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우 칼럼] '퍼스트 무버' 정의선 현대차 회장, '청출어람' 재조명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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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우 칼럼] '퍼스트 무버' 정의선 현대차 회장, '청출어람' 재조명받는 이유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3.06.25 2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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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주영 창업주 꿈 담긴 '포니 쿠페' 49년 만에 복원한 손자 정의선 회장
- 정의선 회장, 새벽 5시 기상해 아침 6시 반 출근 등 '밥상머리 교육' 실천
- 정주영-정몽구 '패스트 무버' 넘어 정의선 '퍼스트 무버' 글로벌 리더 지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두고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청출어람'은 원래 '푸른색은 쪽(藍)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다'라는 뜻이다.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나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주로 사용된다. 

정의선 회장이 '청출어람'의 대명사로 비유되는 것은 그의 스승 역할을 했던 할아버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아버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을 소환한다는 점에서 뜻깊은 일이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5월 18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Lake Como)에서 복원한 '포니 쿠페'를 공개하는 <현대 리유니온(Reunion)> 행사를 열었다.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 재회한다'는 뜻을 담은 행사다.

지난 1974년 당시 정주영 회장은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 국민차 '포니'와 함께 '포니 쿠페'를 출품한 바 있다. 그런데 해외 수출 전략 차종으로 생산을 준비하던 '포니 쿠페'는 1979년 석유파동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양산을 하지 못한 비운의 모델로 남았다. 손자인 정의선 회장이 49년 만에 정주영 창업주의 '꿈'을 재소환해준 셈이다. 

포니 쿠페 복원 차량 앞에서 선 정의선 회장(왼쪽)과 조르제토 주지아로. [사진 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포니 쿠페' 복원 차량 앞에서 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이너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정주영 선대회장님, 정세영 회장님, 정몽구 명예회장님, 그리고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오늘 날 우리가 있는 것 같다"면서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과거에 우리가 노력했었다는 그런 좋은 기억들이 필요하다. 그것을 바탕으로 또 계속 새롭게 해 나가야 되기 때문에 우리 직원들한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의지를 다졌다.

정의선 회장은 그간 현대차의 역사를 이끈 3명의 회장 이름을 모두 언급했다. 그리고 4대 회장인 자신이 이끌어갈 현대차의 미래를 그렸다. 

정의선 회장의 '청출어람'은 정주영 창업주의 '밥상머리 교육'부터 시작됐다. 정주영 창업주는 청운동 자택에서 매일 새벽 5시 가족들과 아침 식사를 했다. 정의선 회장은 어린 시절에도 장손이기 때문에 헤드테이블에서 식사했다고 한다. 

정주영 창업주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 자신을 낮추면서 남을 높이는 기본예절을 배워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정주영 창업주는 식사 후에는 정몽구 등 자식들과 함께 걸어서 계동 현대그룹 본사 사옥으로 출근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5월 25일 MZ세대와 '갓생한끼' 대화에서 '하루 스케줄' 질문에 "오후 9시 반에 자서 오전 5시쯤 일어나고 출근은 오전 6시30쯤 한다"며 "오전엔 주로 회사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현장 같은 데 가거나 사람 만나서 얘기를 듣는다. 운동은 하루에 서너 번 정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침밥은 조금 먹는 편"이라고 답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배운 부지런한 생활습관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

정의선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 임직원들의 신뢰를 얻었다. 가령 당시 시무식 등에서 항상 정몽구 회장의 뒤에서 따르며 겸손하고 예의바른 모습을 보였다. 양재동 본사의 정문과 로비로 출근하지 않은 것은 1층은 아버지가 다니는 길이라는 이유라고 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해 4월 "정의선 회장의 젊음과 미래 비전이 현대자동차그룹을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진정한 혁신가'로 바꿨다"고 정의선 회장을 <올해의 자동차산업 선구자>로 선정했다. 

정의선 회장이 2022년 4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올해의 자동차산업 선구자>로 선정됐다. 

정의선 회장은 수상 기념 인터뷰에서 "정주영 창업주가 회사를 설립했을 때부터 우리는 사람들의 삶에 진정한 변화를 주고 싶었다"며 "미래를 창조하고 발전시키려는 야망이 지금도 회사에 뚜렷하다"고 말했다. 할아버지 정주영 창업주를 이야기하며 자신의 포부를 드러낸 것이다.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은 정의선 회장에게 위기 돌파 능력을 선물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정의선 회장을 2005년 당시 '험지'인 기아 사장으로 보내 경영 능력을 시험했다. 당시 기아는 국내 레저용차량(RV) 시장 위축 등으로 최악의 위기였다. 

실제로 정의선 회장은 최근 '중꺾마(중요한 건 꺽이지 않는 마음) 언제 느껴봤나' 질문에 "기아가 많이 어려웠을 때다. 정말 망하기 일보 직전이었기 때문에 은행을 찾아다니며 돈도 많이 꿔봤다"며 "제일 중요한 건 내부 팀워크다. 제일 위의 조직부터 공장 생산, 판매 등이 서로 똘똘 뭉쳐야 이겨낼 수 있기 때문에 그때 배운 게 컸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정의선 회장은 '디자인 경영'을 도입해 기아의 체질을 바꿨다. 또 정의선 회장은 2015년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이끌었다. 제네시스는 올해 5월까지 약 95만 대가 판매될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 베스트셀러로 안착했다. 

이제 정의선 회장은 정주영 창업주와 정몽구 명예회장이 남긴 역사를 계승해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글로벌 자동차 1위에 도전한다. 

정의선 회장은 2020년 회장직에 오른 이후 현대차그룹을 전기차, 수소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차, 로보틱스, 우주항공 등 미래 모빌리티 비전으로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과거 군대식 문화는 복장자율화, 직급 통폐합 등과 함께 수평적 문화로 바뀌었다.  

정의선 회장이 'CES 2022'에서 로봇개 '스팟'과 함께 연단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 3위에 등극했다. 2010년 정몽구 회장 시절에 글로벌 판매 5위에 오른 지 12년 만이다.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 6조4667억원을 거두며 세계 1위 도요타마저 넘어섰다. 정주영 창업주가 1967년 12월, 현대차를 만든 이후 57년 만이다. 

정의선 회장은 1년에 무려 15만Km 이상의 해외출장을 다닌다. 지구 네 바퀴에 달하는 거리이며 국내 총수 중 가장 많다. 정의선 회장은 '해외 출장을 자주 가는 이유'에 대해 "저희 해외사업장이 워낙 많다"며 "생산도 그렇고 판매도 그렇고 거의 56개국 정도 될 텐데 거기를 저도 챙기고 저희 사장님들도 가고, 그래도 모자랄 지경이라서 출장이 많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재계 순위에서도 1년 만에 매출과 순이익 2위 자리를 차지했다. 올해 다른 그룹들이 반도체 적자 등 위기 상황에서도 현대차는 질주하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올해는 수출 부진과 경기 불황 등의 여파로 삼성과 SK, LG 그룹 계열사 전체 성적이 작년보다 더 나빠져 우울한 한 해가 될 수 있다"면서도 "현대차는 실적 상승세를 타고 있어 올해 그룹 전체 영업이익이 어느 정도까지 높아질 수 있을지 주요 관심사"라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은 주요 재벌가(家) 자제 중에서도 유독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는 '모범생'이다. 실제 가정교육은 물론 학창생활, 회사생활 등에서도 정의선 회장에 대해서는 호평이 많다. 김동한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의선 회장 등 경영 3세는 유연한 수평적 사고는 물론 해외유학 등 준비된 글로벌 인재"라며 "충분히 실무적 경험과 전문적 지식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의선 회장의 '청출어람'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가 꿈꾸는 미래차 비전이 인류를 얼마나 편리하게 할 것인지 기대되는 이유다. 정의선 회장의 꿈은 정주영 창업주가 국가대표 자동차 브랜드를 갖고 싶었듯이 소박한 듯 하지만 원대하다. 
"차를 잘 만들어서 여러분이 잘 타시고 실생활에 도움이 돼서 원하시는 더 큰 일을 하실 수 있도록 돕는 게 꿈 입니다."

 

박근우 녹색경제신문 기획에디터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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