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철회' SK쉴더스, 고평가 논란 돌파해 '융합보안' 무기로 '따상' 꿈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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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철회' SK쉴더스, 고평가 논란 돌파해 '융합보안' 무기로 '따상' 꿈 이룰 수 있을까
  • 이준용 기자
  • 승인 2022.05.0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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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2위 SK그룹 기대주로 꼽혔던 쉴더스, 고평가 논란에 결국 상장 철회
기관투자자 낮은 수요·얼어붙은 주식시장 분위기가 1차 원인
'융합보안' 모토로 자신감 내비쳤으나 업계는 삼성 '에스원'에 밀린다고 평가
"사이버 보안 부문과의 시너지, 보안 서비스의 장래성 봐야" 지적도
'135일 룰' 당분간 상장 시도 어려워 … “미래지향적 보안 서비스 개념 구체화해야”
최근 IPO를 철회한 SK 쉴더스 [사진 제공=SK쉴더스]
최근 IPO를 철회한 SK 쉴더스 [사진 제공=SK쉴더스]

‘재계 2위’ SK그룹의 기대주로 꼽혔던 SK쉴더스(구 ADT캡스·SK인포섹)의 기업공개(IPO)가 무산된 것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SK쉴더스 측은 기관투자자의 낮은 수요와 거시경제 변수를 원인으로 꼽았으나, 업계에서는 3조가 넘는 시가총액을 제시한 것이 지나친 ‘고평가’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당분간 상장 시도를 다시 하기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SK쉴더스가 융합보안 업체로서 보안 서비스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정립해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IPO 무산’ SK쉴더스, 거시경제 탓하지만 업계는 ‘고평가’ 지적

올해 IPO 최대어로 기대감을 모아온 SK쉴더스는 지난 6일 금융감독원에 IPO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SK쉴더스가 밝힌 상장 철회의 원인은 세계 거시경제 흐름으로 인한 기관투자자들의 낮은 수요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이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인상하면서 경기 회복 전망이 어두워졌고, 이것이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심리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3일부터 4일까지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은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업계에 따르면 당초 경쟁률이 200대 1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마감 직전 취소 물량이 쏟아지면서 최종 경쟁률은 100대 1을 겨우 넘긴 수준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SK쉴더스가 미국발 금리 인상 흐름을 원인으로 꼽은 것과 달리, 업계에서는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SK쉴더스가 제시한 자사의 시가총액 등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것이다.

SK쉴더스가 지난 3월 말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공모가 희망범위는 3만1000~3만8000원, 공모 규모는 8402억~1조516억원에 달한다. 특히 SK쉴더스가 이번 IPO 과정에서 제시한 시가총액은 공모가 상단 기준 3조 5052억원이다. 경쟁 업체인 삼성 에스원의 시가총액 2조 6000억원을 1조원 가까이 상회하는 액수로, 이대로 공모가가 확정됐다면 국내 보안주 1위로 올라서게 되는 가격이었다.

업계에서는 이 부분이 낮은 수요의 진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SK쉴더스가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몸값’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에스원과 비교해보면, SK쉴더스는 이익 규모 면에서 밀린다는 것이 중론이다. SK쉴더스의 지난해 회사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 5497억원, 1219억원인 반면, 에스원은 각각 2조 3145억원, 1797억원으로 각각 8000억원과 600억원 가까이 높았기 때문이다.

SK쉴더스는 물리보안과 사이버 보안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융합보안’을 이유로 설명하지만, 사이버 보안 경쟁 업체 안랩과 물리보안 기업 에스원의 지난해 합산 매출 및 영업이익은 2조 5218억원, 2026억원으로 역시 SK쉴더스의 실적보다 높다.

SK쉴더스 측은 지난달 간담회에서 "경쟁사와 사업영역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며 "전세계 유일무이 융합보안 회사로 오히려 이번에 책정한 기업가치는 보수적인 편"이라고 주장했지만, 고평가 논란을 둘러싼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융합보안’ 구체화해야 시장 설득 가능 … “국내 보안 서비스 개념 다시 정립해야”

업계에서는 SK쉴더스가 시장 설득에 실패한 것이 본질적인 문제라고 본다. 물리보안과 사이버 보안을 결합한 융합보안, 토탈(total) 보안을 강점으로 꼽지만 그것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SK쉴더스가 만들어질 때 보안업계에서는 SK인포섹(사이버 보안)과 ADT캡스(물리보안)의 합병을 두고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회상하며 “하지만 융합보안을 말하면서도 그게 뭔지, 어떤 강점을 실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SK쉴더스가 물리보안과 사이버 보안의 결합이라는 ‘무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당시 증권가에서는 SK쉴더스의 비교대상을 두고 고심하다 결국 물리보안 1위 업체인 에스원을 대상으로 설정하는 등 SK쉴더스를 ‘물리보안 기업’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의견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SK쉴더스의 잘잘못과 별개로 국내 ICT 업계가 보안 영역에 대해 뒤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사물인터넷(IoT)이 보편화되고 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 혁신이 계속 일어나면서 보안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그에 비해 국내에서는 보안 기술이나 업체에 대해 다소 저평가하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SK쉴더스의 고평가 못지않게 시장도 보안 서비스를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IT 업계에서는 보안에 대한 강조 흐름이 경제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최근 구글이 사이버 보안 업체 맨디언트를 6조 8000억원 규모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맨디언트는 매출 규모나 실적이 썩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구글은 보안 솔루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다”며 “SK인포섹(현 SK쉴더스)이 국내 사이버 보안 1위 업체인데, 비슷한 맥락에서 보면 다소 아쉬운 결과가 아닌가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해외 투자설명서에 포함되는 재무제표를 작성한 시점으로부터 135일 이내에 청약대금 납입 등 상장일정을 마쳐야 한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이른바 ‘135일 룰’에 따라, SK쉴더스는 오는 6월 이후에야 IPO 재도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도 적용되는 ‘135일 룰’에 의하면 1분기 실적이 발표된 후 다시 증권신고서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SK쉴더스 측은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보다 고평가 논란이 문제라는 시각이 시장에 팽배한 가운데 SK쉴더스가 ‘융합보안’을 구체화해 시장을 다시 설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준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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