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넷플릭스·구글 두고 찢어진 통신업계...소비자들은 누구 편 들어줘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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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넷플릭스·구글 두고 찢어진 통신업계...소비자들은 누구 편 들어줘야나?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3.04.14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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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 한국 인터넷망 산업 보호 위해 ‘나홀로’ 분투
-KT·LGU+, 국내 미디어·콘텐츠 산업 발전 위해 글로벌 제휴 필수
-합리적인 소비 이전에 한국 산업 미래 가치 고려하는 통찰력 필요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외세로부터 한국 인터넷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방패막이 역할?”

“단순 사업자 간의 이권 다툼?”

‘공룡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넷플릭스와 외로운 싸움을 펼치고 있는 SK브로드밴드를 두고, 서로 다른 시각들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더는 양사의 싸움을 단순히 개인 사업자 간의 갈등 정도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망 사용료를 둘러싼 두 회사의 법적 분쟁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새로운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한국과 미국 정부의 개입도 본격화되고 있다. 바다 건너 유럽에서는 미국 CP(콘텐츠제공업자)의 무임승차에 대응하는 현지 통신사들의 집단적인 움직임도 이어진다.

이처럼 겉으로는 한국 대표 ISP(인터넷망제공업자)와 미국 대표 CP 간의 대결 구도로 보이는 듯하지만, 실상은 SK브로드밴드 홀로 분투 중이다.

SK브로드밴드가 이번 소송전을 잘 마무리한다면 국내 타 ISP 사업자들에도 나쁠 게 없을 것이다. 그런데 KT와 LG유플러스는 이번 이슈 대응에 왜 소극적일까?

국내 한 통신업계에 종사하는 A씨는 <녹색경제신문>에 “SK브로드밴드와 KT, LG유플러스가 여러 방면에서 경쟁 구도를 이루는 것은 사실이지만, 글로벌 빅테크의 횡포로부터 국가 ISP 산업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이럴 때는 서로 합심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견을 합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해외 빅테크가 한국 시장으로 들어올 때마다 우리 기업들은 늘 손해를 보고, 숙여야 하는 입장이 될 수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사진=SK텔레콤]
[사진=SK텔레콤]

KT와 LG유플러스는 난감하다. 원만하게 유지 중인 넷플릭스·구글과의 관계를 쉽게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거대 CP업체의 망 이용대가 지급을 거부하는 행위를 법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라면서도, “그렇다고 국내 시장에 들어오는 해외 기업들과의 시너지를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미디어·콘텐츠는 글로벌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먼저 러브콜을 보낼 만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산업”이라며, “미디어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일찌감치 예견하고 이미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은 국내 통신사들은 이들 해외 빅테크와의 관계와 시너지를 지속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망 이용대가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주장만 내놓기보다는 적절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는 2018년 국내 통신사 최초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자사 IPTV인 ‘U+tv’ 셋톱박스에 탑재한 바 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소송전이 시작된 2020년도 이전의 일이다. 이처럼 LG유플러스는 3사 중 해외 OTT업체와의 협력에 가장 적극적인 사업자로 꼽힌다. 2021년 국내 진출을 선언한 디즈니플러스를 가장 빨리 낚아챈 곳도 LG유플러스였다.

KT도 OTT 플랫폼 제휴에 진심이다. 2025년까지 국내 종합미디어 기업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위해서는 글로벌 CP와의 제휴 확대가 필수 전략으로 지목된다.

사실 콘텐츠를 직접 소비하는 일반인들에게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소송전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어떤 내막이 있는지 궁금하지도 않다. 그저 좋은 콘텐츠를 저렴하게 이용하고 싶을 뿐이다.

넷플릭스와 구글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활용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CP가 망 이용대가를 ISP에 지급하게 된다면, 이용자들의 콘텐츠 이용료가 늘 수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자신들은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데 이미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은 국내 유명 크리에이터들을 이용해 망 이용대가 법안 반대 서명 운동을 주도했다. 이들 역시 망 이용대가로 인한 추가적인 비용은 국내 유튜브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결국 한국 크리에이터들에게 불이익을 주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A씨는 “인터넷망을 관리하는 통신사 직원들은 넷플릭스의 폭발적인 트래픽에 혹여나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상시 비상근무 중”이라며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통신사는 그냥 ‘나쁜 회사’라는 인식이 강하다”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선택은 소비자들이 한다. 합리적인 소비 이전에 한국 산업에 필요한 더 큰 미래적 가치는 무엇일지 깊이 내다보는 통찰력도 중요할 것이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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