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 품에 돌아온 청와대에는 철·창·살이 남아 있다...담장 낮춘 '열린송현녹지광장' 비교되네
상태바
[기자수첩] 국민 품에 돌아온 청와대에는 철·창·살이 남아 있다...담장 낮춘 '열린송현녹지광장' 비교되네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10.18 09:1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문화재청 "현재는 철창살 제거 계획 없어...상시 개방 공원 확정되면 가능할 수도"
- 4M 담장 낮춘 '열린송현녹지광장' 확 비교되네..."1세기 만에 시민 품으로"
- 광화문·경복궁 담장, 없애거나 낮출 수 없나...언제쯤 국민이 주인으로 대접받게 될까
청와대 철창살 임시 개방된 송현 공원 부지[사진=녹색경제]
청와대를 둘러싼 뾰죽한 철창살이 눈에 거슬린다. [사진=녹색경제]

지난 5월10일 청와대가 완전 개방된지 불과 146일 만에 누적 방문객 숫자가 이달초 2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경복궁 연간 관람객 숫자는 108만명에 불과했다. 청와대는 이 나라의 진짜 주인인 국민이 머슴대접을 받고, 머슴(공복)들이 주인행세를 했던 공간이다. 

윤석열정부가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를 국민 품으로 돌려준 것은 그만큼 큰 의미가 있다. 

더구나 한시적인 조치이기는 하지만 휴일에는 차가 다니지 않아 시민들의 산책로로 훌륭하게 거듭났다. 다만 아쉬운 것은 뾰죽하게 줄지어 서서 국민과 청와대를 여전히 경계짓고 있는 철창살이다.

현재 청와대 관리는 문화재청(청장 최응천)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단장 채수희)이 담당하고 있다. 

청와대 철창살 임시 개방된 송현 공원 부지[사진=녹색경제]
지난 9월17일부터 연말까지 휴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차없는 거리로 운영되는 청와대로의 모습 [사진=녹색경제]

그런데, 청와대 담장 구실을 하는 흰색 철창살이 못내 아쉽다. 한쪽은 경복궁 돌담, 한쪽은 청와대 철창살이 이어져 있어 단조롭다. 무엇보다도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 화창한 토요일 낮인데도 행인이 드물어 썰렁하기까지 하다. 

청와대 철창살 임시 개방된 송현 공원 부지[사진=녹색경제]
토요일 한낮, 차 없는 거리에는 사람도 없다. [사진=녹색경제]

문화재청 "철창살 제거 계획 없어...공원 용도 확정되면 가능할 수도"

김명준 청와대개방기획총괄과장은 17일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청와대 철창살 제거 계획은 현재 없다. 주간에는전면개방되지만, 야간에는 시설물 보호를 위해 폐쇄되고 있다"며 "아직은 공원이 될지 박물관이 될지 혹은 다른 용도가 될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일 시민 공원으로 확정되면 상시 개방이 될 수있고, 철창살도 제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철창살 임시 개방된 송현 공원 부지[사진=녹색경제]
청와대 정문 안내소 앞길에 관광객들이 몰려 있다. [사진=녹색경제]

아직 청와대는 국민 품으로 반(半)만 돌아온 것처럼 느껴진다. 

청와대 철창살 임시 개방된 송현 공원 부지[사진=녹색경제]
1.2미터 높이 돌담의 열린송현녹지광장 [사진=녹색경제]

담장 없는 '열린송현녹지광장'...확 비교되네

청와대길을 따라 국립현대미술관을 경복궁역으로 내려와 광화문을 지나면 깜짝 놀랄 만큼 탁 트인 넓은 녹지가 펼쳐진다.

바로 서울시가 시민의 품에 돌려준 약 1만1000여평 규모의 '열린송현녹지광장'이다.

청와대 철창살 임시 개방된 송현 공원 부지[사진=녹색경제]
열린송현녹지광장 안내문을 읽고 있는 한 시민의 모습 [사진=녹색경제]

기존 4미터 높이의 담장이 100여년만에 철거되고 1.2미터 높이의 나즈막한 돌담으로 바뀌었고, 시민들이 편하게 산책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예전 송현동 부지에 있었던 4미터 높이의 담장 [사진=녹색경제]
예전 송현동 부지에 있었던 4미터 높이의 담장 [사진=녹색경제]

철창살에 둘러쌓인 청와대, 돌담으로 둘러쌓인 경복궁과는 확연히 비교된다. 

실제로 제법 많은 시민들이 자유롭고 편안한 모습으로 산책을 하고 있다. 그냥 차를 타고 길을 지나면서 보더라도 이전에 돌담으로 막혀있던 모습과는 확 달라져 서울이 넓어진 느낌을 받게 된다. 

청와대 철창살 임시 개방된 송현 공원 부지[사진=녹색경제]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정부종합청사 방향으로 시민들이 산책하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녹색경제]

우리나라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다. 민주정치는 국민이 주인으로서 제대로 대접받고 있는지 항상 살펴야 바르게 작동한다. 송현녹지광장의 담장이 없어진 모습에서 '이런 게 민주주의'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경복궁 담장 [사진=녹색경제]
경복궁 담장 [사진=녹색경제]

광화문·경복궁 담장, 없애거나 낮출 수 없나...아름다운 북한산을 왜 담장으로 막았을까

덕수궁 돌담길은 그 자체로 존재 이유가 있다. 그런데, 광화문 담장은 자꾸 궁금하게 만든다. '왜 필요하지?'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더도말고 '열린송현녹지광장'만큼만 담장을 낮춰도 서울이 얼마나 넓어 보이고 시원해보일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일부 보존가치가 있는 구간은 보존을 하되 조선시대에 만든 것도 아닌 광화문 옆 담장과 경복궁을 빈틈없이 둘러싼 담장을 보수까지 해가면서, 굳이 아름다운 북한산과 경복궁을 시민들로부터 감춰둬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문화재청에서 '보존과 관리가 용이하다'는 행정 편의를 이유로 국민의 볼 권리와 누릴 권리, 더 나아가 알 권리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전히 머슴들이 주인행세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꾸 궁금해진다. 

[사진=녹색경제]
삼청로에서 담장너머로 국립민속박물관(왼쪽), 오른쪽으로는 백악산이 보인다.  [사진=녹색경제]

서울시가 할 수 있다면 문화재청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청와대를 국민 품으로 돌려줄 수 있다면 경복궁, 백악산도 국민에게 돌려줄 수 있지 않을까?

청와대 철창살 임시 개방된 송현 공원 부지[사진=녹색경제]
청와대 철창살 [사진=녹색경제]
청와대 철창살 임시 개방된 송현 공원 부지[사진=녹색경제]
청와대 철창살문 [사진=녹색경제]
청와대 철창살 임시 개방된 송현 공원 부지[사진=녹색경제]
연풍문을 지나 분수대 광장으로 이어지는 청와대 철창살 [사진=녹색경제]

청와대의 철창살이 가로막은 대상이 누구인지 자꾸 생각하게 된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너굴맨 2022-11-08 16:57:43
"청와대는 이 나라의 진짜 주인인 국민이 머슴대접을 받고, 머슴(공복)들이 주인행세를 했던 공간이다.
윤석열정부가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를 국민 품으로 돌려준 것은 그만큼 큰 의미가 있다."
--> 지나가던 개가 웃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