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치논쟁에 휘말린 ESG…'기업가 정신'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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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치논쟁에 휘말린 ESG…'기업가 정신' 필요하다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09.16 1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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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화당 주정부, ESG 보이콧 가속화
텍사스주, 블랙록 보이콧 대상으로 지명
기후위기는 정치적 의제 아닌 사실문제
위기를 기회로 바꿀 ‘기업가 정신’ 필요
[출처=넷플릭스]

지난달 ‘ESG 모범생’ 블랙록이 미 텍사스주 보이콧 대상기관으로 지명됐다. 화석연료 투자에 반대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번 조치로 텍사스주는 주 산하 연금기관이 보유한 블랙록 지분을 전량 매각할 수 있게 됐다. 텍사스주는 “지역 주민들의 권익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특정 지역이나 기관에 머무르는 현상이 아니다. 미전역에서 ESG 경영에 반기를 든 움직임이 거세다. 웨스트버지니아주는 동일한 이유로 지난달 블랙록 외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5개 금융기관을 당국 주관사업에서 배제한다고 밝혔다. 플로리다주도 같은 달 ESG 투자규제를 도입했다.

코로나19 이후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연기금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기후변화를 관리하지 못하면 고객들의 노후자산을 지킬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민간부문에선 블랙록이 앞장섰다. 래리 핑크 대표는 2018년부터 기업 CEO에게 ESG 경영을 당부하는 서한을 보냈다. 마찬가지로 “고객들의 노후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이유 때문이다. 단기적 이익만을 좇던 기업들이 이를 받아들이며 ESG 경영은 하나의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았다.

이른바 ‘반(反) ESG 세력’은 이러한 ESG 경영 또는 투자행위를 정치적 행위라고 비판한다. 언뜻 보면 환경적 의제는 정당에 따라 엇갈리는 정치적 성격을 띠는 것처럼 보인다. 보수보다는 진보의제에 더 가깝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정치적 당파성을 뛰어넘는 하나의 위기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논쟁거리가 아닌 과학적 팩트(사실)다. 넷플릭스 영화 ‘돈룩업(Don’t Look Up)’에는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혜성을 부정하는 정치세력이 힘을 얻는다. 이들의 구호는 ‘돈룩업(쳐다보지 마)’이다. 불편한 위기 따위는 외면하고 현재의 안락한 삶이나 누리자는 뜻이다. 

[출처=광화문광장]

서울시와 경찰청은 오는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기후정의행진 집회 신청을 불허했다. 서울시가 이 대신 허락한 행사는 ‘에어로빅 힙합 댄스교실’이다.

이러나저러나 ESG 경영은 다시 힘을 되찾을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이 물폭탄에 잠겼다. 1500여 명이 사망했다. 서울에는 100년 만의 폭우가 내렸다. 반대로 중국에선 가뭄으로 600년 전 불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후위기를 풀기 위한 정치적 동력은 힘을 잃고 있다. 기후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들쭉날쭉 제멋대로다. 다행히 기후위기에 대응할 경제적 동기는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기회로 만들 기업가 정신이 여느 때보다 더 요구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기업가 정신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이윤추구다. 기후위기는 기회와 위기 두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2030년 전 세계 탄소중립 투자규모는 약 69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IEA). 반면 같은 해 기준 기후위기에 따른 경제손실은 38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WWF). 기업가라면 이러한 기회는 취하고 위기는 피해야 한다.

두 번째는 사회적 책임이다. 시민들의 눈높이를 통과한 기업은 신뢰받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외면받는다. 숱한 사례로 증명을 끝마친 방정식이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약 50%가 가치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세대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64.5%가 ‘더 비싸도 ESG 실천 기업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기업은 이러한 눈높이를 따라가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

15일 삼성전자가 친환경 에너지로만 전력을 100% 충당하는 알이백(RE100)에 가입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공정가스 절감, 수자원 절약 등에 약 7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기존 대비 30% 감축한 정부와 차별적인 행보다.

기업가 정신이 지향하는 건 결국 ‘지속가능한 성장’이다. 이를 강조하는 ESG 경영은 무리한 사안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기후위기라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경영전략을 구성하자'는 뜻이다. 당파적 싸움에 넋나간 정치가가 아닌 합리적인 기업가라면 ESG 경영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지구를 되살릴 기업가 정신을 우리나라에서 더 볼 수 있길 기대한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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