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아의 유럽 이야기] 유럽인들은 왜 이스쿠터를 미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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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의 유럽 이야기] 유럽인들은 왜 이스쿠터를 미워할까?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 승인 2023.04.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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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도심 전동 킥보드 퇴출
- 보행자와 주변 차 위협하고 거리 미관 해쳐

[파리=현지 시간] 4월 2일(일요일) 파리의 공공 교통 당국은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이스쿠터(e-scooter), 즉 전동 킥보드의 사용을 전면 금지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파리 시 정부는 현재 미국 및 유럽 스타트업들이 제공해 온 도심 이스쿠터 대여 서비스를 계속할지 여부를 파리 내 20개 구 거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비구속 투표로 부친 결과 90%에 가까운 압도적 다수의 투표자들이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90%에 가까운 압도적 반대표는 사실 파리의 총 시민 중 8% 투표자들이 던졌다. 유럽에서 도심 이스쿠터를 유독 탐탁해하지 않는 인구는 대체로 노년층이 차지한다. Photo: Joséphine Brueder/Ville de Paris
90%에 가까운 압도적 반대표는 사실 파리의 총 시민 중 8% 투표자들이 던졌다. 유럽에서 도심 이스쿠터를 유독 탐탁해하지 않는 인구는 대체로 노년층이 차지한다. Photo: Joséphine Brueder/Ville de Paris

이 투표 결과로 파리는 거리서 전동 킥보드를 퇴출시킨 첫 유럽 도시가 됐다.

이로 해서 파리 시에서 전동 킥보드 셀프 대여 서비스를 해오던 라임(Lime), 티어(Tier), 돗(DOTT, 네덜란드 암스텔담 본사) 등 3사는 오는 9월을 끝으로 파리 시 정부와 서비스 운영 승인 계약을 연장할 수 없게 됐다.

티어(독일 베를린 본사)와 라임(미국 캘리포니아 본사) 등 사업자들은 전동 킥보드 서비스 연장 여부를 묻는 시민 투표 실시 전부터 소비자 환심 사기 무료 사용권을 배급하는 등 마케팅 수완을 발휘했으나 결국 퇴출 당하게 됐다.

파리 시는 지난 2018년부터 전동 킥보드 대여 업체들과 3년 기한의 사업 승인 계약을 체결하고, 시민들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셀프로 거리 곳곳에 비치된 전동 킥보드를 빌릴 수 있도록 해왔다.

유럽의 여러 시 정부들은 2018년부터 이스쿠터를 도심용 친환경 모빌리티 솔루션으로서 인정하고 대여 서비스 업체들에게 사업을 허가해왔다.

이스쿠터를 보는 대다수 유럽인들의 시선 — ‘거리 미관 해치고 보행자∙주변 차량 위협’

유럽에서 이스쿠터는 4~5년 전부터 정부 차원에서 대기 오염 감축과 저렴한 도심용 이동  수단으로써 속속 도입됐지만, 실은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애물덩이 취급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프랑스 교통 당국에 따르면, 2021년 파리에서 이스쿠터를 비롯한 전동 모빌리티로 인한 공식 등록된 총 도로 교통 사고수는 459건에 달하며, 2022년 한 해 동안 이스쿠터 및 소형 전동 모빌리티 주행 사고로 34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특히 전차와 버스가 대중 교통수단으로 널리 운영되는 유럽 도로를 주행하는 운전자들은 전동 킥보드가 도로 위 교통 혼잡을 빚고 주변 차량과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불평해왔다.

한편, 일반 시민들은 이스쿠터가 보행자들 — 유모차와 휠체어 사용자 포함 — 의 평화롭고 안전한 거리 보행을 위협한다고 호소한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사는 한 노년 여성이 거리를 지나치던 중 집 근처에 주차됀 이스쿠터들을 지팡이로 쓰러뜨리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한 오스트리아의 일간지에 실려 화재가 됐다. Photo: LR Aida D.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사는 한 노년 여성이 거리를 지나치던 중 주차된 이스쿠터들을 지팡이로 쓰러뜨리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한 오스트리아의 일간지에 실려 화재가 됐다. Photo: LR Aida D./Video: watson/lucas zollinger

이산화탄소 감축이냐 시민 안전이냐? — 시민의 선택은 안전과 미관

이스쿠터는 모터로 구동된다는 점 때문에 일반 차량 통행용 도로와 보행로에서도 사용 가능해 사용자에게는 단거리 목적지용 기동적 이동 수단이 될 수 있다.

전동 킥보드는 모터가 장착된 어린이 키 높이의 준(準) 자동차로서 제법 무겁다. 운전자의 핸들링 기술이 부족할 경우 타 보행자와 충돌하면 심각한 부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스쿠터 충돌은 건축물과 문화 유산 파손 사고를 내기도 한다. 전기 구동이라 운행 중 소음도 낮아서 보행자들이 주의를 기울이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한두 명이 나란히 걷기도 비좁은 빽빽한 골목길이 많은 유럽 도시의 시민들이 전동 킥보드를 그토록 매서운 눈초리를 지으며 못마땅해 하는 이유다.

그뿐 만이 아니다.

지정 이스쿠터 주차 구역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사용자들은 일단 목적지에 다다르면 이용을 마친 이스쿠터를 아무데나 내동댕이치고 떠난다. 이스쿠터 픽업 장소는 도심 곳곳 요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반면, 사용 후 지정 주차 장소는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이 내동댕이쳐 둔 이스쿠터 수거 및 전지 충전 작업을 전담하는 일명 ‘주서(juicer)’의 발길이 못 미친 곳에 마구 방치된 이스쿠터들은 보행도로 위 보행자들의 통행을 방해한다.

또, 함부로 방치된채 쓰러져 있거나 도로를 가로막는 이스쿠터는 보기에 흉하다. 또, 잘못 방치된 이스쿠터는 인도 주변, 공공 공원, 강 하수구, 대로 노변에 내버려져 도시 미관도 망가뜨린다.

Photo: Ernest Ojeh=Unsplash
Photo: Ernest Ojeh=Unsplash

유럽에서 이스쿠터를 환영하지 않는 여론은 프랑스뿐 아니다.

현재 이스쿠터 사업이 허용된 유럽 대도시들은 주로 교통 안전을 들어 이스쿠터 서비스 업체 수 제한, 주행 속도 제한(시속 20km 이하), 주정차 장소 지정 등 이스쿠터 관리 수칙을 엄격화하는 추세다.

예컨대, 2022년부터 로마 시는 정부 발급 신분증(운전면허증)을 휴대한 성인 만 이스쿠터 사용을 허가한다. 또, 올 초 바르셀로나와 비엔나 시 교통 당국은 전차나 버스 등 공공교통수단에 이스쿠터를 휴대할 수 없게 규칙을 바꿨다.

파리를 필두로 여타 유럽 대도시들도 이스쿠터 사업 금지 트렌드에 합세하기 시작할까? 

계속되는 생활물가 인상, 연료 및 에너지 가격 폭등, 끊이지 않는 난민 문제 등으로 유럽 시민들의 뿔난 심사는 올 2023년 유럽의 정치 달력 속 가득히 찬 온갖 지방 선거와 의견 수렴 투표 행사들을 통해 반영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필자 박진아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거주. 녹색경제신문 유럽주재기자. 월간미술 비엔나 통신원. 미술평론가・디자인칼럼니스트. 경제와 테크 분야 최신 소식과 유럽 동향과 문화를 시사와 인문학적 관점을 엮어 관조해 보겠습니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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