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확정 시 경영공백 불가피
다만 우리금융 대법원 무죄 선례 존재
지난달 금융당국이 라임펀드 판매 금융사 CEO(최고경영자)에 대한 제재 절차를 재개한다고 밝히면서 대신증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020년 양홍석 부회장(전 사장)이 문책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제재가 확정될 시 일부 경영공백이 불가피하나, 최근 동일한 처분을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우호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손 회장이 받은) 무죄판결을 기반으로 제재심사가 진행되는 만큼 업계에서는 결과를 우호적으로 점치고 있다”며 “(두 경영진에 대한) 제재 근거가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 라임펀드 사태로 당시 대신증권 사장이던 양홍석 부회장은 문책경고를 받았다. 확정 시 금융권 취업제한 3년에 해당하는 제재다.
양 부회장은 양희문 대신증권 전 회장과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현재 회사 지분 1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대신증권은 연초 지배구조규범을 개정하면서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원칙 및 자격 조항(제25조, 27조)을 신설했다. ‘현 최고경영자는 임기 중 차기 후보를 육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양 부회장의 승계를 앞둔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당국이 기존 제제를 확정 지을 시 양 부회장은 경영일선을 최대 3년간 떠나야 한다. 6차례 연속으로 사내이사(등기이사)로 활동했던 연속성이 끊어지게 되는 셈이다.
이 경우 오너일가 중 이사회에는 이어룡 회장만 남게 된다. 이 회장의 나이는 만 69세다. 대신증권 정관에는 회장의 나이 제한이 없지만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70세룰’을 두는 등 금융권에서 70대 회장은 드문 편이다.
그렇다고 당국제재로 오너일가의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건 아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뿐 전문 경영인 등을 앞세워 영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취업제한이 풀리지 않았더라도 영향력을 갖는 것과 같은 원리”라며 “경영상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 있는 건 사실이나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오너일가의 그룹 장악력이다. 3분기 양 부회장 및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지분은 총 15.51%다. 다른 증권사 오너일가와 비교해 낮은 편이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은 한국투자증권 지분 20.70%를 보유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김익래 회장과 장남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지주사 다우데이타 지분 26.57%, 6.5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다우데이타 지분 31.56%를 보유한 이머니 최대주주(33.13%)이기도 하다.
이 같은 배경에 대신증권은 과거부터 롯데그룹, JP모건 등의 적대적 M&A(인수합병)설에 휘말려 왔다. 이에 지난 10년간 자사주 상여금, 현금매입 등을 통해 보유지분을 부지런히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최근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이 커진 게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경영 공백을 노린 공격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SM엔터테이먼트 이수만 최대주주는 행동주의 펀드와 손잡은 카카오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물론 대신증권은 그간 높은 주주환원 정책으로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과 비교해 장기수익률에서 뒤처지지 않는 등 소액주주를 회유할 만한 유인이 적은 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재 확정 시) 양 부회장이 3년 뒤 다시 등기임원으로 복귀하거나, 미등기 임원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지분 규모로 볼 때 오너로서의 영향력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이번 지배구조규범 개편은 전문경영인 체제까지 염두에 둔 조치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