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떠난 부동산CP 시장…증권사 “다 떠안게 생겼다”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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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떠난 부동산CP 시장…증권사 “다 떠안게 생겼다” 울상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10.25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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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50조 규모 유동성 지원책 발표
레고랜드 사태 이후 단기 금융시장 급랭
증권사, 부동산CP 연내 20조원 만기 앞둬
CP금리 나홀로 상승…당국 “추가지원 고려”
[출처=기획재정부]

정부가 단기 자금시장 경색에 50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증권업계 내부에선 여전히 부족한 규모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강원도가 레고랜드 개발 관련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채무인수를 거부하면서 단기 금융시장이 얼어붙었다. 투자자들은 부동산CP 시장을 떠났고 연내 20조원 규모의 ABCP 만기도래를 앞둔 증권사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차환금리를 두 배 올려도 투자자를 찾지 못해 물량을 떠안는 등 유동성 위기까지 거론된다. 통상 3개월인 CP 만기를 일주일 단위로 쪼개 시간을 벌고 있으나 이마저도 한계가 뚜렷하다. 정부가 유동성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다음 날 CP금리는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단지 자금시장 불안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추가 지원계획이 있으나 일단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투자자 떠난 부동산CP 시장…증권사, 연내 만기 20조원 몰려온다


[출처=레고랜드]

지난 23일 정부가 50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달 강원도가 보증을 선 레고랜드 개발 PF(프로젝트파이낸싱)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가 부도 처리되면서 단기 자금시장이 급속도로 경색된 이유 때문이다. 통상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받던 지자체보증 채권이 무너지며 그간 부동산PF를 둘러싼 막연한 공포감이 현실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증권사다. 사태 이후 자금회수를 우려한 투자자들은 ABCP 시장으로부터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증권사들은 이전에 발행한 ABCP 만기가 돌아오고 있으나 투자자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차환금리는 두 배 뛰었고 그래도 팔리지 않는 건 주관 증권사가 모두 떠안고 있다.

지난 18일 한국투자증권은 완주군이 보증한 ABCP인 뉴트리니티완제일차 차환에 실패하면서 모든 물량을 떠안았다. 이보다 앞선 12일 교보증권도 같은 이유로 천안시 보증 ABCP 비아이티리치제일차를 전량 매입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렇게 증권사가 보증한 부동산PF-ABCP 발행잔액은 상반기 기준 46조100억원 수준이다. 만기가 짧은 CP 특성상 차환 물량은 매주 쏟아진다. 연내 약 20조원 규모의 ABCP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투자자를 찾지 못한 증권사들은 만기를 1주일 단위까지 쪼개면서 시간을 벌고 있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정부 유동성 지원 늘렸으나 CP 금리 올라…”추가지원 절실”


24일 기준 채권금리 최종호가수익률. [출처=금융투자협회]

이러한 배경에 정부는 지난 23일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이 운영하는 회사채 및 CP 매입 프로그램 한도를 기존 8조원에서 16조원으로 늘렸다. 20조원 규모의 채권안정펀드가 시공사 보증 PF-ABCP를 매입한다면 이는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사 보증 ABCP를 매입한다. 여기에 ABCP 차환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증권사에 3조원을 추가 지원한다. 

그러나 정부가 지원안을 발표한 다음 날 되레 CP 금리는 상승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91일물 CP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12%p 오른 4.33%에 마감했다. 2009년 이후 최고치로 시장 안정책 시행에도 단기시장 불안은 누그러지지 않은 모습이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 내부에선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국이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더 남아있다”며 “막 발을 뗀 상황에서 정책 효과를 논하긴 조심스럽지만 시장을 완전히 되돌리기엔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김지나 연구원은 “PF 관련 이벤트가 레고랜드 이외에 추가로 번지기 전에 조치를 내놓았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번지는 불씨를 완전히 끄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조치에서 빠진 한국은행의 SPV(기업유동성지원기구)의 재가동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열린 국감에서도 이러한 추가 지원안이 논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금융위가 발표한 20조 채권시장안정펀드는 은행, 증권사 등이 낸 자금으로 대신 채권 매입하는 구조라 대규모 채권발행 조달하는 은행이나 자금 고갈 상태인 증권의 주머니만 바뀔 뿐 단기자금시장 신규 공급 효과에 한계가 있다”며 금융당국에 SPV 등 추가 지원책을 요구했다.

이러한 지적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어제 발표한 대책은 일단 금융위가 쓸 수 있는 자금과 여력으로 하고, 추가로 필요하면 한국은행에서 지원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표상으로 건설주, 증권주가 상당히 반등해 오른 것들이 시장에서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는 점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주내 여러 계획이 있다. 최소 한주 정도만 보고 정책 적절성을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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