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은 어떻게 ‘깐깐한’ 애플의 ‘무한신뢰’ 얻었나?...복수거래처 원칙 깨고 사실상 카메라 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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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이노텍은 어떻게 ‘깐깐한’ 애플의 ‘무한신뢰’ 얻었나?...복수거래처 원칙 깨고 사실상 카메라 독점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2.08.2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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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14 이어 차기 모델까지 사실상 애플 카메라모듈 ‘독점’
-주요 공급망 일본·중국 회사는 생산차질 및 글로벌 이슈로 ‘OUT’
-LG이노텍, 신규 라인업 지속 개발 및 안정적 수율로 ‘절대 신뢰’ 확보
-탄탄한 파트너 관계 유지 전략도 주효...고객사 요구에 수용적 태도로 대응
정철동 LG이노텍 사장. [사진=LG이노텍]
정철동 LG이노텍 사장. [사진=LG이노텍]

LG이노텍이 애플과의 탄탄한 협업 관계를 바탕으로 주력 사업인 카메라 모듈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14 시리즈 전면 카메라에 이어, 차기 모델 수주 역시 문제없을 거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LG이노텍의 카메라 모듈 제품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 사업부문은 올 상반기에도 전체 사업무문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상반기 매출에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9% 성장한 5조 9000억원을 달성했다. 이 또한 최대 고객사 ‘애플’의 영향이다.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LG이노텍의 전체 매출 중 애플의 비중은 75%를 육박한다.

이쯤 되면 아이폰 등 애플의 스마트 기기 카메라 모듈 부품에서는 사실상 LG이노텍이 독점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글로벌 대형 고객사 애플로부터 10년 이상 신뢰를 유지해온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25일 IT 기기 부품 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LG이노텍은 지난 2010년 아이폰 모델에 500만 화소 카메라모듈을 처음 공급한 이래로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애플로부터 꾸준한 신뢰를 받고 있다”라며, “경쟁업체들이 밀려나는 등 시장 상황이 유리하게 돌아간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회사 내부에서 제품 개발과 생산설비 투자를 지속했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분석했다.

LG이노텍의 메인 카메라 모듈. [사진=LG이노텍]
LG이노텍의 메인 카메라 모듈. [사진=LG이노텍]

사실 그간 애플 IT 제품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는 주요 부품사로는 일본의 샤프와 중국의 오필름, 그리고 LG이노텍이 3강 체제를 이뤄왔다. 그러다 하나둘씩 애플의 파트너 리스트에서 제외되기 시작한다.

우선 오필름이 제외됐다. 지난 2020년 미국 정부가 발표한 인권침해 기업 목록에 들어간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미국 상무부는 오필름을 비롯한 11개 기업을 대상으로 중국의 소수민족에게 강제 노동 및 집단 구금 등 인권침해 행위를 자행했다며 제재를 가했다. 이후 애플은 오필름을 카메라 모듈 공급망에서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사실 인권침해 기업에 포함되기 이전부터 오필름은 애플이 주문한 물량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과의 계약이 끊기자 오필름은 카메라 모듈 사업 철수를 선언하고 중국 현지 반도체 제조사 윙테크 테크놀로지에 매각됐다.

샤프는 생산 차질 이슈 이후 애플의 눈 밖에서 벗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카메라 모듈 생산 공장이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제한 조치로 셧다운(가동중단)을 겪으면서 생산 차질을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LG이노텍의 상황은 달랐다. 이 기업의 카메라 모듈 생산공장이 들어서 있는 하이퐁은 베트남 현지에서도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제한조치 영향이 적었던 것. 덕분에 LG이노텍은 어려운 정세 속에서도 당시 아이폰13용 센서시프트 카메라모듈 생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애플의 아이폰14 시리즈 렌더링 이미지. [사진=애플인사이더]
애플의 아이폰14 시리즈 렌더링 이미지. [사진=애플인사이더]

파트너사와의 관계를 탄탄히 유지한 일종의 비즈니스 전략도 주효했다고 판단된다. 깐깐한 고객사로 유명한 애플의 요구사항에 연일 수용적 태도로 대응한 것이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애플의 조건을 맞추기 어려워하지만, LG이노텍은 그 어려운 걸 해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실적 공시에서 통상 함께 진행되는 컨퍼런스콜을 중단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컨퍼런스콜은 외국인 주주들도 많이 들어가 있는 상장 회사들의 대표적인 기업설명회(IR) 활동으로, 경영진이 직접 회사의 사업 현황 및 투자 방향 등을 들려주기 때문에 주주들로부터 민감할 수 있는 질문들이 쏟아지기도 한다.

애플 역시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LG이노텍에 컨퍼런스콜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지만, LG이노텍은 2016년부터 시작했던 컨퍼런스콜을 2년만인 2018년에 중단하기로 했다.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가 중요하다고 했던가. 하지만 LG이노텍은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어떤 경쟁사보다도 뜨거운 땀을 흘렸기에 가능한 결과라고 자부했다. LG이노텍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신모델 적기 개발과 품질 경쟁우위 확보를 통해 전년 동기 대비 높은 상반기 매출을 달성하며 글로벌 일등 지위를 확고히 했다”라고 강조했다.

LG이노텍은 애플과의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를 기반으로, 향후 고객사 확보를 다각화할 계획이다. LG이노텍은 “차별화 기술 기반의 신제품 개발과 무인화·지능화와 연계된 제조 경쟁력 향상을 추진해 향후에도 사업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지속해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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