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예산 늘리고, 신재생에너지 줄인다?…尹 탄소중립 계획 논란
상태바
기후예산 늘리고, 신재생에너지 줄인다?…尹 탄소중립 계획 논란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09.01 18: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년도 탄소중립 전환예산 8.5조…전년비 +9%
저탄소 설비·R&D 지원 등 산업부문 감축 목표
중장기 에너지 계획 발표…신재생에너지 비중 낮춰
화석연료 비중 더 늘어…“거꾸로 가는 정책”
[출처=대통령실]

윤석열 정부의 중장기 탄소중립 로드맵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전체 예산 규모를 삭감한 가운데 내년도 탄소중립 전환예산을 전년 대비 9% 더 늘렸다. 약 9조원으로 저탄소 설비전환, 탄소포집기술 연구개발(R&D) 지원 등 산업부문 배출량 절감에 쓰인다.

반면 최근 발표한 중장기 에너지 수급계획에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0% 줄이며 엇박자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 원자력발전 비중을 30% 더 늘리고 화석연료(석탄, 천연가스)도 소폭 비중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국제 사회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한 국내 환경단체 관계자는 “EU(유럽연합)도 원전을 녹색분류체계(텍소노미)에 포함했지만 무척 까다로운 기준을 부과했다. 사실상 원전을 더 짓기 어려운 조건”이라며 “이러한 기준 없이 원전을 친환경으로 포장해 지원하는 건 명백한 그린워싱”이라고 <녹색경제신문>에 말했다.


내년도 탄소중립 전환예산 8.5조원…”산업계 저탄소 전환 지원”


내년도 3대 투자 중점 과제. [출처=기획재정부]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올해 추경예산(679.5조원) 대비 6% 삭감된 규모다. 전체 예산이 감소한 가운데 정부는 3대 투자과제로 지정한 ‘탄소중립 전환’ 부문 예산을 늘렸다. 총 8.5조원으로 전년 대비 8.6%(6809억원) 증가했다. 

기획재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및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 필요한 부문별 감축 수단을 중심으로 집중 투자한다”며 “탈탄소 산업구조 전환을 위해, 산업계 저감설비를 보강하고 저탄소 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녹색금융‧인력‧기술 투자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편성한 탄소중립 전환예산은 크게 두 갈래로 ‘녹색경제 기반구축’과 ‘온실가스 감축’이다. 각각 3조4351억원(전년비 +7.4%), 5조744억원(+9.5%)을 지원한다. 

[출처=기획재정부]

녹색경제 기반구축은 탄소설비 지원, 녹색금융, 탄소중립 R&D 3개 부문으로 구분된다. 향후 5년간 모든 배출권 할당기업(687개사)에 대한 저탄소 설비전환을 지원하고, 이를 위해 3.9조원 규모의 신규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등 녹색금융을 확대한다. 또 탄소포집저장기술(CCUS) 등 저탄소 관련 혁신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린다.

온실가스 감축은 무공해차 보급 지원, 조기폐차 지원 등 2개 부문으로 구분된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2030 NDC 달성을 위해 감축효과가 큰 수송·폐기물 부문에 중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수소·전기차 등 무공해차 보조대수를 29만 대까지 늘리고, 4등급 경유차 및 건설기계 조기폐차 보조금을 신설한다. 또 폐플라스틱 공공열분해 시설, 통합 바이오가스화 시설을 증대해 순환경제 기반을 조성한다.


신재생에너지 줄고, 원자력 늘고…”거꾸로 가는 에너지정책” 비판


[출처=Unsplash]

탄소중립 전환 예산만큼 중요한 건 중장기 에너지 수급계획이다. 2019년 기준 에너지 부문은 국가 전체 탄소배출량 중 87.1%를 차지한다. 탄소중립 전환예산이 중점으로 둔 산업 부문 배출량의 약 12배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10차 전기본)’을 공개했다. 원자력이 도약했고 신재생에너지가 주저앉았다. 2030년 발전원별 발전량 비중은 원자력발전 32.8%, 석탄 21.2%, 신재생 21.5%, LNG 20.9%, 무탄소 2.3% 순이다. 

기존 2030 NDC 계획안과 비교해 원전비중은 약 30% 늘어났고, 신재생에너지는 30% 내렸다.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비중은 소폭 늘어나며 제자리를 유지했다. 이러한 계획안을 두고 환경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에너지전환포럼은 “거꾸로 가는 한국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심히 우려된다”며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원전을 늘리는 정책이라 하지만 원전 비중을 높이고 화석연료 비중은 유지하면서 재생에너지 목표는 대폭 축소하는 것은 무책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출처=EU 집행위원회]

미국, EU 등 선진국과 비교해 화석연료 에너지를 유지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이는 곳은 드물다. 미국은 2035년까지 발전부문 탈탄소화를 추진한다. EU는 2030년 기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45%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원전비중 확대에 따른 안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녹색연합은 “12기의 원전 수명을 연장하고 신한울 3, 4호기 신규 원전을 비롯한 6기를 추가로 진입시켜 원전의 비중을 32.8%로 늘려나가겠다는 것”이라며 “잦은 원전사고로 불안과 상시적인 피폭에 놓여있는 지역주민들의 고통은 원전의 수명연장과 신규원전 진입으로 인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에 전기본 유승훈 총괄분과위원장은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원전의 계속운전을 통해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균형 있게 활용하는 실현 가능한 전원믹스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10차 전기본은 국회 상임위원회 보고, 공청회 의견수렴 등의 후속 절차를 거쳐 올 연말께 확정될 예정이다.

국내 환경단체 관계자는 “원전 산업 밀어주기에 기후와 국민 안전이 뒷전에 밀렸다. 작년보다 증가한 탄소중립 관련 예산안도 결국 산업계가 요구하는 사항을 들어준 것일 뿐”이라며 “미래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결정인 만큼 각계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