳에 분산된 소시지 제조공장에서 매일 신선한 재료로 직접 수제 생산된다. 구내식상을 방문한 VW 임직원들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을 위해 시중 슈퍼마켓에서 ‘Volkswagen Originalteil’(‘폴크스바겐 오리지널 부품’이라는 뜻, 부품 번호: 199 398 500 A.)라는 브랜드를 달고 판매되기도 한다.

이 소시지가 고유의 VW 부품 번호까지 부여받은 ‘폴크스바겐 오리지널 부품이라는 유머 담긴 별명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VW 표 커리부르스트는 연간 7백만 개가 생산( 2019년 기준)되는데, VW 단지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그야말로 VW표 필수 ‘부품’이다. 곁들여지는 커리부르스트 VW 케첩(VW 오지지널 부품 번호: 199 398 500 B)도 VW 구내식당에서만 직접 조리되는 비밀 소스다.

VW 표 커리부르스트 소시지의 원 레시피는 돈육과 우육을 혼합해 제조하나 1986년 영국 광우병 사태를 계기로 현재는 돈육 만을 사용한다. Image: r/Volkswagen=Reddit
VW 표 커리부르스트 소시지의 원 레시피는 돈육과 우육을 혼합해 제조하나 1986년 영국 광우병 사태를 계기로 현재는 돈육 만을 사용한다. Image: r/Volkswagen=Reddit

임직원들의 끈질긴 건의를 참작해 VW 경영진은 당분간 육류와 생선 식단을 VW 구내식당 메뉴에 추가하기로 했다. 그리고, 커리부르스트 소시지는 추가 제공 메뉴로만 지정해 정해진 날에만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커리부르스트를 둘러싼 VW 경영진의 타협에도 불구하고 VW 차생산단지 내 구내식당의 탈(脫) 육식화 계획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추진될 것이라 한다. 

일부 언론은 이번 VW 커리부르스트 사건을 변화를 저항하는 독일 문화의 징후라 지적한다. 하지만 이 아이콘적 국민음식에 깃든 독일국민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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