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를 기반으로 현대차그룹이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면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도 확장될 것”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조지아주에 12조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힌데 이어 국내에는 63조 투자를 약속했다. 2025년까지 무려 75조원을 투입해 신기술·신사업 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투자가 향후 현대차그룹의 성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기술적인 격차를 주도해 나갈 수 있을 만큼의 대대적인 투자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녹색경제신문에 "공장 하나를 지을 때 5조에서 6조가 투입된다. 75조원은 12개 13개가 넘는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자금"이라며 "동시다발적 투자를 감행함으로써 시장의 선두주자로 치고 나가겠다는 강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및 친환경 사업 고도화에 주력하기 위해 현대차∙기아∙모비스를 필두로 총 16조2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전동화 및 친환경 전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핵심 부품 및 선행기술, 고성능 전동화 제품을 개발하고 연구시설 구축 등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차세대 웨어러블 로봇, 서비스 로봇, 모바일 로봇 기술 및 모델 등을 개발하며 국내에서 사업화하기 위한 본격 실증 사업에 나선다. 이밖에도 미래 항공 모빌리티∙커넥티비티∙자율주행∙모빌리티 서비스 등 각종 분야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기술을 고도화 한다는 방침이다.

김 교수는 현대자동차가 내세우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광범위한 투자에 대해 '당연한 조치'라고 본다. 

김 교수는 "투자하는 분야가 미래의 먹거리로 확실하게 성장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면 오히려 문제가 커질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모든 분야의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한 분야에만 투자하는 게 훨씬 더 위험하다. 맞는 방향으로 가는게 중요하기 때문에 융합적으로 투자하고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과 교수도 김 교수와 같은 생각이다. 이 교수는 "현대차가 미래차의 판도를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러 분야에 동시다발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한 쪽에서 대박이 난다면 실패한 분야를 커버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업계에서 2025년을 거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정 회장이 2025년까지의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한 이유중 하나로 '애플의 2024년 애플카 출시'를 꼽는다. 지금까지 애플의 위상으로 봤을 때 어떤 형태로든 애플은 완성차 업계에서도 게임 체인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 교수는 녹색경제신문에 "2025년 이전에 자동차 업계에는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처럼 또다른 신생 브랜드가 업계 1위를 할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라며 "이제는 벤츠나 아우디와 같은 전통적인 내연기관 완성차 업체들이 살아남는다는 보장이 없다.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그 전에 어떤 방식으로든 미래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혀야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플이 애플카 출시를 2024년이라고 말하는 데에는 실질적인 양산이라기 보단 프로토 타입 공개로 인한 자금 확보일 가능성도 있다.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전기차 분야에서 만큼은 현대차나 테슬라나 벤츠 등의 출발선이 모두 같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우리도 기술력을 최대한 쌓는 것에 몰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