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인재는 왜 '전통 금융권'에 안 모이나…"보상·근무환경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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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인재는 왜 '전통 금융권'에 안 모이나…"보상·근무환경 때문"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06.22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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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시중은행 IT직군 채용 시작
지난 3년 간 1천명 채용…IT직원 비중 7%
IT인력 흡수하는 인터넷은행…비중 50%
글로벌 은행 ‘무제한 휴가’ 도입 등 인재경쟁
[출처=Unsplash]

시중은행이 디지털 인재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3년 간 IT직군 채용은 늘렸지만 아직 전체 직원 중 7%에 머문다. 반면 인터넷은행은 직원 절반이 IT인력이다. 같은 기간 인력 확보속도가 두 배 빠른 영향이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글로벌 은행도 디지털 인재확보에 곤혹을 겪고 있다. 최근 2년 간 관련 인력 150여 명이 떠난 골드만삭스는 최근 ‘무제한 휴가’를 내걸며 인재확보 경쟁에 팔을 걷어부쳤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과 비교해 사업구조가 다르고 그에 따라 (디지털 인력이 적은 등) 인력 구조면에서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며 “다만 숙련직 인재가 빠지는 데 이들을 묶어둘 만한 고민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상반기 시중은행 IT직군 채용한다…우리·KB국민 300여 명 채용 계획


올 상반기 시중은행들이 IT인재 확보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은행은 21일 상반기 IT직군 신입행원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모집인원 50명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3월 일반직 100명을 뽑았다. 다만 이마저도 ‘통합형 인재’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관련 자격증, 부트캠프 교육생을 우대했다.

지난 4월 국민은행은 상반기 중 신입·경력 총 200명을 채용할 계획을 밝혔다. 자본시장, 보훈 부문을 제외하면 모두 IT직군(IT, ICT 리크루터, ICT)이다. 신한, 하나은행은 아예 디지털 인재에게 ‘수시채용’ 문을 열어뒀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이렇게 4대 시중은행은 2019~2021년 3년 간 신규 디지털·IT인력을 982명 채용했다. 전체 신규채용 임직원(6319명) 중 15.5%다.

다만 인터넷은행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같은 기간 인터넷은행이 채용한 신규 IT직군은 전체 중 37.6%(473명)다. 시중은행을 2배 웃돈다. 그 결과 지난 3월 말 인터넷은행은 전체 직원 중 IT직군 비중이 47.1%를 차지한다. 시중은행(7.6%)의 6배다.


IT인재 흡수하는 인터넷은행…높은 보상과 근무환경 영향


[출처=토스뱅크 홈페이지 갈무리]

이처럼 인터넷은행은 빠르게 금융권 IT인재를 흡수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 경력직 채용으로 기존 금융권 인재를 데려오고 있다. 전년 시중은행 IT인력 평균연봉(약 1억1천만원)은 인터넷은행(약 1억)보다 10% 더 높다. 그런데 왜 인재들은 인터넷은행으로 몰릴까. 

첫 번째는 보상이다. 몸집을 막 키운 인터넷은행은 성장성이 크고 이 과실을 나눌 수 있다. 토스뱅크는 지난 달 27일 임직원 50명에서 스톡옵션 총 93만6000주를 부여했다. 작년 7월, 11월, 올 2월에 이은 4번 째 스톡옵션 부여다.

아직 시중은행 IT인력 연봉이 더 높지만 이를 극복할 금전적 혜택도 제공한다. 토스뱅크는 전년도 채용에서 직전 회사의 최대 1.5배 연봉조건을 내걸었다. 케이뱅크는 인턴십 급여로 월 300만원을 제공하고 카카오뱅크는 만 3년 근속 시 휴가비 200만원을 제공한다.

두 번째는 근무환경이다.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는 ‘근무형태’다. 미국은 최근 재택근무에 반발해 짐을 싸는 직원이 늘고 있다. 지난 3월 리크루팅 기업 로버트하프에 따르면 미 전문직 종사자 50% 이상이 재택근무제를 유지하는 기업으로 이직할 의사를 밝혔다. 

이러한 트렌드에 아직 시중은행은 더딘 반면 인터넷은행은 발빠르다. 카카오뱅크는 그룹사를 따라 전면 재택근무 및 주4일제에 돌입했다. 토스뱅크도 자율재택근무, 격주 기준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근무시간을 자율 조정하는 유연근무제는 기본이다.

여기에 두 기업은 모두 기본 10일이 넘는 휴가기간도 제공한다. 카카오뱅크는 만 3년 근무시 1개월 유급휴가를 제공하고 토스뱅크는 매년 성탄절 전후로 10일 간 휴가를 갖는 ‘겨울방학’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인재확보 경쟁에 ‘무제한 휴가’, ‘주 4일제’ 카드 꺼낸 글로벌 은행


[출처=Unsplash]

발등에 불이 떨어지긴 글로벌 은행도 마찬가지다. 은행권 디지털 인재수요는 늘고 있다. JP모건이 낸 최근 채용공고 5500건 중 30%가 디지털직군이다. 반면 유출도 는다. 골드만삭스에선 지난 2년 간 디지털직군 150명이 핀테크 기업 등으로 이직했다.

이에 기존 은행들도 ‘보상과 근무여건’에 초점을 두고 인재확보에 나서고 있다. 독일 도이치뱅크는 올해 보너스 규모를 15% 늘렸다. 싱가포르 은행 DBS는 작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인상(평균 10%)을 단행했다. DBS는 올해 추가적인 인상에 나선다.

근무여건도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지난 5월 고위직을 대상으로 ‘무제한 휴가제도’를 발표했다. 저연차 직원은 고정 유급휴가(15일)에 무급휴가 일수를 늘렸다. 영국 채리티뱅크는 6개월 간 주4일제 근무를 시범 도입했다.

국제금융센터 황원정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은행산업 전반의 인력 축소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업무에서 치열한 인재확보 경쟁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보다 나은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무제한 휴가, 근무일수 축소 등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제도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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