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경쟁률 1080대 1…뭉칫돈 몰려
2015년 이후 스팩 상장 최다…34개
개인 투자자 몰리며 주의 목소리도
길 잃은 투자자들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달 기관 수요예측에 나선 스팩 8곳이 평균 108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중 두 곳(하나25호, 교보13호)을 제외한 스팩 모두 경쟁률 1000대 1을 넘겼다. 가장 높은 곳은 1194.35대 1을 기록한 한국제11호스팩이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을 인수·합병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페이퍼컴퍼니다. 상장 후 3년 이내 합병기업을 찾지 못하면 해산하는데 이 경우 투자자들은 공모가에 별도 예치이율이 적용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작년과 달리 글로벌 긴축 여파에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뭉칫돈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 같은 이유로 분위기 반전카드가 필요한 증권사들이 스팩 상장을 늘린 영향도 크다. 증권사는 스팩 합병 과정에서 인수, 자문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규 상장한 스팩은 총 34개다. 2015년 이후 가장 많은 수다.
최근에는 기관과 마찬가지로 투자처를 찾는 개인투자자들이 스팩으로 모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상장한 삼성스팩7호는 일반투자자 공모 청약에서 경쟁률 430대 1을 기록했다. 1일 기준 삼성스팩7호는 공모가를 약 20% 웃돈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별도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만큼 주가변동이 적은 스팩 특성상 이례적인 현상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이렇게 스팩 규모가 커질수록 합병 가능성이 작아진다는 점이다. 스팩 합병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정하는 만큼 주가가 오를수록 피합병 기업주주 지분율이 낮아질 수 있다. 이 가운데 일정규모 이상 기업은 자체 상장이란 별도 선택지가 있는만큼 합병대상을 찾는 난이도는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스팩 투자가 안전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합병과정에서 피합병 기업가치가 고평가되면서 주가가 떨어질 위험이 존재한다. IBKS제13호스팩은 스튜디오삼익과 합병 과정에서 기업가치 고평가 우려로 주가가 공모가 아래를 밑돌고 있다. 1일 기준 1880원(-6%)이다. 그런가 하면 합병기업이 상장 후 예상보다 저조한 수익률을 나타낼 수도 있다. 지난 31일 교보9호스팩과 합병해 상장한 게임 리퍼블리싱 회사 밸로프는 첫날 주가가 15% 하락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공모가를 웃돌거나 불확실한 합병소식을 믿고 투자하는 등 개인 스팩투자 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DB금융투자 유경하 연구원은 “스팩 투자의 높은 안전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매력적인 수익률이다. 다만 이는 공모가격으로 투자했을 때의 수치이고 합병 루머 등으로 스팩 주가가 높게 형성됐을 때 매수하면 수익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며 “스팩 공모 참여나 상장 후 매수를 계획한다면 모든 스팩이 합병에 성공할 수는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투자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