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인니 광산에 발 묶인 이유는? … 인니, 이란과 무역 협정 체결으로 미국 IRA 보조금 혜택 불투명
상태바
LG화학, 인니 광산에 발 묶인 이유는? … 인니, 이란과 무역 협정 체결으로 미국 IRA 보조금 혜택 불투명
  • 우연주 기자
  • 승인 2023.06.05 16: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니, 미국과 FTA 체결국도 아냐 … 反美 국가인 이란과의 협조 행보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 불확실성 커져
이차전지 업계, “핵심 3대 권역 아닌 인니에서 리스크를 감수할 요인 없다”
[사진=LG화학]
[사진=LG화학]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도네시아(인니) 니켈 광산 채굴 및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에 나선지 2년이 돼가지만 최근 인니 정부의 엇박자 외교에 니켈 사업의 미래가 진척은 커녕 불투명해진 것으로 보인다.

5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 결과, 최근 인니-이란 간의 PTA(Preferential Trade Agreement: 특혜무역협정) 체결로 인해 인니는 IRA 보조금 혜택에서 한 걸음 멀어질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배적 의견이다. 이로 인해 인니의 니켈에 투자하려던 LG화학과 LG엔솔의 입장이 애매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IRA 혜택을 받으려면 부품은 미국에서 만들어야 하는데, 배터리 소재·제조 업계에서는 굳이 인니에서 완제품까지 만들어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며 “미국·유럽·중국이라는 3대 핵심 시장도 아닌데다 정치적 리스크까지 있다면 인니에 계속 투자할 이유가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니 정부가 이란과의 무역 협정과 같은 미국이 꺼리는 외교 행보를 보이면 미국의 영향력을 고려해야하는 산업계에는 혼란이 온다”며 “투자하려던 국내 기업 입장에서 보면 장애 요인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어 “인니 정부가 자국의 산업정책과 외교정책을 국제 정세에 맞게 처리할 때 한국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니는 최근 대표적 반미 국가인 이란과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23일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인니를 방문해 양국이 PTA를 체결을 확인한 바 있다”고 말했다.

반드시 이란과의 무역협정이 IRA 보조금 혜택의 걸림돌이 아닐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인니가 반미 성격의 국가와 무역협정을 맺어도 실리에 따라 IRA 범위 안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송백훈 동국대학교 국제통상학전공 교수는 “우리나라도 중국과 FTA를 체결했지만 미국이 우리나라를 공급망에서 배제시키지는 않았다”며 “미국도 자국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각자의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미국이 IRA 범위를 인니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IRA의 목적에는 미국 자국 위주의 공급망 재편도 있지만 대(對)중국 견제도 포함된다”며 “인니는 중국의 대체제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설령 인니-이란 무역 협정이 미국 정부의 마음에 들지 않아도, 미국 내 자동차 업체들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며 “배터리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현재,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원한다면 인니까지 IRA 혜택이 확장될 가능성도 없진 않다”고 말했다.

한편, ESS를 위한 LFP(리튬인산철) 계열 이차전지 투자로 니켈 확보가 뒷전인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LG화학과 LG엔솔이 니켈을 포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LFP도 진행할 계획이지만, 고객사가 원하니 해야 하는 것일 뿐”이라며 “여전히 주력은 삼원계”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정부의 IRA 보조금을 받으려면 광물 요건과 조립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광물 요건은 미국과 FTA가 체결된 국가에서 생산, 제련, 재활용된 광물을 사용할 것을 요구하는데, 인니는 최대 니켈 생산국이지만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아 현재로서는 인니에서 핵심 소재를 채굴하거나 배터리를 제조해도 IRA 혜택을 받을 수 없다.

LG화학과 LG엔솔은 지난 22년 4월, LX인터내셔널, 포스코홀딩스, 중국의 화유코발트와 함께 컨소시엄을 만들어 인니 측과 기본협정(Framework Agreement)을 체결했다. 인니에서는 안탐(Antam)과 IBC(Indonesia Battery Corporation)가 협정에 참여했다. 안탐은 1968년 출범한 인니 정부 소유의 국영기업이 전신이고, 현재도 인니 정부가 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IBC는 인니 내 4개 국영 회사의 파트너십이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