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출혈경쟁’에 정체된 자산운용사 실적…액티브 ETF 묘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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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출혈경쟁’에 정체된 자산운용사 실적…액티브 ETF 묘수될까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3.08.10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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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펀드 순자산액 4조원 증가
다만 영업이익 50억 하락
운용비용 늘고 마진 줄어든 영향
자기자본 투자·액티브 ETF 확대
[출처=삼성자산운용, NY Fed]
[출처=삼성자산운용, NY Fed]

자산운용사 간 수수료 출혈 경쟁에 작년 삼성자산운용의 영업이익이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ETF(상장지수펀드)를 중심으로 펀드 순자산액이 늘어났으나 수수료율 하락에 펀드운용보수는 제자리를 걸었다.

이러한 배경에 회사는 자기자본 투자, 액티브형 ETF 펀드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정체된 실적에서 벗어날 해법을 찾고 있다.

지난해 연말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전년도 대비 4.8%(1조5358억원) 증가한 32조950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시장 78조5116억원 중 약 40% 지분을 차지하는 1위다.

이러한 ETF를 포함한 집합투자기구 순자산총액(이하 별도기준)은 같은 기간 4조3152억원(3.9%) 늘어난 112조829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984억원으로 전년도 대비 55억원(5.9%)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18억원(2.3%) 소폭 증가한 773억원이다.

판관비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작년 영업비용은 전년 대비 9.4%(138억원) 늘어났다. 영업수익 증가폭 3.2%의 약 3배다. 회사 관계자는 “IT 등 시스템 고도화 작업으로 인한 무형자산 상각비 증가로 비용이 상승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 간 수수료 경쟁으로 마진율이 내려간 요인도 한몫했다. 전체 영업수익 중 가장 큰 비중(65%)을 차지하는 집합투자기구(펀드)운용보수는 지난해 1681억원으로 전년도 대비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펀드 순자산액 증가폭 3.9% 대비 더딘 모습이다.

지난해 삼성자산운용이 자기자본 100억원을 투자한 프랑스 덩케르트 LNG 터미널 전경.

지난 상반기 기준 순자산 40조원을 넘긴 회사의 ETF 수수료(총보수율)는 평균 0.29%로 매년 하락하는 추세다. 단순 계산 시 1조원 어치를 팔면 연 29억원이 남는 구조다.

10일 회사의 스테디셀러 ‘KODEX 200’ ETF의 보수율은 0.15%다. 펀드 수수료는 2008년 0.52%에서 0.35%, 2013년 0.35%에서 0.26%, 2016년 0.26%에서 0.15%로 줄곧 하락했다.

이른바 ‘복붙(복사+붙여넣기)’으로 동일한 상품을 값싼 수수료에 내놓은 경쟁사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10일 기준 KB자산운용의 ‘KBSTAR 200’,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200’의 총보수율은 각 0.017%, 0.036%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한 상품일수록 수수료가 낮은 경향을 나타낸다. 채권투자 열풍 속 내놓은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의 수수료는 0.02%다. 지난달 순자산액 5000억원을 넘겼는데 단순 계산해 연 수익은 1억원에 그친다.  

ETF 수수료율만 낮아진 건 아니다. 펀드슈퍼마켓 등의 상품비교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공모펀드 수수료도 이전 대비 하락했다. 

작년 회사가 운용 중인 펀드는 전체 2354개로 이들의 평균 총보수율은 0.22%다. 이 수치는 2019년 0.26% ▲2020년 0.25% ▲2021년 0.24% 등으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

그렇다고 인력, 전산운용비 등 고정비용이 감소하진 않았다. 불어나는 펀드만큼 운용전문인력은 2018년 202명에서 2021년 282명, 2022년 327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혼자만 겪는 문제는 아니다. 작년 금융당국에 등록된 422개 자산운용사 중 217개 사가 영업적자를 냈다. 전체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은 전년 말 대비 5.7% 줄었으나, 펀드수수료는 이보다 큰 10%대 낙폭을 보였다. 판관비는 반면 8.6% 늘어났다

[출처=삼성액티브자산운용]

다만 경쟁사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자기자본을 활용한 국내외 대체투자, 해외법인 사업 등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넘고 있다. 미래에셋은 지난 1분기 전년 대비 17%(152억원) 늘어난 당기순이익 1045억원을 거뒀다.

삼성자산운용도 해외 LNG터미널 등의 대체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나 자기자본 측면에서 미래에셋 대비 열위다. 1분기 기준 미래에셋의 자기자본은 3조526억원이다. 반면 삼성은 7106억원에 그친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대체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나 규모를 무리하게 늘리기보다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현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회사는 지난 2017년 설립한 자회사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을 통해 액티브형 ETF 시장 공략에 나섰다. 벤치마킹 지수 대비 알파(alpha)를 추구하는 액티브형 펀드는 패시브형 대비 운용 인력 역량이 더 요구되고 그만큼 수수료도 비싼 편이다. 작년 말 기준 액티브운용의 펀드 순자산총액은 약 7000억원이다.

지난 3일 회사는 첫 액티브형ETF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를 상장했다. 바이오헬스케어 섹터에 투자하는 국내 유일 액티브 ETF로 ‘iSelect 바이오헬스케어 PR지수’를 기반으로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리서치가 엄선한 종목을 담는다.

펀드의 총보수는 0.5%로 삼성자산운용의 ETF 평균 보수율을 약 두 배 뛰어넘는다. 동 펀드는 상장 3일 만에 개인 및 기관 순매수액 287억원을 끌어모으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다만 최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자사 액티브형 2차전지 ETF 총보수율을 인하하는 등 액티브형으로도 수수료 출혈 경쟁이 번지고 있는 만큼 긴장을 놓긴 어렵다. 이러한 흐름에 맞서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율을 정당화할 수 있는 방법은 수익률 제고 밖에 없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는 “KoAct ETF 출시를 계기로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실행해 고객들의 자산이 세상의 변화와 함께 성장하는 데 일조해 나갈 것”이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국내 액티브 ETF 시장이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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