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테드 강연회에서 제니퍼 칸 과학전문 기자가 DNA 드라이브로 내성 모기를 만들어 지카, 말라리아 같은 질병을 박멸시킬 수 있다고 했다.
유전자 드라이브(Gene Drive)는 살아있는 게놈을 편집, 자연계의 성 선택(sexual selection) 법칙을 우회해 특정 유전자가 후손에게 유전될 확률을 높힐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칸 과학기자는 유전자 드라이브를 설명하기 위해 안토니 제임스 생물학자가 20년전에 했던 실험을 언급했다. 제임스는 말라리아를 옮기지 않는 모기를 만드는 것에 실패했는데, 그 이유는 내성이 있는 모기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후 제임스 생물학자는 이단 비어라는 한 생물학자로부터 이메일을 받았고, 특정 유전 형질을 물려줄 수 있으며 빠르게 퍼뜨릴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했다.
제임스와 비어는 항 말라리아 유전자를 조작했고, 그 기법이 유전자 드라이브였다. 그들은 항 말라리아 유전자를 심은 모기를 만들었고, 모기를 조작해서 흰 눈 대신 빨간 눈을 갖게 만들었다. 이유는 조작된 모기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편의를 위해서였다.
빨간 눈을 가진 모기 두 마리를 흰 눈 모기 30마리가 있는 상자에 넣고 번식을 시켰는데, 불과 2세대 만에 3800마리를 번식시켰다. 더 놀라운 것은 멘델의 유전법칙에 따르면 모기 대부분이 흰 눈을 가져야하는데, 3800마리 모두 빨간 눈이었다.
멘델의 유전법칙에 상반되게 흰 눈과 빨간 눈을 교배시켰는데 빨간 눈만 나온 이유는 크리스퍼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리스퍼 기술은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는 기법으로 단백질이 DNA를 자를 수 있는 가위기능을 한다.
그렇게 내성 있는 모기가 탄생했다. 그리고 다음 과제인 항 말라리아 형질 전파 방법이 남았다.
하버드대학교 생물학자인 케빈 에스벨트는 크리스퍼가 스스로 복제되는 유전자 드라이브를 만들었다. 이 유전자 드라이브는 유전형질을 완벽하게 전달할 뿐만 아니라 생식세포에 적용할 시 새로운 유전자를 자동으로 복사해 모든 염색체에 붙이는 방식이다. 과학용어로는 이형성질을 동형성질로 만든다고 한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 1%에 항 말라리아 형질을 삽입하면, 1년도 안되어 말라리아를 박멸시킬 수 있다. 이로써 유전자 드라이브는 말라리아, 뎅기열, 치쿤구니아, 황열병 등을 박멸시킬 수 있게 됐다. 또한 반대로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수백만 마리의 토착종을 복원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유전자 드라이브는 장점보다 단점이 큰데, 효과가 너무 뛰어나서 방사할 경우 그 종 전체를 바꿔놓을 수 있다.
유전자 드라이브가 우리가 목표로 한 생물 종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 이유는 유전자 흐름 때문이다. 유사종과 이종 교배로 인해 유전자 드라이브가 교차될 수 있다.
칸 과학전문 기자는 유전자 드라이브에는 위험 요소가 있고 그 점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매일 1000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말라리아 같은 질병을 퇴치할 수 있는 유전자 드라이브가 있지만, 그것이 너무 위험하기에 사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녀는 앞으로 우리가 유전자 드라이브 관련된 소식을 많이 듣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행동하는 것이 두려워질 수 있지만, 때로는 행동안하는 것이 하는 것보다 더 나쁠 수 있다(It can be frightening to act, but sometimes, not acting is worse)"고 했다.
양의정 기자 eyang@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