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금지법’에도 인앱결제 고집하는 구글·애플 … “국제 연대, 토종 앱마켓 대응 필요”
상태바
‘세계 최초 금지법’에도 인앱결제 고집하는 구글·애플 … “국제 연대, 토종 앱마켓 대응 필요”
  • 이준용 기자
  • 승인 2022.05.04 16: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글, 인앱결제 강제금지법 제정 후에도 인앱결제 강화
애플은 네덜란드서 인앱결제 놓고 당국과 벌금 공방
“특정 국가의 강력한 규제에 한계 있어” 지적 … 무역분쟁 가능성도 제기
독과점 제한 차원 국제적 연대 통한 대응, 토종 앱마켓 등 대안 제시
구글과 유튜브 로고 [사진 제공=알파벳]
구글과 유튜브 로고 [사진 제공=알파벳]

다국적 플랫폼 기업인 구글과 애플이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제정된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시행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며 우려를 낳고 있다. 구글은 법안의 약점을 이용한 우회로를 통해 오히려 인앱결제를 강화하고 있고, 애플은 네덜란드에서 인앱결제를 두고 당국과 벌금 공방을 벌이고 있다. 특정 국가의 개별적 대응이 한계를 맞은 것 아니냐는 시각과 함께, 국제적 연대를 통한 대응과 토종 앱마켓 등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인앱결제 강제금지법 시행에도 끄떡없는 구글 … 법안 약점 이용한 ‘꼼수’

지난 3월 15일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앱마켓의 특정 결제방식 강제를 금지하는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하지만 구글은 법안의 느슨한 틈을 파고 들며 사실상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법안 시행을 앞둔 지난 3월 구글은 자사 앱마켓인 구글플레이에 앱을 등록한 사업자들에게 외부 결제 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링크를 삭제하는 업데이트를 4월 1일까지 마치도록 요구했다. 이를 따르지 않을 시 6월 1일부터 아예 구글플레이에서 앱을 삭제하겠다는 엄포까지 놨다.

앱 개발사들에게 인앱결제 혹은 인앱결제 시스템 내에서의 제3자 결제 방식만을 허용하는 대신 아웃링크를 통해 외부 웹페이지로 이동해 결제하는 길은 막아버린 것이다. 앱내 제3자 결제 수수료율은 최대 26%로, 카드 사용료를 더하면 앱 사업자 입장에서는 최대 30%인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와 거의 동일한 부담을 지게 된다.

이러한 ‘꼼수’가 가능했던 건 처음부터 법안에 약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을 뿐 더 구체적인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때문에 구글이 인앱결제 내 제3자 결제라는 선택지를 만듦으로써 우회로를 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소관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부랴부랴 아웃링크 결제를 완전히 금지한 구글의 조치가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뒤늦게 내놓았지만, 구글은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정책이라며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앱 서비스 ‘도미노 가격 인상’ … 국내서만 2300억원 이상 소비자에게 전가

결국 국내 음원 스트리밍서비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도 최대 20%에 이르는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요금 인상을 고려 중인 음원 업계 1위 멜론을 비롯해 플로 등 다른 사업자들까지 가격을 인상할 경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만 소비자 부담이 1300억원 이상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OTT는 한발 빨리 가격 인상을 마쳤다. 웨이브와 티빙이 14.7%, 시즌이 15.2%를 인상하며 1,000억원 이상의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 의원은 이같은 예상치를 토대로 구글의 ‘수수료 강매’로 인한 소비자 부담이 국내에서만 23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만 “PC나 모바일 결제처럼 인앱결제가 아닌 결제방식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기존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기에 실제 소비자 부담 증가분은 이보다 적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애플은 네덜란드 당국과 ‘기싸움’ … 한국만의 문제 아냐

네덜란드 당국과 애플은 2019년부터 인앱결제 강제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2년 이상의 조사를 한 끝에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소비자시장국(ACM)이 애플에게 제3자 외부 결제를 허용하라는 제재 명령을 내렸지만, 애플은 사업자들에게 외부 결제를 위한 별도의 앱 등록을 강요하고 인앱결제와 동일한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등 당국의 제재에 따른 조치를 사실상 ‘거부’했다.

팀 쿡 애플 CEO [사진 제공=애플]
팀 쿡 애플 CEO [사진 제공=애플]

당국은 애플의 조치가 미흡하다고 보고 매주 500만 달러씩 벌금을 부과했고, 애플은 법정 최고액인 5천만 달러(약 666억원)의 벌금을 모두 납부해야 했다. 결국 애플은 지난 3월 외부 결제를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허용했지만 인앱결제 이외 다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애플이 통제하지 않는 시스템과 접속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도록 하는 등 끝까지 ‘기싸움’을 벌였다.

결국 ACM은 이러한 애플의 조치가 “비이성적인 조치”라는 비판과 함께 추가 제재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법정 최고액 한도를 채웠기 때문에 추가적인 규제방안 마련이 필요하지만, 애플이 경쟁 당국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있다고 본 것이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네덜란드 사례를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며 “상당히 높은 벌금 수준에도 애플이 끝까지 제3자 결제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걸 보면 국가별로 개별적인 대응에는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플랫폼 저항, 무역분쟁 가능성 … “국제적 연대 필요”, ‘토종 앱마켓’ 대응도

이러한 플랫폼 기업들의 강한 반발에 더해 또 한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특정 국가에서 앱마켓의 사업행위를 강하게 규제하는 것이 무역분쟁의 원인이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USTR 등 미국 무역 당국이 구글과 애플을 보호해야 할 자국 기업으로 보고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경우 무역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미 망 사용료 등 넷플릭스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USTR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던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에서도 이들 기업의 독과점 문제가 심각한 정치적 사안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분쟁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이들 거대 플랫폼의 인앱결제 수수료율 문제 등은 미국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며 “독과점이나 담합에 민감한 미국 경쟁 당국의 특성상 이 부분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들 플랫폼이 전 세계를 장악한 ‘다국적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국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과 네덜란드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개별 국가의 제재나 법률로는 이들의 저항을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이 자주 항변의 근거로 삼는 ‘전 세계 공통적인 정책’이라는 부분을 극복하려면 국가 간 연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토종 앱마켓’을 통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양정숙 의원이 구글의 꼼수로 인한 국내 소비자 부담 증가를 지적하면서 “원스토어 등 국내 토종 앱마켓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구글과 애플이 국내 앱 시장의 86%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토종 앱마켓을 통한 대응이 당장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 정책으로 가격이 인상되면서 원스토어로 옮기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긴 하다”며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낀 일부 사용자들이 따라갈 수는 있겠지만, 플랫폼의 힘이 만만치는 않을 것 같다”며 실질적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플랫폼을 앞세운 구글과 애플의 ‘갑질’에 각국의 대응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에서 창의적인 해법이 나올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준용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