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뭉칫돈 ‘스팩(SPAC)’에 모인다…기관 경쟁률 1000대 1 기본
상태바
길 잃은 뭉칫돈 ‘스팩(SPAC)’에 모인다…기관 경쟁률 1000대 1 기본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11.01 1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월 기관 수요예측 나선 스팩 8곳
평균 경쟁률 1080대 1…뭉칫돈 몰려
2015년 이후 스팩 상장 최다…34개
개인 투자자 몰리며 주의 목소리도
[출처=Unsplash]

길 잃은 투자자들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달 기관 수요예측에 나선 스팩 8곳이 평균 108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중 두 곳(하나25호, 교보13호)을 제외한 스팩 모두 경쟁률 1000대 1을 넘겼다. 가장 높은 곳은 1194.35대 1을 기록한 한국제11호스팩이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을 인수·합병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페이퍼컴퍼니다. 상장 후 3년 이내 합병기업을 찾지 못하면 해산하는데 이 경우 투자자들은 공모가에 별도 예치이율이 적용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작년과 달리 글로벌 긴축 여파에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뭉칫돈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 같은 이유로 분위기 반전카드가 필요한 증권사들이 스팩 상장을 늘린 영향도 크다. 증권사는 스팩 합병 과정에서 인수, 자문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규 상장한 스팩은 총 34개다. 2015년 이후 가장 많은 수다.

최근에는 기관과 마찬가지로 투자처를 찾는 개인투자자들이 스팩으로 모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상장한 삼성스팩7호는 일반투자자 공모 청약에서 경쟁률 430대 1을 기록했다. 1일 기준 삼성스팩7호는 공모가를 약 20% 웃돈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별도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만큼 주가변동이 적은 스팩 특성상 이례적인 현상으로 평가된다.

1일 오후 2시 59분 기준 삼성스팩7호 상장 이후 수익률 추이. [출처=구글파이낸스]

문제는 이렇게 스팩 규모가 커질수록 합병 가능성이 작아진다는 점이다. 스팩 합병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정하는 만큼 주가가 오를수록 피합병 기업주주 지분율이 낮아질 수 있다. 이 가운데 일정규모 이상 기업은 자체 상장이란 별도 선택지가 있는만큼 합병대상을 찾는 난이도는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스팩 투자가 안전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합병과정에서 피합병 기업가치가 고평가되면서 주가가 떨어질 위험이 존재한다. IBKS제13호스팩은 스튜디오삼익과 합병 과정에서 기업가치 고평가 우려로 주가가 공모가 아래를 밑돌고 있다. 1일 기준 1880원(-6%)이다. 그런가 하면 합병기업이 상장 후 예상보다 저조한 수익률을 나타낼 수도 있다. 지난 31일 교보9호스팩과 합병해 상장한 게임 리퍼블리싱 회사 밸로프는 첫날 주가가 15% 하락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공모가를 웃돌거나 불확실한 합병소식을 믿고 투자하는 등 개인 스팩투자 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DB금융투자 유경하 연구원은 “스팩 투자의 높은 안전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매력적인 수익률이다. 다만 이는 공모가격으로 투자했을 때의 수치이고 합병 루머 등으로 스팩 주가가 높게 형성됐을 때 매수하면 수익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며 “스팩 공모 참여나 상장 후 매수를 계획한다면 모든 스팩이 합병에 성공할 수는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투자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