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위기➁] “배째라” 태도가 부른 ‘바닥 신뢰’...물량부터 받고,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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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파운드리 위기➁] “배째라” 태도가 부른 ‘바닥 신뢰’...물량부터 받고,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기?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2.12.12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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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원칙적인 부분 어겨, 물량 감당 안 되면서 나중에 조정 시도”
-8나노 이하 선단 공정서 신뢰도 하락...공정 초기 수율 개선 태만 지적

➀ “수율 떨어져도 숨기기에만 급급” 현장 목소리...이건희 품질경영 ‘쇄신’ 재조명

➁ “배째라” 태도가 부른 ‘바닥 신뢰’...물량부터 받고,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기?

➂ 투자 본격화했지만 TSMC는 가만히 있나?...좁혀지지 않는 간격

삼성전자의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임직원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임직원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8나노 이하 선단 공정에서 신뢰도가 하락하게 된 배경에 대해, 초기 수율 개선 태만과 계약 관계에서의 소통 부재 등이 지적된다.

파운드리 사업은 팹리스와의 누적된 신뢰가 생명이라는 점에서, 삼성이 글로벌 고객사들과의 계약 관계를 끌고 가는 데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녹색경제신문>이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시장 소식에 밝은 한 고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삼성전자가 한 두 회사를 고객사를 두는 것이 아니라서 경우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었겠지만, 그중에는 파운드리 계약 과정에서 굉장히 비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 사례들도 더러 있던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례로, 수주 계약 당시 해당 물량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처음부터 고객사에 이를 인지해주고 합리적인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나중에 와서 조정한다며 서로 얼굴 붉히는 일도 있던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신뢰도 측면에서 볼 때 파운드리 사업자는 팹리스와의 계약 이행에 있어서 철저하게 계획을 짜고 합리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삼성이 이러한 원칙을 등한시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소통 부재는 국내 중소 팹리스를 대상으로 한 사례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국내 한 업계 관계자는 “10나노급 이하의 첨단 선단 공정을 사용하지 않는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삼성 파운드리가 중국 등 업체보다 가격이 비싸도 수율이 잘 나와서 최종적으로 단가가 잘 나오는 편”이라면서도, “다만, 고객사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든지, 영세한 기업이 요청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등 어려움도 상존한다”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3나노 파운드리 출하식.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3나노 파운드리 출하식. [사진=삼성전자]

일각에서는 삼성이 선단 공정을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초기 수율을 안정시키는 데 나태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추후 팹리스들의 신뢰를 잃는 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8인치쪽 웨이퍼에서의 높은 평가와 달리, 8나노 이하급 선단 공정에서는 수율이 안 좋았던 게 사실”이라며, “선단 공정 초기 당시에는 고객사 자체가 많이 없다 보니 수율 개선 부분에서 게을리했던 문제점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퀄컴과 같은 소위 ‘빅테크’ 팹리스들은 자사의 제품을 개발하는 데 오랜 시간의 연구개발과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들인다. 그렇게 만든 제품을 다른 업체에 믿고 생산을 맡긴다는 것 자체가 보통 정도의 높은 신뢰도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만약 현장에서 삼성전자가 수율 개선에 태만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면, 팹리스들 입장에서는 그 신뢰가 한 번에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삼성전자도 이러한 시장 우려를 인지하고 내부에서 다양한 조직개편 시도를 펼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삼성은 DS사업본부의 반도체 생산 설비 직군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금·토·일요일에만 12시간씩 근무하고 나머지 평일에는 쉬는 ‘주말 전담제’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공지했다. 저연차 직원을 중심으로 이탈이 잦아지자, 이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직원들의 일터 개선 및 복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지속해서 고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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