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텅 빈 구호만 남은 ESG 투자정책…연금개혁에 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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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텅 빈 구호만 남은 ESG 투자정책…연금개혁에 밀리나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09.06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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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캘스터스, 2030년 배출량 50% 감축
반면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넷제로 목표 부재
탈석탄 텅 빈 구호만...석탄 투자액 더 늘어
김태현 이사장 취임…"연금개혁 제1과제"
지난달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조규홍 보건복지부 제1차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출처=대통령실]

글로벌 연기금이 탄소중립을 향해 전진하는 가운데 국민연금만 나홀로 주춤하는 모습이다. 미 캘리포니아 연기금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앞당기는 계획안을 발표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기후위기가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연금은 포트폴리오 배출량 감축계획이 부재하다. 지난해 선포한 탈석탄 선언에 따른 투자기준이나 가이드라인 마련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 석탄투자액은 늘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연금개혁을 추진하며 국민연금의 ESG 투자정책이 뒤로 밀려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국장은 “연금개혁과 별개로 국민연금은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기금을 운용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넷제로와 같은 기후관점을 가지고 투자에 접근해야 한다”며 “(최근 한전투자를 늘리는 등) 전 세계에서 퇴출대상이 된 석탄에 투자하는 건 좌초자산에 투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미 교직원 연기금, 2030년 포트폴리오 배출량 50% 감축…”안전한 은퇴 위한 길”


[출처=CalSTRS]

미 캘리포니아 연기금이 2030년 탄소중립 목표를 밝혔다.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CalSTRS·캘스터스)은 지난달 말 2050년 포트폴리오 배출량 넷제로(‘0’)를 조기 달성하기 위한 ‘토탈 펀드 플랜(Total fund plan)’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포트폴리오 배출량을 50% 줄인다는 계획이다. 작년 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40년 내로 지구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수정 전망한 데 따른 조치다.

캘스퍼스가 IPCC 연구결과를 자산운용과정에 반영한 이유는 단순하다. 고객자산이 기후변화 리스크에 그만큼 더 빠르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 배출량은 연기금 등 금융회사가 투자한 기업이 배출한 총 탄소배출량(Scope3)을 뜻한다.

캘스퍼스 해리 켈리 이사회 의장은 “우리의 넷제로 서약은 캘리포니아의 교육자들과 가족들에게 안전한 은퇴를 제공하겠다는 100년간의 약속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중대한 진전이며 기금을 관리하면서 기후 변화를 완전하고 또 체계적으로 고려한다는 우리의 약속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캘스터스는 7월 말 기준 자산규모 약 3200억 달러(약 440조원)의 세계 최대 규모의 교직원 연기금이다. 캘리포니아 연기금은 지난 2020년 기후변화 관련 투자위험을 고려한다는 내용의 '저탄소 투자신념'을 채택 및 공개했다.

기후위기에 글로벌 연기금들은 앞다퉈 포트폴리오 넷제로 목표를 확보하고 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중앙은행투자청(BNIM)을 비롯해 캐나다 연금계획투자위원회(CPP), 덴마크 펜션덴마크, 아카데미커펜션 등은 모두 2050년 넷제로 목표를 설정했다.


국민연금은 뭐하나…탈석탄, ESG 가이드라인 줄줄이 지연


조규홍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지난달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2022년도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출처=보건복지부]

이와 반대로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포트폴리오 넷제로 계획이 없다. 배출량 산출을 목표로 한 이니셔티브 PCAF(탄소회계금융협회)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반면 민간부문에서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모두 배출량 산출 및 감축목표 설정을 끝냈다. 

탈석탄 기준도 아직 확정 못했다. 지난 5월 국민연금은 탈석탄을 선언했다. 그러나 연구용역만 끝냈을 뿐 석탄투자 기준, 이행방안 설정 등이 모두 멈춰있다. 오히려 석탄투자는 더 늘었다. 독일 비영리 환경단체 우르게발트 등에 따르면 올 초 국민연금 석탄투자액은 지난 5월 대비 14억 달러 증가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국민연금기금의 책임투자 및 탈석탄 선언과 관련하여 석탄투자의 기준이나 투자제한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방안, 가이드라인 등이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신중히 검토하여 해당 기준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책처는 ESG 투자정책도 이행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처는 “(지난 6월 적용된 국내채권과 달리) 해외주식·채권에 대한 ESG 통합전략 가이드라인은 국내채권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동일하게 추진계획 상 2021년 내에 마련될 계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 6월 현재까지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을 묻는 질문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위원회로부터 아직까지 전달받은 사안이 없다”고 <녹색경제신문>에 답했다.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연금개혁 의제에 책임투자는 후순위로 밀려나는 모습이다.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에 연금개혁을 포함하고 기금고갈을 막는 구조적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1일 신임 이사장으로 김태현 예금보험공사 전 사장이 임명됐다. 

김 이사장의 취임사에선 연금개혁만 강조될 뿐 기후대응 조치가 빠졌다. 김 이사장은 2일 취임사에서 "국민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은 지금의 세대뿐만 아니라 우리의 미래인 다음 세대를 위해서 반드시 이루어 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국민연금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국장은 “국민연금은 한 기관이 전체 산업에 투자하는 유니버셜 오너다. 시장에 시그널을 주는 방식 등을 통해 국내 산업이 기후변화 경쟁력을 갖추도록 행동할 책임이 있다”며 “이러한 책임은 기본이다. 수익성 차원에서 기후변화는 기회가 아닌 위기로 이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대응은 필수”라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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